한참 무더운 8월 2일 집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데이트 신청합니다. 하루 종일~~………전제조건은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 오셔야 합니다.” 본부 정현숙 조직국장이 보낸 문자였습니다. 그때, 문득! '평화지기 소녀상 순례길 국토대장정' 후원안내 문자가 떠올랐습니다.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잊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 준 성의를 봐서, ‘그래 넘어가 주자…’ 그렇게 소녀상 국토순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날은 8월 14일과 15일 광복절이었습니다. 광복절에 일제에 의해 저질러졌던 만행을 규탄하고 잘못된 한일 위안부의 합의 파기를 알리는 소녀상 국토순례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평화지기 소녀상 순례길 국토대장정”은 8월 7일부터 8월 23일까지 16박 17일 동안 흥사단 아카데미 회원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소녀상이 건립된 곳을 걷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소녀상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문화행사를 하면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규탄하고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제가 참여한 구간은 담양-정읍-전주였습니다. 비릿한 땀냄새를 풍기는 대원들과 함께 가랑비를 맞으면서 푸른 들판 사이로 펼쳐진 신장로를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걸었습니다. 8일 차라 지치고 힘들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날이 갈수록 사기가 충만해지고, 발바닥의 물집과 염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후배들의 열정을 보면서 흥사단 선배로서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대원들이 지치지 않고 갈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은 가는 곳마다 지역 지부와 소녀상 설치를 위한 지역단체, 정당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전쟁 역사는 대의명분이 병사들을 모이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순례단의 목적은 육체적 고통을 잊게 할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울에 도착할 즈음이면 더 훌쩍 성장한 대원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훌륭한 후배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자랑스럽고 소중합니다. 평생 흥사단과 함께 하겠다던 20대의 나의 맹세는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원들에게 순례단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뿐 아니라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도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흥사단의 이름으로 정의롭지 않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대장정은 독립운동을 위해 전 세계를 마다하지 않고 종횡무진했던 도산의 후예다운 명예로운 역사를 일구어 낸 것입니다.
순례단 운영은 평택대학교 아카데미 회원과 평택·안성지부가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행사는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고 보살펴야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간 평택대학교 아카데미 회원들과 평택·안성지부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평택·안성지부의 대학생 아카데미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흥사단을 알리는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각 지역의 정당, 공무원, 시민단체, 시민들은 국토대장정 대원들의 옷과 손에 든 플래카드를 보고 흥사단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궁금해했습니다. 흥사단이 무엇을 하는 단체입니까? 이 질문은 오늘, 흥사단을 이끌고 책임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져야 할 질문입니다.
그냥 얻는 과실은 없습니다. 부러우면 진다고 합니다. 타 지부들도 분발해서 이렇게 훌륭한 아카데미를 육성하시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류종열 이사장님의 전략사업인 아카데미 재건사업이 “평화지기 소녀상 순례길 국토대장정”사업과 같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 되길 기원합니다.
- 글 : 흥사단 본부 감사 이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