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학습으로 열어가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꿈꾸다
-미국 Everyday Democracy의 ‘대화를 통한 변화’-
지난 21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제2회 서울평생학습 대토론회가 ‘광장 민주주의, 담장을 넘어 일상으로’란 주제로 열렸습니다. 오전의 이슈 스피치에서는 미국의 Everyday Democracy, 스웨덴의 ABF, 일본의 특정비영리단체 시부야대학을 초청해 각국의 ‘일상의 민주주의’ 단면을 볼 수 있었는데요. 서울시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는 오후에 진행된 벌집토론 중 하나로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의 브루스 말로리 이사와 함께 ‘대화를 통한 변화’ 사례를 공유하는 좌담회를 주관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서울에서의 일상의 민주주의를 꿈꾸는 대화의 장이 되었지요.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는 학습과 대화로 사회 변화를 이루어내는 단체입니다. 지역사회에 긴급한 쟁점에 대해 10여 명 정도가 함께 학습동아리를 구성하여 이슈를 명료화하고 나면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모임을 확산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실천방법들을 찾아 결정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40여 개 지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폴 에이쳐 재단, 질병통제센터, 미국 법무부 등과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미국 내 정신건강에 대한 전국대토론, 인종 평등을 위한 활동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답니다.


이날 좌담회는 문성근 서울시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장의 사회로 말로리 이사와 서윤기 서울시의원, 조철민 성공회대 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물론 참석한 시민들도 함께 서로 대화를 나누는 편안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단상들을 나누고,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만들고 행동까지 밀어 올리는 실천모델에 대한 궁금증들, 서울시의 민주주의가 일상에서 풍부해지려면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미국의 정치현안에 대한 질문과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의 활성화 비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질문까지 빗발쳤습니다. 함께 참석했던 고등학생들의 민주시민교육을 학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도 있었고,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가 발간한 대화 매뉴얼을 센터가 번역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윤기 의원의 발언도 있었지요.
말로리 이사와의 대화에서 “민주주의는 교육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대화에 참여하는 경험 자체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는 훌륭한 교육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에브리데이 데모크라시의 성공요인을 집요하게 묻는 한국인들의 질문에 그는 끝까지 ‘대화’를 강조했습니다. ‘영업비밀이라 안 가르쳐주는 것인가?’라는 우스갯소리에도 외부인이 아닌 그 지역 사람들 안에서의 ‘대화’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방법은 자신들의 대화 매뉴얼에 있는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보면 된다고만 했습니다. 한국인의 초롱초롱한 눈빛 앞에 미국 노신사가 ‘대화’라는 답변만을 내놓던 그 순간,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일까요? 눈을 맞추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대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를 대답으로 내놓은 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민주주의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어떤 당위와 정교한 기술이 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란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듣고, 그가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신뢰 위에서 말하는 ‘대화’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 미국 노신사가 하고자 했던 말은 아니었을까요.
그가 인용한 구절로 이 좌담회의 여운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세대마다 새로 태어나야 하며, 교육은 이를 위한 산파이다”
- 존 듀이
* 좌담회 대화록 보러가기: http://bit.ly/2ysbjK2
- 글 : 서울특별시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 팀장 오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