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창립 100주년 기념도서로 발간된 오동춘ㆍ안용환 두 박사의『애국가와 안창호』는 학술서이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읽힐 수는 값진 저술이다. 어느 학자도 언론인도 하기 어려운 역작을 펴냈다.
국기와 국화는 지정되고도 공식적인 국가가 없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애국가가 국가로 지정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국가 지정의 전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분 저자와 이런 뜻 깊은 일을 추진하신 반재철 이사장 그리고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65주년을 합하여 92년 동안 작사자가 미명인 채로 국가의 공식행사에서 불린 애국가는 이제 그 법통과 정통성을 찾게 되는 사료집이 마련되었다.
그동안 애국가 작사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여러 편의 논문과 각종 시론이 발표되었지만 이번에 두 분이 편찬한 것과 같은 체계적이고 심도 있고 논증적인 저술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 의미에 역사성이 부여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아니할 것이다.
안용환 박사가 집필한 제1부〈‘안창호 애국가 작사’ 탐구〉는 입체적인 시각으로 1.‘애국가 작사자는 누구일까’에서 애국가 작사에 대한 담론. 애국가의 태동과 변천과정, 그동안 작사자로 제기되었던 민영환ㆍ김인식ㆍ최병헌ㆍ윤치호ㆍ안창호 작사에 대한 주장과 합작설, 개작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애국가의 계보를 낱낱이 추적하고 있다.
2. ‘윤치호 작사설’ 부문에서는 그동안 유력시 되어온 윤치호 작사설의 맹점과 의문점, 증언자들의 신뢰 문제 등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3. ‘안창호작사설의 배경’ 항목이 제1부의 핵심 부문으로, 도산의 생애와 정치사상부터 각종 증언자료, 분야별 근거, 저명인사들의 증언, 애국가 작사 시기, 애국가 후렴에 대한 도산의 증언, 임시정부 공식행사와 애국가에 대한 사적 자료를 함께 제시한다.
제1부의 중점적인 내용은 이제까지 발표된 각종 애국가의 종류와 배경을 분석하고 다양한 사료와 증언을 통해 도산의 작품임을 입증시키고 있다. 반론도 충분히 예시하여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동춘 박사가 집필한 제2부〈애국자 작사자는 도산 안창호다〉의 주제는 보다 실증적인 자료와 사료, 증언 등을 추적하고 논증함으로써 이설이 제기될 여지가 없게 하였다.
1. ‘애국가 작사자 규명의 배경’은 애국가가 싹튼 시대배경으로부터 애국가와 기독교사상, 자연사상 등 폭넓은 사상사적인 연구 대목이 특히 주목된다.
2. ‘안창호 작사설과 그 근거’는 도산의 생애와 사상을 훑으면서 “애국찬미가는 내가 지었다”는 도산의 직접 증언 그리고 최근 96세로 별세한 비서실장 구익균옹의 육성증언을 비롯하여 이광수ㆍ최일봉ㆍ최남선 등의 사료를 통한 각종 증언을 채록하였다.
3. ‘윤치호 삶과 애국가 작사설의 실상’은 그동안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내용을, 4,는 ‘민영환ㆍ최병헌ㆍ김인식 작사설’의 부당성을, 5, ‘애국자 작사자 규명노력과 애국가의 미래’ 그리고 6, ‘애국가 작사자는 도산 안창호다’는 결론에서는 실증적인 논거로써 이를 입증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동안 발표된 수많은 논문과 언론보도를 샅샅이 동원하여 시비곡직을 가려내는 작업에서 땀 깨나 흘렸을 것 같다.
일반 국민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책의 부록으로 엮인 ‘별첨’의 자료들은 이 책의 무게를 한층 도탑게 하면서 ‘도산 작사설’의 비중을 높여준다. 이 책은 입법기관과 행정기관 각급 도서관에 비치하여 우리나라 애국가가 어떤 경위로 제작되고, 불렸으며, 작사자와 작곡가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하였으면 싶다.
두 분의 연구성과는 그동안 애국가 작사자 문제로 논란되었던 각종 자료와 사료, 증언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한편 새로운 자료와 증언을 채록하였기 때문에 ‘애국가’와 관련되는 ‘통사’이면서, 도산이 작사자라는 데에 반론이 쉽지 않는 ‘정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두 분의 노작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흥사단 창설 100주년과 이 저작집 발간을 계기로 애국가 작사자 확인과 국가지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회청원과 함께 정부에 애국가의 국가지정을 요청하는 일이 요구된다.
주지하다시피 애국가는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당시 정부에 의해 국가로 지정되거나 채택된 것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국가처럼 불려오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국가의 상징물인 태극기는 1949년 10월 15일 이승만 정부에서〈관보〉로서 국기로 정식 공포되었다. 당시 함께 상정되었던 애국가가 국가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전의 정부기록문서 보관소의 자료를 통해 이를 입수하고 보완한다면, 뒤늦게라도 정부가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애국가는 92년 동안 정부(국가)의 각급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창, 합창되어온 명실상부한 국가이다.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대전 이전을 둘러싸고 제기한 위헌소송과 관련하여 600년 전의〈경국대전〉을 전거로 삼아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따라서 애국가는 92년 동안 정부(국가)에서 ‘관습적’으로 불린 국가이고 국가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노랫말은 이번 저서를 통해 다시 한번 도산 선생의 작품임이 확인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애국가 노랫말 저작자의 확인과 정식 국가로의 지정을 통해 국기, 국가, 국화에 대한 존엄성과 국민의 사랑을 받도록 한다.
- 글 :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저자, 전 독립기념관장 김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