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정부는 5월 6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바꾼다고 발표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에서 지켜야 할 세부지침도 확정해서 국민에게 당부했다. 그와 함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국무총리는 우리의 생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똑같이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사회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똑같이 하는 말이다. 질병에 의한 재난이 사회구조를 바꿨던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14세기 유럽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1/3이 죽고 장원경제가 뒷받침하던 봉건제가 무너졌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약 5천만 명 정도가 죽었고 제1차 세계대전을 빨리 끝나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처럼 질병에 의한 재난은 우리 사회의 작동방식과 우리 삶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게 된 원인과 환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인간의 자연 파괴와 침입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자연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으며 자연의 영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영역까지 인간이 들어가 야생동물과 접촉하면서 야생동물이 가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어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는 것이다. 질병학자들은 인간이 자연과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인수공통 전염병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인간의 삶이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화와 서비스 생산의 일정한 분업체계로 무역과 여행이 이뤄지며, 인간의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소위 국제적 기준(우리나라는 미국을 기준으로 하지만)이라는 것 때문에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이와 함께 도시화도 질병 유행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도시에 산다고 한다. 도시에는 사람이 밀집되어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도 그들의 삶은 도시와 연결되어 있다. 살아가는 방식이 많은 사람과 언제나 만나야 하므로 질병의 전파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질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지 않으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은 경작과 동물 사육을 시작한 이래 자연과 천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냥 자연이 주는 대로 자연환경을 바꾸지 않고 살았다면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는 없었을 것이고 먹이사슬은 자연스럽게 유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배웠듯이 인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자연 파괴를 멈추고 자연과 거리 두기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간이 멈추면서 자연이 살아난다는 언론 보도는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한다면 인간의 욕망을 줄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욕망 추구를 장려하고 자본은 새로운 욕망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새롭고 편리한 물건을 써야 하고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 새롭고 멋있게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새롭다는 것은 새로운 욕망을 말한다. 생산과 서비스가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한 것이 많다. 욕망을 절제해야 과잉생산이 줄고 자연 파괴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원인을 모두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원인 제거를 위해 노력하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제 활동이 제한되면서 저소득층이 가장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식당이나 소매점에 손님이 없어 하소연하는 것을 우리는 방송에서 많이 봤고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무급휴직과 해고가 많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나온 것이 재난기본소득이고 알게 된 장점이 공공의료체계다. 이번에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나온 것이지만 기본소득은 여러 해 전부터 논의해왔고 경기도에서는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음)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활용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람 간의 직접 대면이 줄면서 디지털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사람이 하는 것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할 수 있으므로 여러 분야에서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해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면 살 수 없으니 기본소득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방역 모범국이 된 것은 무엇보다 공공의료체계와 정은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 나라지만 공공의료체계가 좋지 않은 미국에 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쿠바, 독일 등 공공의료체계가 잘 된 나라일수록 사망자가 적다. 공동체 구성원이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공공성을 의료분야만이 아니라 주거, 교육, 기간산업 등으로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천 화재에서 나타난 회사 살인은 우리 사회 공공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흥사단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만나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활동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직접 만나는 횟수는 줄이고, 작은 단위가 명확한 일을 정해서 집중하는 방식으로 활동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활동 방식, 조직, 재정 등 모든 분야에서 바꾸지 않으면 우리 흥사단의 지속 가능성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 글 : 홍승구(시민사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