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폐단과 대응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두 탈북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허언은 사실이 거짓에 의해 압도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9% 사망을 확신한다느니,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등의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서 근거한 것인가?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사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된 내용은 최측근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탈북자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말이다. 믿을 만한 인적정보(휴민트)나 제대로 된 통신 감청 수단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100% 자신의 추측인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왜 그런 무모한 발언을 할까?’ 50%의 확률에 자신을 걸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중대 이상이 있느냐 없느냐 만을 따지면 어떤 진단이라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50%다. 맞히게 되면 그 사람은 바로 대단한 사람이 된다. 북한을 잘 아는 아주 정통한 사람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그다음부터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의 말을 거의 100% 신임하게 된다. 이점을 노리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소위 ‘정보장사’를 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북한에서 살았다는 이유가 정보장사의 밑천이다. 북한에서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들일수록 그런 장사에 더 큰 유혹을 받는다. 한마디로 말해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한탕주의다. 그런 한탕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속한 단체를 거창하게 포장한다. 무슨 북한정보센터니, 북한민주화운동본부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걸면서 유튜브를 비롯, 이런 저런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북한에 대해서는 대놓고 적대적이다. 그들을 지원하는 정보기관의 성격에 자신을 맞춘다. 소위 보수 언론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며,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보장사를 하는 단체나 개인과 연결하여 대북 가짜뉴스를 여과 없이 전달한다.
오늘날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등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용을 통해 누구나 가짜뉴스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조작하기도 쉽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경향을 갖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만 믿으려고 한다. 뉴스가 범람할수록 이용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눈길을 끄는 뉴스라야 잘 팔린다. 가짜뉴스는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게 한다.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내용에 포함된다. 그것이 비윤리적이어도 상관없다. 돈만 벌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인터넷 환경은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맞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추천해주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내 취향 위주로 내용을 보여 주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편중되기 쉽다. 이른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업체나 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하는 것이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사회와 사회구성원의 통합과 공동체 인식을 방해한다. 극단주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필터버블 현상이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보이게 한다. 한쪽으로 쏠린 정치·사회 소식은 전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는 단절하는 방향으로 치닫게 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 형성을 저해하는 일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를 분열의 사회로 치닫게 할 것이다. 특히, 북한 관련 가짜뉴스는 분단의 우리 현실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 불필요한 안보 불안을 가져오게 한다. 경제적 손실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저해한다. 북한 관련 오보와 루머는 대남 신뢰를 훼손시켜 남북관계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우리 정부에 대한 국내외 신뢰를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교류와 협력이 없는 남북, 단절만 존재하는 관계를 만들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 내가 보는 뉴스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믿을 만한 매체인지, 근거가 타당한지, 뉴스의 배경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가면서 접근하는 것이다. 국제 뉴스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직접 취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 한국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전달할 때가 많다. 번역에 악의적인 의도를 개입시킬 가능성도 있다.
둘째,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숫자에 약하다. 그러나 같은 통계라고 해도 기간을 어떻게 두거나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돈을 받고 만든 내용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돈 벌기에 충실해 뉴스를 생산한다면 거의 모두 광고성 뉴스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서 좋은 음식이 아닌 것처럼, 내 취향에 맞는 뉴스라고 해서 정확한 뉴스가 아닐 수 있다.
넷째, 여러 보도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여러 성향의 언론사 보도를 검색해 보는 것이다. 이는 사실 여부의 확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여러 보도를 보면서 관점과 논리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명확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짜뉴스는 특정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임을 잊지 말자.
*글 : 김영윤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사)남북물류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