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의 배움터
전라남도교육청 지정 중심마을학교 '삶골(삶따라 골따라)'배움터
2019년 보성군 사회조사에 의하면 타 지역으로 진학하고 싶은 보성 군민은 42.6%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 진학할 학교가 없어서라고 답하였다. 어느 농산어촌이 그렇듯이 보성은 보성읍권역(6개 읍면)과 벌교읍권역(조성, 벌교), 그리고 북부 4개면 권역으로 나뉘어 있어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서 소득수준이나 생활편의성에 있어 그 편차가 크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주거지역도 주로 읍권역에 집중되어 있다. 한편 보성은 한말 의병활동과 독립운동, 차와 판소리 등 역사문화적인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를 교육환경 콘텐츠로 적극 개발 활용하는 시도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자원이 분산 위치하고 있어서 도시지역과 차별화된 자연친화적인 좋은 교육자원들이 있어도 유기적인 네트워크 체계도 잘 되어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개원이후 5년 동안 보성군청소년수련원·천문과학관은 진로체험지원센터, 우리동네 상상놀이터, 지역사회 토요연계 특화프로그램 등 차별화되고 역사문화적인 자원이 풍부한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 운영해 왔다. 특히 그동안 숙박형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운영시설인 수련원들이 전통적으로 수학여행, 수련활동, 그 밖의 각 급 학교 현장체험학습 수요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점, 그 외 각종 청소년단체나 종교단체의 캠프 수요가 주를 이루어 왔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시설 기관운영에 있어서 주로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데 급급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수련원은 청소년활동 운영중심전략을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활동에 중점을 두는 한편 지역사회 청소년들이 삶의 여러 모습 속에서 배움을 이루는 프로젝트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학습, 즉 삶과 연계된 학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청소년기관시설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래야 지역 청소년들이 지식과 정보전달 중심교육이나 입시위주의 장래 목적을 위해 준비하는 교육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연계된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데 청소년시설 기관의 역할과 지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게 그동안 축적된 프로그램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2020년 보성군청소년수련원은 전라남도교육청에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제안하여 7개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보성지역 중심마을학교 - '삶골(삶따라 골따라)'배움터 운영을 맡게 되었다. 중심마을학교는 '마을은 세상을 배우는 학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을의 의미 있는 공간, 이야기, 사람, 시설 등을 배움터로 만들어 보성형 마을교육공동체 기반구축을 위하여 2021년까지 운영하는 사업이다.
중심마을학교 '삶골'은 '몸으로 배우는 교육'을 통해 삶의 생생한 경험을 통한 교육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아이들이 하는 경험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참여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경험하느냐',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한편 올해 전라남도교육청 보조금사업으로 운영되는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12가지 시민성 가치덕목 교육 - 우리동네 시시덕 : 시민들과 모여 시민의 덕을 이야기해요)과도 연계 운영된다. 또한 보성지역 학교밖청소년을 위한 특화프로그램 클라이밍(몸을 움직여 상상해봐!), 목공프로그램(나무로 세상을 다 JOB하라!)도 중심마을학교 '삶골'의 주요사업이다.
중심마을학교 '삶골' 프로그램은 삶골발전소 인문학강좌, 클라이밍, 목공, 천문을 주제로 하는 '꿈꾸는 마을, 도전하는 우리', 지역 역사문화 자원을 누리며 배우는 '흥보놀보(흥겹고 신나는 보성, 놀이를 통해 꿈을 키우는 보성)', 보성지역 7개 마을학교 성과 및 자료를 공유하고 단위 마을학교 지역별 민관학 거버넌스 구성을 위한 집담회 운영, 마을교육 자원을 발굴하여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을배움터창고' 운영, 그 외 마을교육공동체 역량강화 교육 '길에서 길을 묻다', 마을학교 자료집 발간, 성과공유발표회 등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련원 운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0년 들어 천문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재난안전체험캠프 특화프로그램, 목공을 중심으로 한 토탈공예 프로그램, 숲과 함께하는 자연놀이 프로그램 등을 주요 전략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로 맘먹고 그에 따른 시설 설비를 정비하고 프로그램 정비에 박차를 가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직업의 미래가 바뀌고 있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생각하는 힘, 관계역량, 다중지능, 자기주도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전 생애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전체적인 대응과 전략, 실행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교육지원 체제 구축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만반의 준비는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오는 길이 벽에 부딪혀 있다. 어른들은 미래세대에 꿈을 가지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안전하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라 한다. 안전과 위생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 입시지옥과 경쟁과 모멸만이 판치는 나라에서 우리는 청소년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소년들의 꿈을 성장시키는 참교육을 방치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어른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또 한편으로 사회적 안전과 미치는 위험을 핑계로 아이들을 존엄한 인간세계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더 세심한 주의로 아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재난상황으로 사업운영이 순연되긴 하였지만 2020년 중심마을학교 사업이 지역의 교육·문화 관련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지역에서 활용해 갈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키우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심마을학교 사업은 운영되고 있는 마을학교 자원을 한데 모으고, 네트워크해서 마을교육자원으로 키워내는 일, 마을학교 운영하는 활동가들의 역량을 키워내는 일, 지역의 마을교육자원을 발굴해 내는 일 등이 중심사업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주민참여형 플랫폼 개발 → 보성교육자치센터 → 보성교육문화재단과 같은 특별행정기구(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통합된) 운영비전을 갖고 인건비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공모를 준비하고 제안하기 위하여 보성지역 교육 활동가를 키워야 한다.
보성지역의 미래교육공동체를 위해, 보성지역의 청소년들의 꿈과 그 성장을 위해 지역의 인적 물적 교육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아야 한다.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모아 내면서 스스럼없이 공동체가 어울릴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여러 곳에 넓히고, 그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자라고 성장하여 당당한 시민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곳은 또 그 아이들의 후손이 성장해가는 배움터가 되지 않을까?'. '먼저 실천하는 사람들이 거름이 되어주면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뜻이 전해지고 사는 맛이 서로 기운이 되면 우리 동네랑 친해지고, 와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작고 더딘 출발이지만 긴 안목으로 더 많은 분들이 자주 모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공간을 열고, 나눌 수 있는 꺼리를 자주 만들어 가려 한다.
* 글 : 박형호(보성군청소년수련원·천문과학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