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년 사
존경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2020년이 열렸습니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우리 모두 건강과 행복을 함께 기원하십시다.
새해 벽두부터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세계 도처에서 대립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고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북미 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하루빨리 관련 당사자들이 이성적인 판단과 절제된 언행으로 정상궤도를 되찾기 바랍니다.
국내적으로는 올 봄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여야 정치 세력 간에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질 것입니다. 각 진영 간에 첨예한 공방이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날선 언어와 무차별적인 상호 비난이 난무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 분위기가 더욱더 경색되고 냉랭해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단우 동지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앞의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미 공통의 비전이 공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세기 전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상해 임시정부의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로 취임하시면서, ‘한반도에 모범적인 공화국을 세워 동양평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자’고 천명하셨습니다. 참으로 품격 있는 이 한마디야말로 아직도 우리의 앞길을 환히 밝히는 등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북을 아우르는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지워진 참으로 거창한 미완의 과업입니다. 민족통일의 대업은 복잡한 국제 정세와 긴밀히 연계될 수밖에 없어 우리의 의지만으로 쉽게 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또 온전한 민주주의란 정치적으로 보통선거에 의한 대의민주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간의 비약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도산 선생께서 제시하신 ‘한반도의 모범적 공화국’ 수준에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우 동지 여러분!
우리는 어떤 경우든 먼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일상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늘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민족의 일원이며 세계 시민의 한사람입니다.
우리 각 개인과 민족 및 세계와의 연결 지점에 우리 흥사단이 있습니다. 우리 단은 단우 각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돕는 수련과 봉사의 조직이면서, 더 넓은 사회에 동참하는 통로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단은 덕체지 삼육의 동맹수련 단체이면서, 또 각 지부와 3대 운동본부 그리고 공공 수탁시설 등을 통해 사회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기구들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기왕에 우리가 펼치고 있는 사업과 활동들에 우리 단우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 드립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저는 새로이 다음 세 가지에도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첫째, 인격훈련입니다. 저부터 도산 선생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보다 진실하고, 따뜻하고, 공의로운 인격을 갖추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단우의 기본 의무에 충실 하십시다.
둘째, 대공주의를 널리 전파하고 확산시키려 합니다. 도산 선생께서 평생의 사상과 경륜을 집약해 정립하신 대공정신(大公精神)과 대공세계(大公世界)의 이상이 우리 모두의 인격과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셋째, 애기애타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수련과 봉사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두 수레바퀴입니다. 우리 흥사단우는 날로 조금씩 더 행복해져야 하겠습니다. 애기애타는 도산 선생께서 가르쳐 주신 행복의 비결입니다. 이를 다양한 생활 속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해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우 동지 여러분!
새해에는 우리 각 개인과 가정, 그리고 단과 나라와 세계가 두루 평화로운 가운데 성공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십시다.
2020년 1월 1일
흥사단 이사장 박만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