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아카데미 활성화와 세대 간 악수
한국사회는 광복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이념과 냉전이 낳은 한국전쟁, 경제개발과 민주화, IMF, IT산업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변동과 변화의 폭이 넓고 빠르게 진행됐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가 급격히 진행된 나라들은 대체로 세대갈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사회는 큰 세대 차이를 보이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세대 차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만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세대 간, 소통과 교감의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대의 개념을 알고, 세대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으리라 판단된다.
세대에 대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회과학자 카를 만하임(1952)은 세대 현상을 ‘사회·문화적 변동’과 관련하여 설명하였다. 그는 ‘세대란 단순히 연령이 비슷하거나 취향이 유사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 출생 집단에 역사적 의식이라는 조건을 더해, 구성원들이 동일한 현상을 경험하고 이에 충화된 의식을 공유한 공통적 위치’로 정의하였다.
또한 데이비드 커처(1983)는 세대 개념을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그중 사회변동의 중요한 개념인 코호트에 대해 ‘출생 시기가 비슷한 사람들은 생애주기의 동일한 단계에서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므로 의식과 행위가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 한국사회는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세대 간의 갈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만하임과 데이비드 커처가 정의한 대로, 동일하고 비슷한 시기를 겪은 세대 구성원들은 해당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끈끈하고 강력한 사회철학을 공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흥사단은 전 세대에 걸쳐 비슷한 시기의 경험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의 창구가 있는데 바로 흥사단 대학아카데미다. 흥사단의 발전에는 1968년을 기점으로 대학아카데미의 역할이 컸으며, 대학아카데미가 이뤄낸 역사는 현재까지도 흥사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아카데미 회원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에 중심에 있었고, 사회 여러 분야의 기초 수립과 발전을 위해 뛰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다. 지금의 50대 이상의 단우들은 그 시기 흥사단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동했던 모습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세대다.
그리고 현재 1990년대 후반 출생 세대들이 선배들이 일궈온 대학아카데미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세대다. 그들이 꾸려갈 대학아카데미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형식과 방법으로 운영되고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대갈등을 언급하기 전에, 앞세대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뤄온 노력과 헌신이 지금의 흥사단 아카데미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분명 전 세대와 현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학아카데미는 새로운 전환점에 와있다. 전국 지부의 노력으로 인한 대학생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흥사단 대학아카데미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소견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선배 아카데미 세대는 현 아카데미 세대를 단순히 ‘세대를 이해한다.’라는 차원이 아닌 자연스러운 20대로 보아야 한다. 또한 20대 대학생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사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의 20대는 SNS로 소통하며, 상하가 아닌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서로가 교감한 사회적 정의와 문제의식에 스스로 모이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명예나 지위보다는 자신의 취미와 호감이 사회활동이나 직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이다. 그러므로 현 20대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연결하여 지원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흥사단 대학생아카데미가 부흥했던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탈피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60-80년대의 경제개발 모습과 영광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대학아카데미 역시 선배들이 이뤄낸 과거의 대학아카데미의 모습은 존중하되, 현세대에 맞는 후배들만의 흥사단 대학아카데미의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도산과 흥사단의 정신을 철학적 기반으로 다양한 사고를 하고 진취적인 행동을 할 젊은 세대를 유입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활동내용 또한 단순히 역사적인 내용으로만 꾸릴 것이 아니라 환경, 취업과 복지, 통일, 성, 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흥사단 대학아카데미 지원 못지않게 2030세대 활동가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모든 분야에 걸쳐 열정이 담긴 새로운 시도를 젊은 청년들이 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들은 비슷한 또래의 대학생아카데미 회원들과 소통하는데 좀 더 수월한 만큼, 대학아카데미 회원들을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활동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의 발전뿐만이 아닌 새로운 흥사단 100년을 위해서는 2030 활동가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아카데미 회원들은 흥사단이 추구하는 ‘건강한 인격체 정신’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지금의 20대는 사회적 정의를 어느 세대보다 갈망하고 있다. 흥사단 대학아카데미 회원들이 지금처럼 사회적 정의를 위한 건강한 의식과 토론문화를 이뤄간다면 흥사단은 물론이고 전 사회에 걸쳐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의 악수가 퍼져나갈 것이다.
* 글 : 이갑준(조직국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