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세력 사이의 다층적 대화망을 구축하자
대화라는 발상의 전환
2009년 이후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경제제재와 한미연합군사훈련이라는 힘으로 압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기간 북한은 원자탄, 수소탄과 워싱턴까지 폭격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더불어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회복국면을 맞이했다. 국제사회는 제재를 유발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하여 북한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오히려 국가와 정권의 위기국면이라는 인식 속에서 내부체제단결이 강화되는 제재의 역설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핵과 미사일 실험과 이에 대응하는 핵폭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잠수함, 항모공함이 동원된 연합군사훈련, 그리고 유엔 안 보리 역사상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재라는 강대강의 대결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제시된 것이 대결의 악순환 구조를 신뢰와 대화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키자는 발상이었다. 2018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이 시작되면서 상호 핵실험과 군사훈련 동결이라는 평화를 위한 상당한 전진이 있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조치와 선제적 능동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등을 폭발했다. 한미 양국도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훈련과 같은 연합군사훈련을 영구종결하고, 남북 사이에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70년 적대관계가 대화를 시작했지만, 수차례 교착국면이 반복되고 있다. 불신을 바탕으로 하는 적과의 대화라는 구조적 특성상 교착국면마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의 특성 중의 하나가 투 레벨게임(two-level games)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국제정치학자 퍼트남(Robert D. Putnam)은 국제 협상은 상대국과의 대화와 더불어 국내적으로 다양한 내부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교착국면은 적대적 대화의 구조적 특성
한반도 평화와 핵 협상은 국제적으로 북미 남북 사이의 냉전체제의 해체와 더불어 국내적으로 냉전강경세력과 평화대화세력 사이의 대립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제적 냉전해제와 국내적 냉전체제의 해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시기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냉전세력 간의 적대적 공생이 이루어져 왔다. 이 들 냉전세력은 냉전반공주의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많은 냉전편익에 향유하며, 평화편익을 주장하는 평화세력을 억제해 왔다. 평화대화 과정에서 평화편익이 발생하면서 냉전편익이 침범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각국의 냉전세력은 적과의 대화가 불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평화협상이라는 적대적 대화는 살얼음판 위에서 마라톤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욱이 패권국이라는 우월한 지위의 행위자가 참가하면, 상황은 한층 복잡해진다. 패권국은 대화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국제질서를 제안,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의 심판과 같 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중간경로나 목표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패권국이 양보든 강압이든 어느 쪽도 자율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로 코언 청문회가 영향을 미쳤다고 스스로 인정을 했고, 합의문이 작성되어 자신이 서명할 수도 있었지만 서명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발언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폴리타고에 백악관 관계자들은 볼턴 보좌관이 참가하며 합의가 달성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대화파들이 그를 배제하려고 노력했으나, 정상회담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참석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정치상황이 양국 회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냉전편익에 길들여진 냉전세력 사이의 공생관계를 끊는 평화세력의 연대가 중요하다. 또한 교착국면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평화세력 간의 다층적 대화체제를 구축하자
평화협상이 진전되고 핵물질검증이나 테러국 지정해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본격적 검증이 시작되면, 상호 속고 속이며 보이지 않았던 더욱 많은 지뢰가 노출될 것이다. 북미 국교 수립까지는 지속적인 살얼음판 위에 마라톤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협상 자체가 물거품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망을 다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안보와 경제를 다루는 정부 간 정치협상과 더불어 비정치적 분야에서 체육예술계, 종교계, 학계, 지자체, NGO 등의 교류를 강화하여 다층적 안전망을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대로 제재품목을 제외한 그 외 인도주의적 물품과 민생물품을 중심으로 경제교류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접촉은 조건 없이 재개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이며 대담한 접근과 더 불어 다자회담과 민간분야의 교류협력을 다층적으로 병행하여, 냉전세력의 적대적 공생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도록 해야 한다. 독일 통일 이전 지속적으로 국가간 2+4 정상회담, 다자간 고위급회담과 더불어 동서 민간교류라는 다층적인 협력과정이 평화협상을 견인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 글 : 박종철(흥민통 도산통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