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잠시 온 비 때문에 아침은 매우 습하고 찝찝한 날이었다. 하루 전 진행되었던 예비군 훈련과 그 뒤풀이는 피곤의 여파와 부은 얼굴은 맞이하게 했고, 땀이 줄줄 흐르게 하는 무더운 날씨마저 하루를 짜증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거창이라는 멀지도,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목적지는 막연히 거리감이 느껴졌기에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과연 2박 3일간 진행되는 이번 일정이 유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시작하기도 전에 겁부터 덜컥 들었다. 전국의 흥사단 아카데미가 모이는 자리였기에, 준비되지 않은 아카데미의 회장으로서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마음을 안고서 리더십 캠프가 열리는 거창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거창 월성 수련원으로 가는 길은 시골길이었다. 덕유산에서 채취했다는 나물로 만든 비빔밥을 거뜬히 꿀꺽하고선 산길을 한참 돌았다. 다람쥐 한 마리가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나 냇가를 하나 건넌 뒤 숲길을 가로지르자 월성 수련원이 나왔다. 산 중턱에 위치한 건물치고는 자연과 잘 어울려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 구성에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학생의 흥미와 참여도를 유발할 수 있는 강의들을 먼저 구성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학생들의 집중도를 모았던 것 같다. 앞선 두 수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토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토론 경험과 준비가 거의 없는 우리 경상대 아카데미 회원들 및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캠프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토론의 첫 번째 순서에 내가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조원들에 비해 역할과 그 능률이 부족했다. 다음 날 있을 토론대회가 막막하다고 느껴졌다. 인금인상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우리는 모의 6자 회담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또 인상 깊었다. 막연히 생각할 수 있는 토론 문제를 서로 역할을 부여하여 토론해봄으로써 ‘통일’이라는 주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남한의 입장뿐만 아니라 북한, 더 나아가 중국, 미국, 러시아 등 관계된 여러 나라의 입장을 각자의 생각을 통해 토론하는 것으로 통일이 좀 더 복잡하고 세계와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론 대회 및 토론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거창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자 거창투어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가장 먼저 가게 된 곳이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관련된 장소였다.
우리는 민족상잔의 역사라는 흉터를 짊어지고 있다. 전쟁 중 민간인 희생자의 수가 군인 전사자의 수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군 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억울하게 희생된 거창양민학살사건 희생자 위로비를 볼 때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학살 사건의 희생자는 순박한 농민들로 전쟁의 광기, 특히 국군의 과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기리기 위해 우리는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 뒤, 우리 일행들은 숙소로 이동을 했는데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는 거창의 유명한 고택으로 교과서에서만 보던 한옥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기에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주인아주머니께 고택에 관한 역사와 고택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좀 더 깊은 역사가 느껴졌다. 역사 깊은 한옥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을 하고자,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다른 흥사단 아카데미 회원들과의 정의돈수에 힘 쏟았다.
글 : 흥사단 경상대학교 아카데미 남택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