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민단체의 신뢰 회복 기대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흥사단 등 4개 시민단체가 신뢰 회복을 위해 NGO(비정부기구) 사회적 책임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회적 책임 운동 준비위원회는 오는 3월 말까지 NGO의 사회적 책임을 공론화하고 핵심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뒤 4월에 사회적 책임 헌장 및 행동 규범을 선포하고 관련 지침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해 새로 만들어질 헌장과 규범, 지침을 준수하길 기대한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2만여개로, 대부분이 직능, 교육, 종교, 친목 단체이고 공익 추구나 자원봉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NGO는 5천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여론 형성과 정책 입안에 도움을 주고 국민들로부터도 높은 신뢰를 받아왔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과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하기) 운동 등에서 보듯 정치, 사회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래서 시민단체를 제5의 권력기관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 편향성과 일방주의 등으로 신뢰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회원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박병옥 준비위원장은 "시민단체들이 높아진 사회적 기대 수준에 부응하는 활동 성과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사회적 신뢰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사회 전체의 편익(便益)을 고려하기 보다는 정치적 약자 등 소수의 입장만 대변하거나 나만 옳다는 오류에 빠짐으로써 무책임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뉴라이트(신보수) 진영이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진보 진영이 반(反)보수 연합을 구성하겠다고 하는 등 보혁 단체들이 너무 깊숙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되레 시민들의 반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념이나 신념에 따라 공약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부의 2중대 역할을 한다면 시민단체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NGO들은 정치 문제 보다는 국제원조와 환경,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다.
교복값 인하 운동을 해온 한 학부모단체가 교복 업체에 거액의 발전 기금을 요구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년에는 참여연대가 재벌그룹 특수관계인의 주식 거래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업에 후원금 약정서를 보내 빈축을 산 바 있다. 정의감과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는 시민.학부모단체가 철저히 감시해야 할 기업에 손을 내민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NGO의 탈선은 그 자체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운동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이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토대로 헌장과 규범을 만들고 실천한다면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제고되고 추락한 신뢰도와 순수성은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문화일보 2월 22일자 지면에 게재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