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월 헝사단 제주지부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시민을 위한 소모임을 만들 필요성을 갖고 당시 사무국장님인 권재효 단우와 고영철 단우께서 추진하여 무화유산답사회, 오름탐사회, 대금교실, 풍물교실이 탄생되었다. 당시 군복무 중이라 시간이 많았던 형편이기에 문화유산답사회와 오름탐사회에 참여하여 한달내내 일요일이면 산으로, 들로 답사를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께선 ‘산에 어멍 아방 이시냐’ 하시며 핀잔을 주시면서도 걱정이 되셨는지 숲속이든 대나무 밭 같은데 갈 적에는 발밑을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당시에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를 못하다 답사를 다니면서 부모님께서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초창기 문화유산답사회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면을 차지한 제주 역사를 주로 찾아다녔다. 그 이유는 제주 역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교과서처럼 본 것이 제주통사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훨씬 답사 여건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20년 동안 축적된 고영철 선생님의 답사 자료가 홈페이지에 올라있고 많은 학자가 연구한 제주도에 관한 자료도 많고 각 마을별 리지나 향토지들도 나오고 정부기관에서 발간된 괜찮은 자료도 많이 있다. 아무튼 90년대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도민의식 또한 상당히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활동을 하여도 같이 답사를 가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회원이없으면 유명무실하게 된다. 우리 문화유산답사회도 20년을 돌아보면 처음에는 주변의 연줄로 회원을 모집하였고, 다음에는 신문에 광고를 하여 회원을 모집하였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와서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감에 따라 인터넷 카페 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조지연 회원이 제주문화유산답사회 카페(http://cafe.daum.net/jejuhistory)를 개설하였다. 인터넷 카페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홍보와 회원 모집이 수월하게 되었다.

제주문화유산답사회 까페메인 화면
답사를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사전 답사를 하고 답사자료도 작성하여야 한다. 답사를 진행할 때마다 자료를 작성하는 일이 번거롭게 되어 1999년에는 사전에
6개월분의 답사자료를 작성하여 책자로 발간하여 배포하였다. 답사 안내자가 6개원 전에 답사자료 원고를 작성하면 조지연회원이 이를 편집하고 인쇄하여 회원에게 배포하였다.
답사 안내도 한 두명이 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회원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게 했다. 처음에는 안내자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답사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축적되어 이제는 제주문화유산해설사 자격을 가진 회원이 20명이 넘게 되었다. 회원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안내를 맡았던 전환기가 있었기에, 그 당시에는 참으로 어려웠지만 제주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답사 당시에는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오히려 의미가 있고 뜻깊은 일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문화유산 답사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답사회를 거쳐간 연인원 4,000여명의 회원 또한 제주문화유산답사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메신저가 기꺼이 되었기에 제주 사회에 작지만 강한 변화가 태동하였으리라 확신한다.
- 사진 : 180차 정기답사(2009년 2월 10일, 정읍민속마을)
- 글 : 제주지부 단우·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원 김성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