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 순국 76주기(2014년)
추 념 사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동포에게 나아갈 좌표를 제시해 주신 선생님.
좌절하고 상처받은 민중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해주신 선생님.
선생님을 민족의 사표로 존경하고 따르는 저희는 선생님의 순국 76주기를 맞아 숭고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선생님의 삶과 철학을 생각하며 힘겨운 오늘을 헤쳐나갈 지혜를 구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지난 2013년은 선생님께서 창립하시고 애정과 열정을 쏟았던 흥사단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해였습니다. 흥사단 동지들은 한국과 미주 각지에서 창립 100주년을 축하하고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험난했던 지난 100년의 민족사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며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지도와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수 국내 민간단체로서 100년간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적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온 것은 우리 역사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흥사단의 역사는 한 단체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저희는 선생님을 대할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선생님이 꿈꾸셨던 ‘복된 민주공화국’, ‘훈훈한 사회’를 만드는데 너무나 미약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선생님께서는 임시정부 신년축하회에서 ‘과거에 황제는 1인밖에 없었지만 금일은 2천만 국민이 모두 황제’라고 하시며 ‘과거의 주권자는 오직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국민 모두가 주권자’라고 갈파하셨습니다. 이는 민주공화국 사상의 정수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국민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최근 생활고로 좌절하며 생을 마감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다 숨지거나 직장을 잃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경제평등’이 실현된 ‘복된 사회’와는 너무 먼 현실입니다. 모든 국민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환경을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념으로 갈등하는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이념은 동포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념으로 편당을 짓고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사회, 왜곡된 교과서를 발행하고 이를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는 사회는 결코 선생님께서 바라던 독립된 나라의 모습을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성찰하며 도산 선생님의 철학과 사상을 다시금 되새기겠습니다. 민족의 화합과 소통, 번영을 위해 흘리신 땀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동북아는 경제 협력과 상호 교류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안보의 불안이 증대되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 관점으로 국제문제에 접근하면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희의 힘은 미약하지만 선생님의 평화사상을 다시 조명하고 발전시켜 동북아 평화를 위해 힘써 나가겠습니다.
선생이시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열악하지만 능히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또한 선생님의 발자취 속에서 길을 찾는 후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나마 ‘인류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저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이제 흥사단은 10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갑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귀감을 되새기고 더욱 발전시켜 우리 사회의 성숙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편히 영면하시옵소서.
2014년 3월 10일
흥사단 이사장 이윤배 삼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