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정용상 흥민통 공동대표 (도산통일연구소 부소장)
3월 15일 토요일 오후! 저는,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가고파의 가사를 읊조리며 마산 어시장변 부둣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임께서 어린 시절에 청운의 꿈을 안고 호연지기를 키웠을 마산 앞바다를, 시공을 뛰어넘어 마치 임의 분신이라도 된 듯 여유로이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저 바닷속 용왕님께 우리 임을 병마로부터 구해 달라고 애원하며 걸음을 멈추던 순간! 아뿔싸! 사랑하는 임께서 이승에서의 삶을 접고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는 비보를 접하였습니다. 하늘이 함몰하여 쏟아져 내리는 청천벽력의 소식에 망연자실하며, 도저히 믿을 수도, 결코 믿고 싶지도, 차마 믿기지도 않는 비보를 접하고 하늘을 쳐다보니 함께 했던 지나온 너무도 귀하디귀한 짠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전신을 흔들었습니다.
그 사이 주고받은 문자 속에 임의 간절한 통일조국의 열망! 저희와 함께 하고픈 소망! 강렬한 투병 의지를 다짐하셨는데….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의 상징이신 이봉조 대표님! 우리 서로가 이토록 사랑하는데 어찌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 떨어져 살란 말입니까?
마음속 깊이 정말로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봉조 대표님! 통일운동은 도산의 대공주의를 계승하고, 통일은 민주주의의 실현과 민족통합까지 아우르는 통일이어야 하며, 통일운동에는 통일의 실질적 수혜자이자 주체인 국민이 참여하는 범국민통일운동이어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동시에 우리 세대의 운명이자 사명이라시며 저희에게 진정한 통일운동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시고 그 길로 일로매진하라 독려하셨지요?
함께 통일을 이루어 조국을 지키는 지킴이 되고, 민족을 섬기는 섬김이 되어 나아가자던 그 약조는 어찌하시고 홀로 하늘나라로 가시렵니까? 통일조국을 위해 일평생 노심초사·일구월심으로 언제나 한결같이 반듯한 세상의 받듦이며, 반드시 당신의 세대에 통일을 이루는 이김이가 되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통일조국을 유산으로 물러줘야 한다시던 임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임을 차마 보내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이렇게 아파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원통하고 억울하지만, 당신을 고이 보내드리려 합니다. 저희의 아쉬워하는 이 마음을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저희에게는 일상의 마디마디, 순간순간 임의 사랑과 배려의 손길이 묻어 있으며, 통일운동을 통한 깊은 형제애와 동지애가 서려 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2011년 8월 6일부터 7박 8일간 동북아청소년 친선문화제에 참여하여 처음부터 끝나는 날까지, 24시간을 똘똘 뭉쳐 함께 붙어 지내면서, 참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통일을 논하고, 역사를 논하고, 이념을 논하고, 세상을 논하고, 노후를 논하고 자식을 논하면서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한 깊은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표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베풂의 사랑을 받으며 당신의 지극히 큰 사랑, 큰 믿음을 보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분위기를 띄워 주시고, 좁은 공간 속의 질서를 상대방 중심으로 세워 주신 그 아량과 관용의 넓은 임의 품이 이 순간 감동의 전율로 다가옵니다.
백두산 중턱 민속촌에서 비 맞은 옷과 신발을 말리고, 씻고 하는 동안 도란도란 함께 했던 당신의 그 소박한 미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통화에서 이도백하로 가는 야간열차 칸에서 벌어진 박장대소의 즐거움 넘쳤던 그 순간순간이 소멸시효도 없이 영원히 제 뇌리에 담겨 있습니다. 명동촌 윤동주 생가 견학 중, 우리 둘이 의기투합하여 북한의 회령지역을 조망하는 삼합 지역을 쏜살같이 승용차를 달려 다녀온 기억도 지금 생각하니 참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작년 봄 진도통일 기행에서 진도아리랑을 배울 때 둥실둥실 두둥실 함께 하며 남도문화예술에 흠뻑 젖었던 일, 또 가을에 진도문화예술제에 참석하여 배가 많이 흔들리는 선상에서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토속음식을 나누던 추억! 일행을 놓쳐 쑥스러워하시면서도 천진한 표정을 지으시며 슬그머니 오셔서 저희와 함께 향토문화예술공연에 푹 빠졌던 그 날 밤의 추억을 어찌 잊으리오!
조국통일을 염원하시던 그리움의 이름 이봉조 대표님!
비록 하늘이 우리의 일상의 연을 갈라놓았으나 영혼의 교호를 통해 더욱 알뜰살뜰 사랑하며 통일을 노래하고 조국을 노래하는 더 높고 고상한 하늘 세상에서 함께 봬요.
필생의 신념으로 조국통일을 위해 달려오신 임의 삶의 족적은 우리에겐 엄존하는 통일의 역사입니다. 행복한 통일! 축복의 통일을 향한 진리의 길입니다. 임께서 쌓아 올린 그 거룩한 통일을 향한 제단은, 갈등과 분열과 반목과 이반의 얽히고설킨 세상적 고단함을 해체하고, 서로 크게 협력하며 더불어 사는 홍익인간정신으로 단합된 민주시민 사회를 받쳐 주는 소통의 길이요, 통합의 길이요, 통일의 길입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만인의 연인 이봉조 대표님!
질병 없고 고통 없는 하늘에서 이제는 편히 쉬소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심을 얻으소서. 평화를 누리소서. 임의 유업을 받아 저희가 나아가는 통일 대장정! 그 장도에서 임께서는 통일 프론티어, 통일 파이오니어, 통일 컨닥터로 저희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정말로 존경합니다. 너무도 사모합니다. 꿈에서라도 가끔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