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4.13총선을 앞에 두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20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이다. 이번 선거는 집권 4년차를 맞이한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동시에, 내년 12월에 있을 제19대 대통령선거와 직결된다고 하는 점에서 중요하다.
각 당에서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큰 내홍을 겪고 있다. 여당은 계파(친박, 비박간)간 주도권다툼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야당은 분당(더민주당, 국민의 당)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여당의 주도권 쟁탈은 내년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분파된 야당은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을 발견하기 어렵다. 여당은 총선을 통해 국가경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야당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어떻게 선거에 임하여야 할 것인지 매우 불안한 심경이다. 이런 때에 근대 민족지도자인 도산의 정치력(리더십)이 새삼 그리워진다. 상해임시정부 성립기에 보여주었던 도산의 행적을 살펴봄으로써 이번선거에 시사하는 바를 보고자 한다.
정치지도자로서 도산의 면모는 상해임시정부가 태동하는 과정에서 잘 보여준다. 도산이 참여한 독립협회, 신민회, 대한인국민회의, 그리고 흥사단 등에서의 활동은 사회지도자로서 도산의 면모를 볼 수 있다. 특히 도산의 행적과 사상은 모두 일관성을 갖고 전개되었다.
먼저 상해임시정부가 태동하는 과정에서 도산의 행적을 보기로 한다. 상해임시정부는 국내에서 3.1 운동의 결과물로 태동한 것이다. 3.1운동 소식을 접하고 나서 도산은 3월 15일 <대한인국민회> 전체 대표회의를 소집하였다. 총회는 ‘결의문’과 ‘중앙총회포고문’을 통해 원동에 대표를 파견하여 임시정부 수립에 봉사하게 하고, 원동과 구미각지의 경비지원을 위해 애국 특연금(특별후원금)을 결의하였다. 그리고 도산은 4월 5일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5월 25일 상해에 도착하였다.
도산이 상해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국내외에서 8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선포되었고, 6개 임시정부에서 내각명단을 발표하였다. 도산은 이승만과 함께 모든 내각명단에 포함되었다. 이처럼 각지에 여러 임시정부가 태동하였으므로 대외적으로 통합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안이었다. 도산은 한 달여 동안 여론을 수렴한 후에 6월 28일 상해임시정부의 내무총장으로 취임하고, 통합된 임시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다. 도산은 여러 개의 임시정부 중 국내에서 선포한 한성정부(4.23)안을 중심으로 하면서, 노령 대한국민의회 정부(3.17), 상해임시정부(4.17)안 등을 참고하였다. 그것은 한성정부안이 3.1운동 이후 국내에서 비밀리에 국민대회를 거쳐 성립한 것이므로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하는 이유에서이다.
그 결과 9월 6일 임시의정원에서 정부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이승만을 선거하였고, 9월 11일 임시정부헌법(58개조)을 선포하고, 국무총리 이동휘, 내무총장 이동녕, 재무총장 이시영, 법무총장 신규식, 노동총판 안창호 등을 선임하였다. 통합된 임시정부헌법은 그 이후 우리나라 임시정부의 기반이 되었고, 그 이후 제헌헌법(1948.8.15.)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하였고, 현행헌법(1987.10.29.)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라고 하여 그 법통성을 계승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보여주는 도산의 정치적 리더십의 성격은 무엇일까?
첫째, 하나의 가정이지만, 다양하게 나타난 임시정부들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였다면 3.1만세운동의 귀결은 어떻게 되었을까? 8개의 임시정부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정부로 묶는 것은 그만한 경륜과 품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임시정부의 통합을 위해 헌신한 도산의 리더십은 정파적이 아니고 ‘통합적’ 리더십이라고 할 것이다.
두 번째, 도산은 통합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임시정부 시정방침을 수립하는데 집중하여 1920년 1월 내정, 군사, 외교, 재정, 교육, 사법 등 6대 방략을 제시하고 이를 국무회의를 거쳐 임시의정원에서 3월 임시정부 시정방침으로 선포하였다.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독립운동방략을 제시한 도산의 리더십은 ‘미래지향적’ 리더십이라고 할 것이다.
세 번째, 통합된 임시정부가 성립하고 난 후에 도산은 “오늘 나의 기쁨은 극도에 달하여 미칠 것 같다.”라고 하였다. 자신은 상해임시정부 내무총장에서 통합임시정부의 노동국총판으로 물러 앉으면서도 오로지 통합임시정부가 성립한 것만을 기뻐 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임시정부의 수립을 기원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도산의 리더십은 자아실현이 아닌 ‘공익우선적’ 리더십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제 31일부터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유권자들은 피할 수 없이 지역구 후보 및 전국구(비례대표) 후보들에 대한 정당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관점에서 선거를 바라보고 후보자들을 선택하여야 할 것인가? 유권자들이 총선에 바르게 접근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2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먼저, 정당을 바라보아야 한다. 집권여당은 계속적인 정권재창출을 위하여 이번 총선에 임하고 있다. 집권정부의 중간평가에 해당하는 이번 총선에서는 집권여당은 당초 표방한 정강정책을 잘 구현하고 있는지, 현안 문제들, 소득격차, 청년실업, 노인문제 등 사회문제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동북아관계, 동아시아관계 등 안보정책을 잘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야당은 과연 수권정당에 합당한 비전과 의지가 있는지, 현안사회, 정치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각 당에서 추천한 비례대표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후보자 개인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후보자가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와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입법을 통해 국가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수립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 한국 정당정치의 고질적인 분파적 입장에서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당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들인지, 이전 공직에서 부정부패한 경험이 있거나 공직을 사유물로 간주한 전력을 갖고 있었는지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을 보고 판단하되 정당정치의 거시적인 측면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럴 때 이번 총선은 내년도 대선의 전초전이 되고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부응하는 한국의 정치를 구현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 글 : 이석희(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