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이는 토끼보다 길에 대하여 할 이야기가 많다.’ 레바논의 시인 칼릴 지브란의 시 속 한 구절입니다. 만화 속에서 토끼는 거북이보다 한참을 앞서가는 ‘빠른’ 존재고, 그에 비해 거북이는 토끼보다 한참 ‘느린’ 존재로 그려져 있죠. 하지만 모든 일에 변인이 하나일 수는 없는 것처럼, 속도라는 것이 우열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과정 속에서 어떠한 성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토론대회를 준비하고 직접 부딪혀 보며 많은 것들을 느꼈고, 그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저 구절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과정 또한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라는 주제 아래에서 제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만 16세일까?’, ‘참정권의 범위는?’ 등 계속해서 생기는 질문에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처음 토론에 접근할 때 그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어려움에 회유가 아닌 강경으로 맞섰습니다. 먼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찬성측과 반대측에서 각각 내비칠 수 있는 주장과 이 토론에서의 논점을 정리했고, 그 이후에는 주장에 뒤따라야할 타당하고 사실에 기초한 근거자료를 수집해야 했습니다.
저희 팀이 정리한 논점 첫 번째는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은 정치적 결정을 할 능력이 부족한가.’였습니다. 이 논점에서 찬성측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문제’에 대해 한국 청소년의 의식이 과거와 다르게 발전했다는 점을 주장해야 했습니다. 그에 비해 반대측은 ‘아직까지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은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라는 주장을 위해 성인의 뇌와 청소년의 뇌의 차이, 청소년 뇌의 발달 과정 등의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조사 해 본 결과 ‘뇌에서 시냅스 가지치기와 같은 뇌 성숙 과정이 일어나면서 회백질 부피가 줄어들게 되는데,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나 운동조절능력 영역은 10살 전후부터 회백질이 얇아지나, 판단, 의사결정 등의 고등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부위는 10대 후반에 가서야 회백질이 얇아지기 시작한다.’ 라는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고, 이 자료는 대회 때 저희들의 핵심 자료로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SNS와 군중심리의 작용이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였습니다. 반대 측은 이 논점에 대해 SNS는 좋은 정보도 있지만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청소년 또래 집단 내에서 ‘동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청소년의 자율성과 도덕적 판단 및 도덕적 행동 발달을 방해한다.’ 라는 주장을 펼치며 찬성 측에서는 이에 대해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고, SNS에 의해 잘못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청소년의 군중심리가 정치적으로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반박이 가능했습니다. 이에 정치라는 분야는 항상 다양성과 미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당이라는 것이 있고 정책적 측면과 이념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임을 근거로 들었고, 그에 따르는 예시로써 최근 정부 같은 경우 기성세대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해 참정권을 행사한 결과이나 국정농단 사건 등이 있게 되었음을 밝히고, 정치라는 것이 매우 변칙적이기에 예측이란 것이 불가능하므로 정치적 판단에는 잘잘못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논점은 ‘민주주의의 산 교육인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인가.’였습니다. 이 논점에 대해 찬성측은 우리나라 헌법 전문의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기회를 균등히 한다.’라고 쓰여 있기에 모든 영역에서의 기회를 최대한 균등히 한다는 것에는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주는 것 또한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측에서는 세계의 많은 나라가 만 18세 선거권 보장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만 19세로, 학생들의 사회정치적 관심도의 향상에 따라 1세 정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정당하다 할 수 있으나, 16세까지의 급진적 하향은 너무나 시기상조임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 실전에서는 준비한 자료들을 연습이 아닌 심사위원이 있는 대회인 만큼 전달력 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발제를 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자료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되어 있어야지만 교차 질의 때 본인의 주장을 충분히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또한 그래프나 표 등을 청중들에게 실제로 보이면서 설명 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또한 남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토론이라는 것이 승패라는 것을 떠나서 참정권과 민주주의라는 평소에 다뤄보기 힘들고 교육과정에서 지나칠 수 있는 내용을 심화해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토론이었습니다.
중국의 학자 맹자는 “그대에게서 나온 것은 그대에게로 돌아간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흥사단 토론대회는 언론인이라는 꿈을 가진 저에게 주제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고루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이었으며, 논제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함양할 수 있었던 교육의 장이였습니다.
또한 결과라는 열매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번 토론은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떠나 그 과정에서 있었던 팀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에 더욱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태껏 학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시고 무엇보다도 용감하게 문제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심어 주신 손학규 선생님, 또한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큰 문을 앞에 두고 중, 고등학교 6년 동안 함께한 팀원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주신 흥사단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흥사단의 한 단우로서 그 명예와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글 : 경산고 겐트위한팀 윤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