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유공자 후손과 함께하는 임시 정부 탐방>을 다녀와서
저는 외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그 덕에 제가 국가유공자 자녀가 되어 여러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외할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어떤 분이셨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흥사단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유공자 후손과 함께하는 임시 정부 탐방’ 프로그램 참가신청서를 준비하면서 어머니를 통해 외할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광복군 제2지대에서 OSS훈련을 받으셨고 초대체육부장과 신생 훈련단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이번 탐방을 통해 외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더 가까이, 그곳의 현실이 어땠는지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탐방 사전 교육이 있던 날에는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습니다. 기숙사에서 아침부터 나와 서울로 올라가서 피곤하기도 했고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처음 본 사람들과 했던 활동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기력했고 조금 차갑게 보였을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원들이 저를 놓치지 않고 이끌어 준 점이 고마웠습니다. 조원의 배려에 마음만은 따뜻해서 온 하루였습니다.
첫째 날, 충칭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에 가다
평소에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죽음을 맞이했을까?’, ‘안 무서웠을까?’ 등등 죽음 앞에 서면 그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히 연상되어 자숙해지는 모습을 가져 조의를 표했었는데, 이번에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화상산한인 묘지 옛터를 못 가고 멀리서만 바라보게 되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갔을 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방에서 자고 생활했지만, 그곳이 나라를 만들려고 준비한 임시정부였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보여줬고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둘째 날,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다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역사책으로 봤던 기사나 사진들을 봤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배우고 외운다는 느낌이라 큰 감명을 받지 못했지만 이렇게 대학살 기념관에서 사진을 보니 내가 그 당시로 가서 실제로 경험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무덤 형태의 반지하 전시실은 수많은 유골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그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참혹한 장면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은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우리나라도 월남전쟁 때 베트남 여성을 성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과하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그 당시에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통령들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에 끊임없이 사과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실에 대해 부정하며 사과조차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후대의 사람이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이번 장소는 이러한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보탬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난징 이제항 위안소에 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날, 슬퍼하지 말라
상하이임시정부는 정말 비좁았습니다. 계단도 좁고 방도 좁고 한 나라의 정부라 불리는 곳이 너무 초라하여 슬펐습니다. 그곳의 구조를 알려주는 모형이 있었는데 상하이임시정부는 청사가 아니라 그냥 집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독립을 준비하셨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라웠습니다. 벽에 걸린 ‘애기애타’ 도산 선생의 휘호를 보면서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잡으셨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윤봉길 의사께서 도시락 폭탄을 던진 훙커우 공원(루센공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윤봉길 사료관에서 본 영상 중 윤봉길 의사가 두 아들에게 남긴 편지 중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라는 글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신이 죽는 것을 알면서 자식한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으며 아버지의 편지를 본 아들들은 얼마나 더 슬펐을지 또 얼마나 자랑스러웠을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이번 탐방을 통해서 임시정부가 옮겨갔던 곳을 가봤는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애국심을 잃지 않고 독립의 의지를 굳건히 하여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힘써주신 독립운동가분들에게 정말 감사를 표하고 외할아버지께서도 느끼셨던 극역을 다소나마 체험하였습니다. 낯가림이 심하여 어울리기가 힘들 거라는 부모님의 우려와 달리, 조원들과 형, 누나들이 잘 챙겨줘 고마움 속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외할아버지의 발자취를 걸으며 체험할 수 있게 해준 흥사단 독립유공자후손돕기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탐방을 함께 해주신 이춘재, 나종목 대표님과 열심히 강의를 해주신 이은숙 원장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소감문을 마칩니다.
* 글 : 이현호(흥사단독립유공자후손돕기본부 장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