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동북아 평화를 위한 일본 학습탐방 및 교류회 감상문
교육운동본부는 작년 여름, 30여명의 이주배경 청소년 및 선주민 청소년, 이를 지원하는 학부모 등과 함께 중국 상해부터 중경, 서안까지 임시정부 경로를 따라서 역사탐방을 다녀왔다. 이를 계기로 후속활동의 일환인 <청소년역사탐방동아리>를 창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2018년 한해는 민주시민교육활동가로서 민주시민교육의 매우 비중 있는 영역으로 '역사정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탐방 동아리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동아시아의 공통된 '역사정의'에 대한 '성찰'과 이를 통한 '평화'는 동북아 세계시민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2차 세계대전의 가해국인 일본과의 교류 및 화해의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게다가 동북아_한국+일본+중국 청년 대학생들 간의 평화 교류는 매우 소중한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역사정의 학습과 동북아 평화 네트워킹 열망이 흥사단이 4번째 이어가고 있는 '동북아 평화를 위한 일본 학습탐방 및 교류회'로 이끌었다.
첫째 날, 첫 일정으로 윤동주 시인과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있는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갔다. 두 시인의 시비에 우두커니 서서 한글로 쓰여 진 그들의 시를 읽고 있노라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올라왔다. 일제강점기, 가해국 일본 땅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 지, 그 고독함과 슬픔을 예술로 승화하기 까지 얼마나 힘든 슬픔이 있었을지 생각하니 숙연함과 뭉클함이 복받쳐 왔다. 마침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춤사위가 시비 앞에서 어느 무용가에 의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고단하게 살다갔지만 한국인에게도 일본인에게도 훌륭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일본 속에서 투쟁했던 독립운동가, 예술인들도 있지만, 우리의 민중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오사카에 있는 우토로와 쯔루하시, 재일코리안청년연합, 나카오사카 조선 초중급학교를 방문하면서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재일동포들의 삶의 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우토로 마을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가 함바(노동자가 집단으로 합숙하던 가건물)를 만들어 생활하면서부터 형성된 재일 조선인 마을로, 현재 재일동포 65세대 약 2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후 약 50여년 간, 일본 행정도 방치한 상태의 상하수도 시설도 갖추지 못한 우토로 마을을 1989년 닛산이 주민들 몰래 토지를 매각함으로써 주민들은 강제퇴거의 위기에 몰렸지만, 이러한 소식을 들은 한국 시민, 재일동포사회,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동참으로 민간차원으로 17억원의 모금이 이루어졌고, 우토로 토지를 확보하고 공영주택 건설이 일부 이루어 졌고, '우토로 역사기념관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우토로 마을을 둘러보면서 역사 속에서 살아져 갈 뻔한 우토로 마을이 해방 이후에도 일본 사회 에서 겪었을 차별과 설움을 현재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에 착찹함을 느꼈다. 하지만, 재일코리안청년연합과 나카오사카 초급학교를 방문하면서 그들이 차별의 역사 속에서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노력해오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그들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또 오세요.'라는 말로 연대의 강력한 호소를 보내시는 나카오사카 초급학교 교장 선생님의 말을 뒷전으로 하고 교토의 리츠메이칸 평화박물관으로 향했다. 역사 교과서 사건 등으로 일본의 역사 교육의 부재 및 왜곡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리츠메이칸 대학생들을 추모하고 전쟁의 역사를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해 세워진 레츠메이칸 평화박물관은 일본에서는 드물게 전쟁으로 인한 일본의 피해 뿐만아니라 가해국 일본의 역사도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세 분의 노년의 여성분들이 전시물들을 설명해 주셨다. 가해의 역사를 숨기기보다 기억하고 반성하는 일에 자원봉사 해설사로서 함께 하고 있고 보람을 느낀다고 하셨다.
그리고,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 기념 자료가 있는 일본 YMCA,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여성들의 인권운동을 하는 WAM을 방문했다. 특히, WAM 일정부터는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했는데, WAM은 일제 침략기,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피해를 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위해 세계적인 연대를 위해 노력하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꾸려가는 시민단체라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일본의 우익화로 인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와 왜곡된 역사교육, 왜곡된 미디어의 영향 속에서 ‘역사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양심적인 세계시민의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날,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을 때 일본시민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와 그로 인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 전범들과 함께 합사되어있는 한국인들의 유해를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 탐방을 통해 재일 조선인의 발자취와 그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의 연대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과거의 역사를 성찰하며, 특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대학생들이 역사 성찰적인 평화 실현 노력에 앞장선다면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한발 더 '지구촌 평화시대'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이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한 협력이 더욱 절실한 지금, 역사정의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일본시민들과 재일 동포들의 고군분투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 글 : 이윤미(교육운동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