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별바라기처럼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사무실 복도의 불이 다 꺼져 있었습니다.
‘아, 나도 남들과 같이 출퇴근했으면 좋겠다.’
3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면서 늦은 퇴근과 주말 수업이 슬슬 싫어지는 찰나,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심심풀이로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출퇴근 시간이 남들과 비슷해서 다른 사람 일할 때 나도 일하고, 남들 놀 때 나도 놀자는 단순한 생각,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을 운영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타격이 없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이 좋다든지, 어르신을 위한 봉사 정신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청년 시절에 성당에서 ‘레지오’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지내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향이 언제나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입니다. 노인의 부양문제는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도 경제활동 참여가 많아지면서 노인을 모시는 일이 핵가족 사회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많으니 회원을 확보하는 일은 수월하겠다고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주야간센터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일명 ‘老치원’이라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아침에 오셔서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가십니다.
처음에 1억 원 이상의 비용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센터를 멋지고, 근사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것도 1층이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볼 수 있게끔 문을 활짝 열어놓고, 폼나게 앉아서 상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뿔싸!! 이런 게 아니었어? 생각하며 내가 무엇인가 노인복지시설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개인 돈을 투자하고 시설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데 국가에서 복지기관으로 인정을 해줬다 하더라도 영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 잘못 선택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투자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단을 제작하고, 홍보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센터 근처 ‘우이천’에 많은 사람이 운동을 나왔고, 운동하시는 분 중에 장기요양등급을 낼만 한 어르신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앉아 계신다든지, 워커나 지팡이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께 다가가 ‘장기요양등급’에 대해 설명해드리며, 건강 상태를 묻고 등급 신청을 대행해드린다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설명을 다 듣고 ‘아줌마를 뭐를 믿고 주민등록증을 줘?’ 보호자들은 멀쩡한 부모를 등급을 내려고 한다고 화를 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억지로 장기요양등급을 낼 수는 없습니다. 국가에서 정한 ‘65세 이상의 노인성 질환을 앓는 자’여야 합니다.
맨 처음 주야간센터를 설립할 때 3~4개월이면 정상화가 되려니 생각하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홍보하기도 어려웠고, 어르신들 모집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방송에서는 ‘노인복지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1일 코로나 확진자가 50명 선이었는데 한 두 달 지나니 1천 명이 넘었습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포기’라고 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획을 세우자는 생각으로 3개월 동안 진행할 사업계획을 세웠습니다. 2020년 11월에 오픈하여 정상화가 되기까지 6개월이 걸려 2021년 5월이 되어서야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어르신들의 모습은 살아오신 세월이 있는 만큼 교양있고, 점잖으며 이해심과 배려가 많은 모습입니다. ‘乳치원’처럼 운영한다고 해서 ‘老치원’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더니(?) 어르신들도 순수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르신들은 금방 싸우고 화해하고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고.... 어제 싸운 친구가 오늘은 옆자리에 앉아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결석을 하게 되면 걱정을 해줍니다.
어르신들은 살아오신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하고 희생한 만큼 더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특화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해오셨던 것 중에 계절에 따라, 2월이면 ‘장담그기’ 3월에 ‘냉이 캐기’ 4월에 ‘봄나들이’ 5월에 ‘어버이날 행사’ 6월에 ‘쑥 뜯기와 쑥버무리 만들기’ 7월에 ‘감자 캐기’ 8월에 ‘허수아비 만들기’ .....연중 행사를 진행하고 전통놀이와 만들기 등을 하기도 하고, 노래 교실을 열기도 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노래도 부르고 ‘밥 먹으러 갑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등 제가 평소 듣지도 못했던 노래들을 신나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하루하루 행복합니다.
어르신들은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그리워합니다.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 단순한 말에도 감동을 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정말 큰 힘이 되나 봅니다. 뉴스에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를 보면서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르신들을 위한 주야간센터를 운영하면서 거창한 계획이나 사명감은 없습니다. 우리 센터에 오시는 분들이 건강하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과 저 또한 더불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김주연 (두이홈데이케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