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인문학교 ‘Politeia’ 참가기
안녕하세요. 흥사단 단우 여러분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단우 여러분께 글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김신국이라고 하며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2년 차 설계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저와 흥사단과의 인연은 대학 시절 안창호 평전을 읽고 감동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우리 집 근처 흥사단에서 운영하는 연화청소년독서실이란 곳을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흥사단의 문화혜택을 받으며 오랜 시간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흥사단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면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은 없어서, 지면을 보시는 분들은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이제부터 제가 한창 더웠던 8월 1일~2일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냈느냐고요?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보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흥사단 전국청년위원회가 주최하는 청년인문학교 ‘Politeia’ 개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참가 신청하였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는 문구들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요. ‘화끈하게 공부하고, 지겹도록 토론하자!’, ‘단발성 강의, 성공담 강의 같은 하룻밤 지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강의가 아닌 오랫동안 머리와 가슴을 단단하게 해줄 강의가 될 것이다.’ 이런 광고 문구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강의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 카리스마, 경력 등으로 중무장한 인기 강사가 많습니다. 다양한 이미지와 탁월한 구성으로 우리들의 얕은 집중력을 배려해줍니다. 인터넷만 조금 뒤져도 이런 최신 경향의 강의들을 쉽게 찾을 수 있지요. 그런데 들을 때는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보장해 줄 것 같지만 듣고 나면 뭔가 헛헛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 강의의 홍수 속에서 다른 스타일의 공부를 해보자고 외치는 흥사단의 청년인문학교 ‘Politeia’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게 될런 지 궁금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듣는 강의가 아닌 화끈한 토론을 겸비한 강의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보니 실제로도 화끈한 강의였습니다. 강의실 냉방이 원활하지 않아 정말 후끈 후끈했었지요. 농담이 아닙니다. 강사님의 땀이 와이셔츠를 덮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괘념치 않고 강의에 집중하시는 강사님의 태도에서 이 강의를 향한 곧은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강의는 토론을 겸하지도 않았고, 이미지나 영상도 없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1시간 넘게 쭉 달리는 강의였습니다. 서양 정치철학의 골격을 보고, 중요한 개념을 정리하고, 시대별로 자세히 파고드는 그런 강의였습니다. 지루한 강의겠다 예상되지만, 정말 흥미진진한 강의였습니다. 지칠 법도 한데 저를 포함해서 함께 듣는 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이 총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동의로 밥 먹는 시간을 줄이고, 마침 시간을 미뤘습니다.
첫째 날, 해가 쨍쨍한 낮에 들어와서 캄캄한 밤에 강의 장소인 동국대학교를 나왔습니다. 하루 반나절을 책상에 앉아 강의를 듣고, 듣고, 또 들었습니다. 서양 철학자들의 신변잡기용 이야기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핵심사상, 철학의 큰 줄기들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짙었고, 계속해서 이 주제에 집중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강의를 들으니 힘들다고 너스레를 떠시는 어르신도 한 공간에 계셨고, 덥다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어르며 강의를 듣는 주부도 계셨습니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쓸 것 같은 나이의 어려 보이는 대학생 친구들도 앞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한여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부의 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양 정치철학은 저에게 낯선 주제였습니다. 정치철학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강의를 통해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강사님의 목말을 타고 보았던 서양 정치철학의 큰 줄기였지만 이 줄기를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조금씩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강사님과 자주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양정치사상은 내 삶과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정치 형태의 근원은 서양의 정치철학사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에서 그저 흐르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선 삶을 구성하는 큰 줄기들을 볼 줄 알아야겠습니다. 역수 어처럼 생동감 있게 살아가려면 이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들을 볼 줄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시야를 갖기 위해선 아직은 여러 선생님의 도움과 배움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박 2일의 시간 중 하루밖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뒤풀이를 포함한 다음 날 분위기를 전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더운 날씨에 열정의 강의를 준비해주신 강사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기획하고 주최하신 전국청년위원회 분들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손님으로 초대되어 잘 차려진 좋은 음식들을 대접받고 돌아갑니다. 흥사단 안에서 이런 배움의 장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의 넓은 시야를 얻기 위한 작은 몸부림을 안창호 선생님도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강의 중 들었던 내용을 나누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강사님이 강의하시다가 책을 읽는 것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가 샜지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정자세로 앉아 단기간에 강한 정신력으로 정독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책의 여백에 솟아오른 영감들을 쓰면서 책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책의 여백에 적은 것만이 자기 것이랍니다.
흥사단 단우 여러분, 이번 가을에는 책과 씨름하며 얻은 영감으로 책의 여백을 채워보심이 어떠실까요? 다음 공부의 장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 글 : 청년인문학교 ‘Politeia’ 참가자 김신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