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렴·반부패 문화 형성을 위한 해외문화 탐방
답은 전문성과 네트워크에 있다.
5년 넘게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반부패, 청렴업무를 하다보니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하면 사회 전반의 청렴의식을 강화할 것인가. 부패관리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청렴업무의 민관협력을 어떻게 가지고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부패에 대한 인식과 실제 부패의 간격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까.
사회는 점차 투명성을 요구하는데 청렴과 관련한 국내자료가 많이 부족해서 항상 아쉬움이 있던 차에 국무총리비서실에서 반부패, 청렴을 주제로 해외연수 공고가 떴다. 방문국가는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청렴국가로 알려져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발표하는데, 2014년 CPI에서 3위를 차지한 핀란드(우리나라는 43위다.) 기관을 방문하면서 가지고 있는 청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다.
연수단의 일정은 10월 13일(화)~21일(수), 7박 9일 일정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 2개 기관을 방문하였다. 핀란드 상공회의소, 국제투명성기구 핀란드지사, 핀란드 경찰 산하 국제범죄조사국, 헬싱키 대학 산하 범죄학 및 사법정책연구소, 노키아, 핀란드 사회건강연합, 핀란드 개발 협력 서비스 센터, 핀란드 의회 옴부즈만, 핀란드 교육부, 총 9개 기관을 다니면서 부패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하고 있는지, 또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핀란드 기관의 담당자들은 이야기의 처음에 꼭 이 말을 했다. “우리가 부패인식지수 3위를 했다고 해서 부패가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 우리도 우리가 왜 청렴한 국가로 뽑히는지 의문이다.”
핀란드 내에서 작은 부패(petty corruption)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를테면 촌지, 급행료 등 서비스 상에서 쉽게 나타나는 사소한 부패들. 그러나 건설현장이나 의약계 또는 고위직들이 지인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큰 부패(Grand Corruption)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다만 전자에 비해서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핀란드 기관들이 자국의 부패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브라더문화였다. 브라더문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지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부패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데,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는 비리이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해결책으로 내부자의 공익신고를 꼽았다. 그러나 공익신고 후 그들에 대한 불이익 때문에 공익신고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연구하고 관련 법률 제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부패인식지수 43위 국가와 3위 국가가 고민하는 지점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 신기했다. 우리도 브라더문화와 비슷한 학연·지연 등을 통한 부패가 있고, 공익신고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고, 2008년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시행되었으며, 지인간의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기 위한 청탁금지법이 2016년 시행될 예정이다. 이야기를 듣고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달까. 우리나라는 일단 제도라도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는 반부패 전담기구도 관련 법률도 없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겼다. 아직 제도도 없고 고민을 시작한 핀란드는 3위인데, 제도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우리 사회는 계속 40위권을 벗어나지 못할까.
답은 전문성과 네트워크에 있었다. 핀란드에는 반부패 전담조직은 없으나, 부패에 대응하는 조직들이 있었다. 법무부, 관세청, 검찰청, 경찰청 등이 부패와 관련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법무부가 중심이 되어 모든 정부부처가 반부패 관련해서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찰청과 경찰청 산하 국제 범죄 조사국도 들어와 있으며, 시민사회조직이나 금융계 등도 함께 참여하는 등 범국가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평소 이런 네트워크를 형성해 놓았기 때문에 부패사건이 발생하면 단계별로 공조하여 진행한다. 부패현황을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부터 부패범죄에 대해 점검하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6000개의 부패사건 리포트를 분석하고 조사해서 모니터링 방법 등을 연구하고 공유하고 있었다. 부패위험이 있는 분야를 식별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부패관련 전문가를 각 분야에 배치하여, 복잡하고 큰 부패사건이 일어나면 전문가가 투입되어 서로 공조하여 처리한다.
핀란드의 반부패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과연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그들만큼 고민하고 있고 연구하고 있는지, 얼마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CPI 3위 국가나 43위 국가나 부패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도 같고, 심지어 우리는 제도가 이미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가. 반성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우리도 잘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었다.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상호협력하고 우리 사회의, 더 나아가 세계의 부패를 근절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 글 : 한유나(흥사단투명운동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