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토로 마을에 봄이 오는가?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우토로 공동주택 입주 축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교토 인근에 있는 우토로 마을에 갔습니다. 마을은 외형상 일본의 시골마을과 다를 바 없었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마을 곳곳에 마을을 지키기 위한 흔적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에루화(노래할 때 흥이나 즐거움을 나타내는 소리)라고 명칭 한 마을회관 입구에 놓인 ‘우토로에서 살았고 우토로에서 죽으리다’라고 적힌 피켓이 지난 30년간의 강체철거 저지 투쟁으로 마을을 지켜낸 아픈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1941년 교토 군비행장 건설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1,300여 명이 모여 살던 집단거주지인 함바(노동자들이 숙식하는 임시 거처)가 우토로 마을의 시작이었습니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하자 비행장 건설은 중지되었고 조선인 노동자들은 생계수단을 잃은 채 그대로 방치되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선인 마을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1987년까지는 상하수도 시설이 되지 않아서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했고, 비행장 건설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관계로 여름에는 상습적으로 물난리를 겪어야 했습니다. 원래 교토부 소유였던 우토로 마을의 토지소유권이 닛산자동차에 넘겨지고, 이후 닛산자동차는 주민들도 모르게 제삼자인 부동산 회사 서일본식산에 매각했습니다. 1989년 소유권을 가진 이 부동산 회사는 우토로 주민들에게 강제퇴거 명령과 함께 토지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1998년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정을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항소했으나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퇴거명령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주민들은 불법 점거자가 되었습니다.
우토로 주민들의 사연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도 춘천에서 열린 ‘한·중·일 거주문제 국제회의’에서 1989년 일본에서 결성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참석해 우토로 마을의 실상을 알리면서 부터입니다. 이후 한일 양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어 우토로 마을 토지매입을 위한 모금운동이 전개되었고 2007년에는 한국정부도 토지매입을 위해 30억을 지원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으로 2011년 우토로 마을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를 매입하였고 주민들은 강제퇴거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우토로주민회’, 일본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과 한국의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공동대표 류종열, 박연철, 정진우)을 비롯해, 흥사단, 지구촌동포연대, 아름다운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많은 단체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 행사는 지난 2월 마을 주민들이 1차 시영주택에 39세대가 입주한 것을 기념하고 한·일 양국 시민들에게 내용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30년간의 강제철거 저지 투쟁까지 지나온 기나긴 마을의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우토로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엄명부 우토로 마을 주민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많은 종교·시민단체들이 뜨거운 동포애를 보내주어서 삶의 희망을 얻었다고 고마움 전했습니다.
3년 만에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는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기쁨을 더해준 대통령의 우토로 주민에 대한 화답의 편지는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이 대독 했습니다 문제인 대통령은 ‘우토로 마을은 우리 동포들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잊혀서도, 외면되어서도 안 되는 땅이고 우토로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라고 감사와 격려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우토로 주민들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되어 일하다가 해방 이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재일 동포들입니다. 반세기 동안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일본 정부의 탄압 민족차별과 인권침해 열악한 환경과 빈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30년 동안 강제철거에 투쟁하며 마을을 지켜낸 우리 동포들입니다. 이제 주거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겠지만 여전히 해결할 문제들이 잔존해 있습니다.
현재 우토로 마을에는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고령자이고 오는 6월부터 마을의 철거가 시작되고, 2차 입주가 되는 2020년에는 마을이 정비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우토로 마을의 슬픈 역사를 간직해 후세에 남겨야 하고 역사의 자취를 보존해야 합니다. 이러한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시민단체들이 지난 1월 ‘우토로 역사관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했고 흥사단(류종열 이사장이 공동대표, 문성근 국장이 집행위원으로 참여)과 서울흥사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을 타국에서 서럽게 살아온 동포의 마음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하는 일에 시민과 흥사단 단우의 관심과 참여가 넘쳐나면, 역사관 건립이 완성될 때 우토로에 진정한 봄날이 올 것을 확신합니다.
* 글 : 김다호 흥사단서울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