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흥사단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 남편과 같이 갔었습니다.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남편 "모시고" 가느라 좀 힘들었었지요. 몽촌토성역에서 내려 올림픽홀을 찾아가는데 가도가도 보이지가 않아서 1.4km를 걸어가니 땀이 뻘뻘 날 정도였고 행사를 뭐 이렇게 하느냐고 투덜투덜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장해서 식이 시작하고 그 큰 올림픽홀에 애국가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있는데 2절쯤 가니 날보고 손수건을 좀 빌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땀을 닦으려고 하나 보다하고 위의 손수건을 빌려줬더니 뭔가 눈가를 자꾸 닦고 있더라고요. 뭔가 낌새가 좀 이상하다했지만 그렇게 지나갔지요. 그렇게 1부만 보고 2부는 보지도 않고 집으로 혼자 가버렸어요.
저녁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선각자, 도산 안창호>를 보고 늦게 집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게 하는 말이 "나 오늘 거기 잘 갔었더라"네요. "아주 감동적이었어.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데 감동을 해서 눈물이 자꾸 나오더라고…." "세상에 그렇게 순수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어." 그러면서 반재철 이사장님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요. "와,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교수야? 대단한 사람이더구먼!"
와이프가 하는 일엔 늘 핀 찬만 주던 사람에게서 보기 힘든 일이었어요. 이렇게 칭찬하고 감동하는 것. 그리고 그날 나눠준 종이 가방 속에 들었던 독립유공자후손돕기 리플릿을 보면서 이 운동에 3계좌를 후원하겠다고 말했어요. 나 없을 때 그 작은 안내서를 잘 읽어 봤나봐요. 1계좌가 3000원이니까 3계좌면 월 9000원씩 내겠다는 말이네요. 언제부터 실천할지는 모르지만 말 꺼내놓았으니 어기지는 않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날 잠시 한때의 감동은 아니었던가 봐요. 며칠 전 대학동창들 부부 몇 쌍이 소매물도 구경을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또 흥사단 100주년 기념식 얘기를 길게 하면서 대단하더라고 말하더라구요.
저도 사실은 그 기념식에서 눈물이 좀 났었어요. 도산 선생님 독립운동 하느라고 고생하신 영상물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저렇게 고생해서 나라를 구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처럼 평화롭게 살 수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손수건까지 꺼내서 닦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 날, 올림픽홀까지 함께 가느라 조금 고생한 덕에 나는 대단한 일에 참여하고 있는 괜찮은 사람으로 남편에게 인정받게 되었답니다.
- 글 : 흥사단 본부 이사 배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