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명산 100좌 등산을 시작한지 2년 만에 그 대미를 장식하였다. 당초에는 100좌 달성자가 나올 것인지 의문을 가졌으나 우려와는 달리 무려 12명이 100좌의 대업을 달성하였다. 100좌. 2년 만에 100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매주 산에 올라야 한다. 그것도 지정된 산만을 올라야 한다. 100좌 달성자가 12명이지만 좀 더 열성적인 참여자는 160좌 이상을 달성하였다. 자랑삼아 이야기하면 청주의 조성일 군과 필자가 그렇다. 100좌 등산을 마친 지금 연속된 산행의 피곤함과 아찔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몸뚱이 속에서 그대로 느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성취감과 아름다운 전국의 명산의 정경들이 눈앞에 되살아나는 황홀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초 100좌 등산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 5월 청주지부가 운영하는 청원군청소년수련관(양성산)에서 그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전국 15개 YKA 등반대에 소속된 단우 또는 시민이 100좌 등산에 참여하여 2년간 총 참여인원 342명, 누적 산행 횟수 3,328좌를 기록하였다. 이는 2년간 전국의 명산이 우리 YKA 대원들의 두 발로 끊임없이 답사가 되었고, 또 3,328번 100좌 깃발이 명산 정상에서 나부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왕 숫자가 나온 김에 몇 가지 통계를 더 살펴보면 합동 산행을 제외하고 그 동안 가장 많이 올랐던 산은 경남의 신불산이 38명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그 다음으로는 가지산, 팔공산, 지리산, 용문산 순을 보이고 있다. 또 50좌 이상의 산행자도 7명이 된다. 2년간 올랐던 산 높이를 모두 합하면 무려 이백만 미터 가량 되는데, 이것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로 환산하면 250번을 올랐던 높이가 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다시 한번 100좌 등반에 참여하신 전국의 YKA 대원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100좌 등반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산을 타기 시작한 게 40여 년이 되었지만 대체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탄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명산을 찾았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혹은 산악회 일정대로 산을 올랐을 따름이다. 바위를 타기도 했지만 리딩은 하지 못하고, 선등자 뒤만 오를 뿐이었다. 이러던 것이 100좌 등산이 시작되면서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 갔던 산은 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산을 찾아야 하는데, 초기에는 큰 힘이 들지 않았다. 갈 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수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산을 오르기가 어려워졌다. 점점 먼 지방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산행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작년 여름 서로 합심하여 연합 산행이 시도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울청춘’이다. 서울, 울산, 청주, 춘천의 100좌 참여자들이 함께 산을 탔던 것이다. 각 지역 첫 글자를 따서 ‘서울청춘’이라고 이름 짓고 즐겁게 산행을 하였다. 산행을 통해 전국의 단우들이 한마음으로 뭉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겨울은 100좌 등반의 고비가 되었다. 100좌는 초가을에 이미 달성하였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100좌 등반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잘 가지 않았던 강원, 충청권의 산을 많이 찾았다. 갈수록 빠져드는 국토의 아름다움과 미지에 대한 발견의 즐거움은 항상 오르내렸던 등산이지만 새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았고, 한파도 심했다. 그런 와중에 산행의 어려움도 많았다. 영하 15도를 기록하였던 괴산 희양산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오다가 아이젠에 걸려 굴렀는데, 바위 낭떠러지 끝자락 나뭇가지에 걸려 살았던 일, 눈과 얼음으로 뒤 덮인 함양 황석산 하산길에 바위 위의 얼음에 미끄러져 스틱은 부러지고 손목뼈를 크게 다쳤던 일, 온갖 크고 작은 사고와 기억나는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이제 공식적으로 100좌 운동은 끝났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100좌 참여자의 100좌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100좌 대상이 되었던 모든 산을 오를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전국의 YKA 대원들이 2년 동안 한번도 오르지 않은 미답봉도 38개나 된다. 우리는 무언의 약속을 하였다. 공식 대회기간은 끝났지만 우리들의 산행은 계속해 가기로. 그리하여 300개 완등자가 반드시 나오도록. 아울러 미답봉 38개에서도 반드시 YKA 100좌기를 나부끼자고. 마치 흥사단 100주년이 흥사단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출발점을 의미하듯이.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이 등산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다. 세계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는 우리나라로 모여들고 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산천경개를 즐겨 찾았던 우리 민족의 기상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다. 그냥 산을 찾아서는 안 된다. 산을 오르는 행위에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산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수련하고, 나아가서 국토 바로 알기와 나라 사랑으로 이어져야할 것이다. 산넘어 산이 있고, 산줄기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땅에 대한 애착과 민족에 대한 열정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100좌 등산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새로운 흥사단 100년 운동이 그러하듯이.
글 : 공의회 부의장 옥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