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박인주 (고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역사의 동력은 에너지, 변화, 시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에너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에너지와 에너지의 충돌로 새로운 문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구 문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에너지와 에너지의 화합과 융합으로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태평성대의 세월이 전개되기도 한다. 에너지와 에너지의 융합보다는 에너지와 에너지의 충돌이 유난히 많았던 한국 근현대사, 그 속에서 흥사단의 에너지는 110년이란 시간 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제강점기(1913~1945)에는 민족의 자주독립, 민족부흥 운동기(1945~1963)에는 국가건설을 위한 시민교육, 민주화 운동기(1963~1987)에는 반독재 민주화운동, 시민 운동기(1987~현재)에는 민족통일, 투명사회, 교육 등의 3대 운동을 전개하여 국가형성, 국가발전, 국민형성과 민간복지에 공헌하였다. 어느 때는 흥사단 자체의 에너지가 충만하여 민족의 역사 발전에 크게 보탬이 되었으나, 어느 때는 에너지가 미약하여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3년, 현재의 흥사단은 에너지가 쇠약하여 사회변화와 역사 발전에 기여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존립의 위기에 놓여 있다.
오늘의 흥사단은 크게 보아 네 가지 위기에 처해 있다. 첫째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물음, 즉 존재 이유와 존재가치를 묻는 정체성의 위기, 둘째는 구성원과 구성원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한 통합의 위기, 셋째는 후속 세대의 부족으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위기, 넷째는 일반 시민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단우들의 방관자적 행위로 인한 참여의 위기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가르침을 배운다. 주지하다시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면, 다시 흥할 수 있고,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흥사단의 4가지 위기 현상
신 흥사단운동론을 논하기 위해 4가지 위기의 현상을 살펴본다.
첫째, 정체성의 위기 현상이다. 주지하다시피 3대 운동이 쇠락하여 다시 본부로 통합한다고 한다. 문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의 흥사단 운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3대 운동의 쇠락 원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방향을 시급히 모색하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동안에 조직의 에너지는 사라지고, 사회변화에의 적응성은 약화하여 역사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소멸해 간다.
둘째는 통합의 위기이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 상호 간에 세상과 사회를 보는 이념과 관점,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직의 목적과 운영 방침, 철학과 사상, 행동 강령에는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조직의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지난 3, 4년 동안 흥사단은 도산의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심각한 견해 차이로 인하여 극단적인 갈등과 분열 현상을 보여왔다. 투명사회운동본부 사건으로 인한 단우들 간의 다툼은 도산 정신을 망각한 조직의 존립을 흔드는 사항이었다.
셋째는 지속가능성의 위기이다. 역사는 이어오고 이어가는 것이다. 110년의 흥사단 역사를 이어 갈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 정체성 약화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운동성 부족이 원인일 수 있으나, 젊은 청년들이 입단하지 않는다. 겨우 입단한 몇 명의 청년 단우도 흥사단 활동에 매력을 상실하거나 관리 부족으로 떠나가 버린다. 어떻게 하여 흥사단은 불임 조직인 경로당이 되어버렸는가? MZ세대들의 관심과 성향, 특성 등을 분석하여 그들에게 맞는 비전과 프로그램으로 다가가 대를 이어가야 한다.
넷째는 참여의 위기이다. 정체성이 흔들리니 흥사단 바깥 사회에서 흥사단에 대한 관심이 없고, 단우들 간에 다툼과 갈등, 충돌과 분열이 일어나니, 뜻 있는 단우들은 나오지 않는다. 이래저래 월례회에 나오는 단우 숫자는 줄어들고, 소수 단우들은 추억을 노래하며, 끼리끼리 정의돈수에 몰입한다.
흥사단운동의 패러다임 전환
지금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자, 평생학습 사회이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가 산업 구조를 바꾸고, 인간 삶의 양식과 사고에 변화를 일으킨다. 급변하는 과학 기술과 정보의 발달은 지속적인 학습을 강요한다. 학습하는 자는 살아남고, 학습하지 않는 자는 도태 된다. 이름하여 평생교육, 평생학습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학습하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쇠락의 길로 빠진다. 우리 흥사단은 4차산업혁명이란 대 문명의 전환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며, 대처하고 있는가? 무엇을 학습하고, 누구를 교육하며, 어떤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도산은 민족혁명을 위해 개개인의 건전인격과 대동단결을 주장하였으나, 현재의 흥사단은 인격 수련도 부족하고, 동지적 결속도 무너졌다. 덕, 체, 지 3육 수련뿐 아니라, 사회변화와 사회 개혁에 대한 연구, 분석, 대책, 운동 방략 등에 대한 준비도 미비하다. 늦다고 인지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니, 더 늦기 전에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위기의 시기는 반드시 기회의 순간을 동반한다. 더 늦기 전에 체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흥사단 운동 전개로 본연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평생학습 조직,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흥사단이 할 수 있는 방안을 간략하게 3단계로 정리한다.
1단계, 신흥사단 운동, 평생학습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 - 현재 흥사단의 모든 문제를 드러내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단우 대토론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1913년의 창단 정신과 결의, 1963년 흥사단의 방향 전환과 아카데미 운동 전개, 1990년대 후반 3대 시민운동 전개에 대한 단내 합의 등의 사례처럼 재창립한다는 자세로 평생교육 기관으로서의 흥사단 운동 전개에 대한 큰 틀의 합의와 결의를 모아야 한다.
2단계, 흥사단 조직의 평생학습(교육)조직으로의 전환 - 평생교육기관으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본부와 지부, 분회는 학습조직으로의 체제 전환을 위한 제반 사항을 준비 해야 한다. 각 지부와 분회에 평생교육 전담팀 혹은 전담자(평생교육사)를 두고, 그들에 의해 단 내에서 실시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기획하고, 운영 계획을 작성한다. 예를 들면, 학습자 수준별 교과과정 편성, 필요한 교, 강사 양성 및 배치를 위한 계획과 준비,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 과정 개설 등을 준비한다.
3단계, 지역사회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 지방 흥사단은 철저하게 지역사회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역주민과 함께 기획, 편성해야 한다. 지역사회 프로그램은 흥사단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민관산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으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도산학, 지역학, 민주시민교육학, 주민자치학, 자원봉사론 등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특성에 따라 민간 자격증 과정을 개설할 수도 있고, 학점은행제에 의한 온, 오프라인 학위과정도 운영할 수 있다.
이상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흥사단 발전 방안에 대한 소견을 피력하였다. 이를 뒷받침 할 두 가지 사항도 덧붙인다.
하나는 선거제도 개선과 통상단우 총회 개최 - 선거제도 개선과 통상단우 총회 개최로 단우들의 관심과 열정을 모으자. 주지하다시피 활동 단우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의제에 의한 리더십 선출은 단우들의 뜻이 왜곡될 수 있다. 직접 선거로 단우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운동 방략과 정책을 제대로 논의하고, 평가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통상단우 총회 개최가 바람직하다.
둘은 단우성 강화로 운동 역량 함양 - 단우로서의 인격과 자질, 지적 수준과 사회적 활동 역량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단우는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단우의 인격과 자질은 어떠해야 하며,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역량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으로 도산은 1915년 흥사단보(제1권 10호)에서 ‘단우성’으로 정리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민족적 과제 해결과 사회적 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운동 조직으로서의 흥사단 수준은 그 구성원인 단우들의 단우성에 의해 결정된다. 단 활동과 사회운동에 소극적인 단우들을 적극적인 단우로 변화시키고, 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단우들 대상, 단계별 혹은 수준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단우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상에서 현재 흥사단의 위기 현상을 간략히 살펴보고, 새로운 흥사단을 위한 평생교육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학습은 인간 본능이다. 학습하는 자는 행복하고, 학습하지 않는 자는 불행하다. 뿐만 아니라, 학습조직은 발전하고, 학습하지 않는 조직은 쇠락한다. 흥사단의 본질은 학습이다. 그 학습은 개인과 조직, 나아가 민족과 사회를 위한 학습이다. 그래서 흥사단의 조직학습은 학습운동, 교육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흥사단은 흥사단이 지향하는 이미 와 있는 미래, 신 사회에 대한 비전과 모습을 제시하고, 인적, 물적 자원 동원으로 에너지를 농축해야 한다. 그러한 에너지로 우리 사회를 학습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산 안창호선생의 정신과 사상은 이어받되, 도산이란 ‘거목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도산만을 얘기하고, 도산 얘기로 시간을 보낼 것인가? 도산을 뛰어넘어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한다. 도산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흥사단 본연의 운동을 해야 한다. 이게 도산이 바라는 흥사단일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평생학습이 흥사단 단우들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