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만든 유아청렴교육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발표한다.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매년 보츠와나(2018년 기준 34위)가 한국(2018년 기준 45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가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과 달리, 보츠와나는 비교적 청렴한 국가로 알려져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청렴교육을 받고 있으며, 보츠와나의 도덕, 경제교과서에는 반부패에 대한 내용이 한 단원으로 수록되어 있다. 청렴연극, 부패사례 논의 및 발표, 반부패 동아리 등을 통해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해나간다.
보츠와나에서 그러하듯이, 미래세대에게 청렴한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오랜 기간 청소년 대상 청렴교육을 진행해왔다. 해당 사업의 연장선으로 2019년에는 유아대상 청렴교육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진행하려고하니 막막했다. 유아대상이라는 말이 붙은 순간, 유아교육+청렴교육 두 전문성이 결합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만 진행했었기에 유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유아를 모르는데 유아대상 청렴교육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사기가 아닌가. 심지어 내부 사정으로 인해 8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아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했다. 기존의 관행대로라면 투명본부 내의 회원들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했겠지만, 유아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우선, 유아교육과 교수, 유치원 원장, 어린이집 교사, 유아대상 교재개발에 경험이 있는 사람, 놀이교육전문가 등 다양한 영역의 외부전문가를 영입했다. 7차례의 회의를 통해 연령별 유아의 특성, 유아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교육방식, 교육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청렴가치는 철저하게 배제하기로 했다. 유아에 대한 전문성이 모아지는 곳에서 청렴을 강조하면 도리어 혼란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단계에서는 8차례의 회의를 거쳐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다. 1단계가 유아대상 콘텐츠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2단계는 그 형태에 청렴의 가치(정직과 공정)를 담았다. 각 가치에 따른 인형극, 극의 내용과 연계하여 7가지 영역(쌓기·언어·수·과학·체육·음률·미술)의 프로그램을 각각 개발하였다. 예를 들어, 정직가치 편에서 동화 <금도끼은도끼>를 인형극으로 보여주고 과학영역에서 스포이드와 실린더 등을 활용하여 ‘거짓말하는 나무꾼의 마음’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3단계는 프로그램을 투명강사(청소년 대상 청렴교육강사)에게 공유하는 것이었다. 청렴교육의 현장경험과 전문적인 시각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청렴의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13명의 강사들 앞에서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시연했다. 그런데 여러 문제점과 오류가 발견되었고, 유치원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위기는 가라앉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강사들이 본인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제안된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작업을 거쳐 프로그램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2개의 유치원에서 시범교육이 진행되었다. 유치원 현장반응은 매우 좋았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아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정직과 공정의 가치를 익히며 복습하였다', '아이들이 인형극과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가치를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했다'는 답변도 있었고,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었지만 교사에게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프로그램에 청렴의 가치를 접목시키는 연구활동을 할 예정이다'는 답변도 있었다. 시범교육에 참여했던 강사도,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위원도, '인형극이나 실험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청렴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유익했다', '유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청렴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등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본 사업은 유아대상 청렴교육을 열었다는 점, 유아교육 관계자에게 청렴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이해를 높였다는 점 등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유아발달·유아교육·현장경험·청렴가치에 대한 각각의 전문성이 함께 협력하였기 때문에 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 엮어, 그 위에 자신의 전문성을 넣어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물인 것이다.
내년에는 해당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각 영역에서 청렴교육에 대한 연구와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기로 하였다. 지면을 빌어 프로그램 개발팀, 청소년 청렴강사분들,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 권익위원회, 어려운 과정에서도 묵묵히 함께 수행해준 동료 강현욱 간사, 그리고 무엇보다 본 사업을 위해 수 개월간 밤낮으로 애써주신 김선경 청소년교육실장님께 투명사회운동본부를 대신해 감사드린다.
* 글 : 한유나(투명사회운동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