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이사장 3년을 회고하며
존경하는 단우 동지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도산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사장직을 맡게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년이 훌쩍 지나 임기를 마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동안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선후배 단우님과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3년은 국내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한일관계, 북미관계, 미중관계 등 다양한 이슈들이 국가 간 갈등뿐 아니라 지역 차원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여, 한시도 평안할 날이 없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와 한일관 계는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 역사에 관한 근본적인 화두를 던졌습니다.
국제정치적 갈등 이슈들은 국내정치와 연동되어 우리의 일상을 더욱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우리 국민은 집단 지성과 단합된 마음으로 어려운 국면들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정의와 공정, 평등과 평화의 민주적 가치를 일상의 화두로,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국가비전으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매 시기별 우리 국민이 보여준 민주적 열망과 용기 있는 실천은 그들이 진정한 역사의 주체라 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이하는 2019년은 일제강점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미래 10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를 핵심적 이슈로 등장시켰습니다. 그 화두는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시민 정치시대를 열어주었으며,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조하는 분화구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상’을 우리 국민 모두의 아젠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시대, 우리 흥사단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흥사단 100년의 미래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흥사단 이사장으로서 저는 지난 3년 동안 시대적 소명과 흥사단운동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습니다. 한국사회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함께 해온 흥사단에게 시대적 부름에 응답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도산이 자주독립을 시대적 소명으로 부여안았듯이, 저는 흥사단 이사장으로서 정의와 공정, 평등과 평화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흥사단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흥사단이 우리시대의 역사적 소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며,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부족하지만 힘껏 노력해 왔습니다.
시대정신의 실천_3대 운동 실천을 통한 지역 시민운동 활성화
정의와 공정은 반칙이 없고 부패하지 않은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투명사회운동의 가치입니다. 평등은 기회와 과정 그리고 결과의 공정함을 위한 교육운동의 가치입니다. 평화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대결과 적대의 분단시대를 화해와 협력의 통일시대로 전환하는 통일운동의 가치입니다. 흥사단이 추진해온 3대 운동의 가치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부합합니다. 흥사단은 지난 3년 동안 3대 시민운동을 지역사회 시민운동으로 정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전국의 25개 지부와 1,000여 명의 단우들은 3대 운동을 전국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통일운동, 투명운동, 교육운동 등 3대 운동은 도산의 민족평등, 정치평등, 경제평등, 교육평등 사상을 계승한 흥사단운동의 핵심 요체입니다. 4대 평등사상은 흥사단 3대 운동의 가치와 일치합니다. 흥사단 본부는 지부-3대 운동본부 협력사업을 통해, 전문성과 교육역량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지역 시민운동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2018~2019년, 흥사단이 중심이 되어 운영했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정의와 공정, 평등과 평화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한편, 진영논리 해소 및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을 전국 각지의 사회적 대화장에서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흥사단은 2019년 보수, 진보, 중도, 종단을 대표하는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평화·통일비전 사회적 대화 전국시민회의’ 결성에 선두에 섰으며, 상임의장단체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목적으로 추진되었지만, 흥사단운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 사업에는 서울, 부산, 대구경북, 대전, 광주, 울산, 인천, 강원, 충북, 전주, 제주, 창원, 안양지부 등 13개 흥사단 지부가 참여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흥사단은 지역시민운동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부상했으며, 흥사단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였습니다.
‘나에게 한 옳음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한 옳음이 있다’는 도산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배려와 존중, 평등과 평화, 공정과 소통의 가치가 담긴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도산말씀을 현장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숙의민주주의의 살아있는 학습장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좌우를 통합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던 통합운동의 선구자 도산의 민족통합운동을 계승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로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의 오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통합운동이며, 도산 정신을 실천하는 흥사단운동 모델로 적합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정의와 공정, 평등과 평화를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자립력 및 운동성 강화_지부 역량 강화
흥사단은 지난 3년 동안 지부 역량 강화를 위해 지부-3대 운동 협력사업, 지역의제 지원사업, 활동가 인건비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정착시켰습니다. 우선 조직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다양한 운동 콘텐츠 개발, 아카데미 활성화를 위한 재정 및 콘텐츠 지원, 운동성 강화를 위한 사업모델 개발 및 재정지원,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지역협력 파트너 연결 등 조직, 재정, 사업 등 전(全)부문에서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무엇보다, 단운동 발전을 위한 지부-3대 운동 간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 사업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그 결과 지부 3대운동 활성화 및 역량 강화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지난 8월부터는 강제동원 등 과거사를 부정하고 터무니없는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갈등, 동아시아 긴장을 조장하는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대일행동에 나섰습니다. 각 지부에서도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대일행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경북, 광주, 울산, 대전, 전주, 진주, 제주, 부안, 밀양에서 1인시위, 성명서 발표, 거리 홍보, 현수막 게시, 시민강좌 등을 진행했으며 흥사단의 뜻과 의지를 지역사회와 일본에 전달했습니다.
8월 15일에는 단우와 회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소에서 출정식을 갖고,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 및 국제평화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일본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흥사단 이사회 산하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대일행동 특별위원회’(이하 대일행동 특위)를 설치했습니다. 대일행동 특위는 8월에 시작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며, 특별강좌 개최, ‘NO아베’ 버튼을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등 현재까지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제106차 흥사단대회에서는 전국 지부가 참여하여 ‘아베규탄 동영상 캠페인’을 제작했으며, 흥사단의 동아시아 평화 염원의 메시지를 전국에 알렸습니다.
후계세대 양성_흥사단 대학생 아카데미 재건
현재 흥사단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후계세대 양성’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본부는 106년의 역사를 계승할 후계세대 양성을 위해,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재건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2017년 대학생아카데미 재건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대중화 방안을 모색하여 전국 지부에 전파했습니다. 또한 흥사단의 핵심가치와 단운동 방향에 맞게 대학생아카데미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지부와 협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19년 현재 전국 13개 지부에서 대학생아카데미를 운영 및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산과 흥사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토의·토론 이론 및 현장학습을 병행했으며,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흥사단아카데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다른 한편 토의·토론에 기반한 대학생아카데미 운동을 확산하고, 대학생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흥사단전국대학생연합회(흥대련) 건설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입니다. 흥사단은 앞으로도 대학생아카데미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아카데미 회원이 흥사단 후계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흥대련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흥대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한편 매년 개최하고 있는 흥사단 전국 중·고등토론대회는 지부가 토론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으며, 아카데미 활성화 및 지도교사 육성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정착시키기 위해 본부는 흥사단 전국 중·고등토론대회에 참여할 아카데미 지도교사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흥사단 전국 중·고등토론대회는 대내적 의미뿐만 아니라, 대외적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있는 매우 큰 사업입니다. 본부는 흥사단 전국 중·고등토론대회에 국회의장상, 여가부 장관상, 통일부 장관상, 경기도 교육감상 등을 유치하여 대회의 위상을 제고해 왔습니다. 그 결과 흥사단 전국 중·고등토론대회는 흥사단의 대외적 신인도와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8년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통일토론대회, 2019년 통일미래세대 양성을 위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평화 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 역시 중·고등아카데미 회원을 흥사단의 이름으로 조직화하는 좋은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아카데미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2030활동가를 아카데미 지도교사로 육성하기도 했습니다. 청년활동가가 지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학생아카데미와 지부가 협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30활동가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청년은 흥사단 후계세대 양성의 중요한 축입니다. 흥사단은 청년위원회를 통해 젊은 흥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청년 단우의 역할을 제고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청년 이사제를 시행했으며, 전국청년위원회를 통해 전국 지부의 청년 단우를 연결하여 흥사단 정신으로 단합하는 청년지도자 양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같이 모든 것이 다 잘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후계세대 양성을 위한 중-고등-대학아카데미 육성사업은 아직도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청년아카데미사업 역시 수도권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운동 활성화 사업 또한 이제야 겨우 첫걸음을 내딛은 것에 불과합니다. 임기를 마치는 이사장으로서, 새로운 이사장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 드리고 떠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쪼록 지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성장하는 흥사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차기 이사장을 비롯한 25개 지부, 12개 미주지부, 상해지부 등 국내외 모든 지부와 단우 동지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 : 류종열(흥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