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쟁·평화 유적 탐방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이하 흥민통)는 올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시민참여형 평화·통일교육 사업’에 선정되어 평화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청소년 평화시민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 중의 하나로 서울 지역에 남아 있는 전쟁·평화 관련 유적을 탐방하여 동영상 콘텐츠와 평화시민교육 교안을 제작하고 있다. 서울에는 적지 않은 전쟁관련 유적들이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잘 보존되어 있지도 않다.
지난 6월 5일(토) 30여 명의 흥민통 평화·통일교육 강사들은 남산팀, 대학로팀, 노들섬팀으로 나뉘어 탐방을 시작했다. 남산팀은 사이토 총독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강우규 의사의 동상이 있는 서울역 앞에서 출발하여 남대문, 남대문시장, 상동교회, 안중근 기념관 등을 탐방하였다. 남대문 성벽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총탄자국이 1,000여 개가 남아 있었지만 어떤 안내 표지도 없어, 참석한 강사들은 무슨 자국인지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표지판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함께 했다.
상동교회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귀국하여 신민회를 조직할 때 함께 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모여있던 근거지이기도 하며, 이후로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한 민족운동의 산실이었다.
노들섬팀은 한강방어선 전투 기념비를 시작으로 용양봉저정, 한강대교 총탄흔적, 한강 인도교 폭파 현장, 희생자 위령비 등을 탐방하였다. 한강방어선 전투 기념비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7일 동안 시흥지구 전투사령부 산하의 한국군 혼성부대가 북한군의 한강 도하를 지연시키고, 흩어져 있던 우리 군을 재정비하는데 공헌한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16년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한강대교를 건너 북단에 도착하면 한강 인도교 폭파현장을 알리는 표시가 바닥에 놓여있고, 다리 아래에는 인도교 폭파로 희생된 800여 명을 추모하기 위해 한강 인도교 희생자 위령비가 조성되어 있다. 이 위령비도 2020년에야 만들어졌다고 하니 한국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나 유적들이 잘 기록되고 기억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로팀은 정신여학교 터를 시작으로 김상옥 의사 순국터, 서울대학교병원 내의 이름모를자유전사의비 현충탑, 여운형선생 서거지, 장면총리 가옥, 흥사단 등을 탐방하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안에 있는 현충탑 안내판에는 “젊은 나이에 나라를 지키고 병원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하신 이름 모를 자유전사들, 그리고 환자와 그 가족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빌며, 1963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이하여 ‘이름 모를 자유 전사의 비’를 건립하여 님들에게 바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번 탐방코스에는 빠져 있었지만 서울에는 한국전쟁 관련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서대문형무소 9옥사 외벽에 남아 있는 1000여 개의 탄흔, 경복궁 근정전의 월대와 축대에 남아 있는 탄흔, 덕수궁 중화전 기단 뒤편의 탄흔, 은평구 증산교의 탄흔, 화폐박물관 벽면의 탄흔 등 곳곳에 많은 전쟁의 상처들이 남있지만 제대로 된 알림판 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전쟁의 상처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 또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전쟁관련 유적을 탐방하는 것은 불편하고 괴로운 여정이다. 그러나 최근 불편하고 아픈 과거 또한 우리의 역사이기에 이를 기억하고 교훈을 찾자라는 의미로 다크투어(Dark Tour)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에는 다크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여행사도 있고 다양한 다크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은 아직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흥민통 평화·통일교육 강사들은 서울지역의 전쟁·평화 유적 탐방 후에 서울지역의 전쟁·평화 관련 유적을 기억하고 교훈을 찾자는 의미를 넘어서 치유와 회복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치유와 회복의 의미가 담긴 리커버리 투어(Recovery Tour)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흥민통은 8월 안에 동영상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고 9월부터는 청소년 평화시민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 글 : 유병수(흥민통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