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지난 4월 26일 흥사단 강당에서 주민자치 교육이 열렸다. 나는 서울지부 사무처장님의 권유로 교육에 참석하게 되었다. 1교시 교육은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였고, 2교시는 ’시민 권한과 참여예산‘이었다. 두 교육을 한 가지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참여’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정치 프로세스는 표 한번 던지고 누군가에게 책임과 권한을 모두 맡기는 방식이었다면,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정책의 제안자로서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민주주의에 가까운 형태로 느껴졌다.
주민자치가 뭐예요?
사실 교육 장소에 입장하기 직전까지도 주민자치의 뜻을 몰랐다. 그래도 강의 주제는 알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강당 입구에서 주민자치를 검색했다. <주민자치(citizen autonomy) : 관료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지방자치를 배제하고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란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중앙집권형 정치의 반대말 정도라고 이해하고 바로 강당에 입장했다.
강의장은 독특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원탁의 기사처럼 의자를 둥글게 배열하고 바닥에는 ‘답답하다’ ‘행복하다’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수십 장의 카드가 놓여있었다. 강의를 맡은 선생님은 모두에게 지금 각자가 현재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카드를 집어보라고 말했다. 한 분은 ’멍하다’라는 카드를 집었고 또 다른 분은 ‘즐겁다’라는 카드를 집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띵하다’라는 단어를 집어 들었다.
“왜 그 카드를 고르셨나요?”
“이 강의장이 조금 낯설어서요”
낯설었다. 하지만 신선했다. 그동안 경험해왔던 교육은 강의자가 연단 위에 올라가 있고 학생은 연단 아래서 일렬로 앉아 강의자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교육은 선생님이 등 뒤에 서 계시고 앞에는 참여자들이 서로 둥글게 둘러앉아 마주 보고 있었다.
각자가 고른 카드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바로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개념. 주민자치회의 구성. 그리고 주민자치회 지원체계 등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민자치회 위원을 뽑는 시스템이었다. 거주 주민 혹은 생활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주민자치 교육 6시간을 이수하면 공개 추첨을 통해 뽑는 시스템이었다. 직업과 소득 또는 학력과 관계없이 추첨을 통해 주민자치회 위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예산의 의지
2교시 시민권한과 참여예산 교육은 이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이었다. 예산 = ‘이야기’ + 숫자(예산규모)라고 한다. ‘이야기’는 나와 우리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이고 예산 규모는 정책의 방향과 의지 그리고 실행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산의 금액을 확인함으로써 어떤 정책의 방향이나 실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A 지역은 경찰관이 부족해 범죄율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1년에 10만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면 이는 해결 의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겨우 CCTV 한 대 설치해 운영하기도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
주민참여예산은 예산편성 과정에서 주민들이 직접 권한과 책임을 부여 받아 정책을 제시하고 주민 스스로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졌다. 중앙집권적인 체제에서는 실제 각 지역의 상태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통해서 실제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주민들이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참여하는 시민
아테네에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전혀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이란 이야기다. 반나절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이번 주민자치교육을 통해 시민의 권한과 의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더욱 성숙한 시민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양질의 주민자치교육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열려서, 많은 시민이 주민자치를 이해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 김도진(주민 자치 교육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