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최고 이상 세계대공(世界大公)
도산 선생은 1927년부터 대공주의를 주창하며 ‘사회대공(社會大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1930년대 초에는 미주 흥사단 동지들에게 보낸 ‘자각에 철(撤)하라’라는 서한에서 ‘일반 사회의 주의와 이론에 본령을 취하여 우리의 최고 이상을 세계대공으로 세울 것’이라고 당부하였다(『단보』, 1945년 9월호).
‘대공’은 공정, 공평, 공의, 공익 등 공적 가치의 총합을 뜻한다. ‘세계대공’은 자유 평등 정의가 실현된 민주사회, 공적인 가치가 극대화된 이상사회를 향한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도산이 일찍이 1919년에 행한 ‘개조’라는 연설에서 언급한 ‘전 인류의 완전한 행복’과 일맥상통한다.
도산은 대공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홍언동지 회람’이라는 서한에서 자신의 민족혁명이론을 기초로 ‘3에는 일본 제국주의 압박에서 해방된 뒤에 신국가(新國家)를 건설함에는 경제와 정치와 교육을 아울러 평등하게 하는 기본원칙으로써 민주주의 국가를 실현시킬 것, 4는 일보(一步)를 더 나아가 전 세계 인류에 대공주의(大公主義)를 실현할 것’이라고 친히 설명하였다.
○ 흥사단은 어떻게 대공주의를 수용해 왔나?
도산의 유업을 계승한 흥사단은 제1차 개정약법(1934)에서 ‘전민족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 민족의 신흥역량을 증장케 함’(제2조), ‘대공의 이상’(제3조)과 ‘대공의 정신’(제5조)을 언급하며 인격훈련과 사회공작을 2대강령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대공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운동의 프레임(frame)을 전환하고 사실상 제2의 창단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흥사단은 제2차 개정약법(1947)에서 목적을 1913년 창단 당시와 유사하게 ‘민족전도번영의 기초 수립’으로 수정하고, 대공주의를 ‘대공복무의 정신’으로 축소하였다. 뿐만 아니라 흥사단의 정치적 활동 불관여 조항(제6조)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목적 조항을 온존한 채 1964년에 전문을 신설하고 제9차 개정약법(2008)을 계기로 운동방향을 시민운동으로 급선회하며 ‘대공복무의 정신’을 ‘공익’과 ‘봉사’로 왜곡하였다.
이와 같은 대공주의의 축소, 왜곡이 주요한 요인이 되어 흥사단의 이념과 정체성의 혼란, 운동노선의 갈등, 운동 주체의 불명과 같은 내부적 모순이 누적되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과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도래한 인류문명사적 대전환이라는 외부적 도전에 대응하여 환골탈태의 각오로 흥사단운동의 개혁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직면하였다.
필자는 1년여 전에 흥사단의 개혁 방향 및 과제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며 대공주의의 수용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도산이 그렸던 큰 그림(Big Picture)의 총체적 계승’(총체적계승론, 이윤배)이 대공주의 수용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과 사회문제에 대한 단우와 회원들의 의식이 대공주의를 적극 수용했던 제1차 개정약법의 이념 구조와 유사한 태도를 보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공주의는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따라 재해석하여 흥사단운동에 적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흥사단의 민족운동과 시민운동을 기초론, 준비론, 미래론 차원에서 사회개혁운동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그동안 버려두었던 정치, 경제 등 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 프레임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첫째, 전통적으로 지켜온 도산정신과 새롭게 규명된 대공주의를 기초로 흥사단 운동의 대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도산이 구상했던 1934년 재창단 시의 프레임을 되살려 흥사단 운동의 큰 그림을 다시 구상해 보자. 인격혁명과 사회혁명(사회개혁) 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이 대동단결토록 하고 사회 구석구석에 널리 퍼져있는 불평등 불공정 현상을 극복하여 공정하고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하자.
둘째, 흥사단 운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세계대공’으로 설정하고 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의 완전한 통일독립과 세계 평화번영 시대의 창조에 이바지하는 것이야말로 민족평등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세계를 향한 100년’을 내다보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
셋째, 흥사단이 핵심세력이 되어 제 사회단체와 더불어 중심세력을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흥사단이 입단 문호를 개방하고 제2의 도산 같은 큰 인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인물양성구조를 혁신하자. 나아가 사회단체와 주도적으로 연대하여 100만 시민세력을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추어 나가자.
넷째, 민족운동과 시민운동의 역량을 증진해야 한다. 도산은 ‘격문’(檄文, 1929.2.8.)에서 흥사단이 ‘우리 한국의 혁명의 원기를 알차게 증진’할 것을 당부하였다. 올바른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따라 민족통일운동, 투명사회운동, 민주시민교육운동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공명정치운동, 공정경제운동, 생명평화운동, 세계시민연대운동 등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자.
다섯째, 힘들고 어려울수록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름과 사리를 목적으로 일을 꾸미지 말고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 일을 꾸미라. 그리하여 대공을 위하여 살라’고 하신 도산의 말씀을 명심하고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지키자. 조직진단, 운영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전체 단우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단 운동의 개혁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전략을 수립한 후 제도를 개정하는 수순을 밟아 나아가자.
* 글 : 박화만(전 시민사회연구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