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마치고
‘죄송합니다. 본 교육과정의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흥사단 조직국과 서울지부가 협력 사업으로 진행한 ‘더 나은 대화를 위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이 모집 공고를 낸지 하루만에 마감되었다. 흥사단 본부 활동가로 수차례 사업을 진행해 봤지만, 이번처럼 순식간에 모집이 마감된 경험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드물다.
‘왜 이런 뜨거운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신청자들이 작성한 참여 동기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은 전문적인 퍼실리테이터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소통과 좋은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답변도 있었다. 또한 우리사회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론장을 설계·기획하여 운영해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설계한 취지와도 일치한다.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의 첫번째 목표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숙지하고, 공론장을 기획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효과적인 회의를 설계하고 집단의사결정, 갈등 관리 등을 이끌어내는 역량을 키우고, 대화를 통해 참여, 공감, 합의를 경험함으로써 민주시민성을 함양하고자 마련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취지와 목적을 분명히 도출하였다. 24시간의 교육과 정의 설계와 우수한 강사의 선정을 위해 몇 번의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적인 회의가 되지 않도록 기획회의를 꼼꼼히 준비했다. 기획위원 모두가 합의된 교육과정이 설계되었고 강사 선정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선정된 강사의 섭외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물 흐르듯 순탄하게 준비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관건이었다.
코로나19의 추이를 살피면서 일정을 한번 옮긴 터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획위에서는 코로나19 운영지침을 따라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추진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양성과정 시작 일주일 전부터 자가진단 문자 발송과 코로나19 안전지침을 발송하였다. 발열 여부와 콧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지, 혹시 주변에 자가 격리 중인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강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자가진단 문자를 발송해 확인하였다. 과정기간 동안에는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하루 3회 발열 체크를 시행하였고, 강의실 환기에도 신경을 썼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준비하고, 강의실 외 별도의 공간에서 가림막을 설치하고 비대면 식사로 하였다. 코로나 19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안전까지 신경 써야 하니 준비할 게 많고, 혹시 모를 사태에 바짝 긴장했다.
첫날은 마음열기와 퍼실리테이션 총론, 의사소통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음열기는 신은희 강남구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이 ‘N개의 인사’, ‘키워드로 소개하는 나’ 등을 진행하며 참여자 개개인이 서로 알아가고 공동의 목표와 관심을 확인하였다. 이어서 진행된 퍼실리테이션 총론은 신좌섭 서울의대 교수가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하였다. 신 교수는 전문직으로서의 퍼실리테이터가 갖춰야 할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에 대해 강조하고 퍼실리테이터가 단순히 테이블 회의 진행자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혁신의 방법을 모색하는 전문가라고 역설하였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퍼실리테이터는 집단의 갈등을 관리하며 집단 구성원의 창의성을 촉진할 것을 주문하였다.
첫날 마지막으로 진행된 의사소통은 이은숙 마을과사람 공동대표가 맡아 의사소통이란 무엇이며, 이를 잘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태도와 지침 등을 설명하였다.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차이를 존중하고 합의하여 실천하는 과정으로, 그것이 곧 시민의식이자 자치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 이은숙 대표는 이는 훈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고 밝혔다.
다음날 이은숙 대표는 다양한 실습(기법 : 두마음토론, 신호등토론 등)으로 의사소통과 갈등관리에 대해 참여자들을 훈련의 과정에 초대하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는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으며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어서 퍼실리테이션 기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퍼실리테이션 기법은 미래교육퍼실리테이터 대표께서 공론장 숙의과정을 설명하고 퍼실리테이션의 진화를 주제로 전통적 퍼실리테이션과 시민원탁회의 퍼실리테이션을 비교해 주었다. 이후 합의형 워크숍을 진행하며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실습을 진행하였는데 동일한 주제에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어 집단지성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어 비대면 퍼실리테이션을 실습하였는데 강의실의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과정 3일 차에는 공론장을 이해하고 기획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론장은 권복희 민주시민교육프로젝트 곁 대표가 공론장 운영과정과 주안점 등을 설명하였다. 특히 권 대표는 직접 기획하거나 참여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생동감 있게 추진 과정을 공유하였다. 오후에는 후속 사업으로 진행할 공론장을 기획하였다. ‘만 18세 청소년 선거를 돌아보다’란 주제로 8월 22일 열리는 공론장은 이번 과정의 수료생들이 기획하고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다.
공론장의 열기가 뜨겁다. 지자체는 앞다투어 공론장을 열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공론장부터 첨예한 갈등이 있는 지역의 문제까지 공론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부터 소규모 공론장까지,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처럼 온라인을 기반한 공론장까지 규모와 형식은 다양하다. 이번에 양성된 수료생들이 다양한 영역의 공론장에서 시민의 참여와 숙의를 촉진하고, 훈련된 의사소통으로 조직 혁신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의 수료생이 준비하는 ‘만 18세 청소년 선거를 돌아보다’라는 공론장에 단우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 글 : 문정희(본부 조직국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