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일의 남미 지구여행
-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 래미학교-
2019년 광주광역시화정청소년문화의집은 9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82일에 거쳐 남미에 있는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여행을 하는 ‘지구여행’ 활동을 진행했다. 이 활동에는 래미학생 5명과 길잡이교사 1명이 참여했다. 지구여행의 목표는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낯선 환경에서 드러나는 감춰졌던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전혀 다른 환경,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 생활하며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현재의 모습,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통해 삶에 관련한 진정성 있는 목표를 찾는 것이다. ‘지구여행’에 참여한 참가자의 소감을 간략히 정리했다. |
[박상윤 – 참여소감]
우리의 여행의 첫 시작은 에콰도르였다. 에콰도르가 첫 시작이라는 것이 정말 다행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콰도르가 그나마 우리가 앞으로 갈 페루나 볼리비아 보다는 고도가 낮아서 점차 높은 고도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것은 혹등고래다. 혹등고래를 본 이번 여행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버스 파업으로 인해 일정이 많이 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도 들고 재 미도 있었던 나라였다.
페루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태어나서 처음 마주한 광활한 사막이었다. 노을 질 때, 사막 꼭대기에서 보는 마을 풍경, 모래바람이 부는 자연…. 그곳에서 겪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고, 행복했다. 페루는 걷고, 즐기는 트레킹과 투어 등 다양하게 체험할 것들이 많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에콰도르에서는 버스 파업, 볼리비아에서는 시위. 우리의 일정은 참 파란만장하고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시위로 인해 일정이 꼬여 더 많은 것을 즐기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아마존, 우유니 사막을 떠올리면 남아 있던 아쉬움마저 사라져간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사막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볼리비아에서는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여유 있던 개인만의 시간 덕분에 여행에 대한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난 뒤를 생각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인형을 이용하여 여행하면서 영상을 찍었다. 시작은 의욕 넘치게 잘 찍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계속 귀찮아졌고, 미루게 되었다. 그리고 공항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찍을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너무 부끄럽기도 했다. 영상을 찍어 기록한다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현실성 있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 일기도 가끔 밀려 썼었는데, 후회만 가득하다. 그날그날 쓰는 것과 밀려 쓰는 것은 기억에 차이가 있다. 다음부터는 일기도 꼬박꼬박 열심히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계획한 여행이었기에 여행이 아무리 힘들어도 뿌듯했고, 재미있었다. 또 가고 싶다.
[송빛여울 – 참여소감]
에콰도르 여행은 수운이 형이 이끌어 갔다. 화산, 남미 3대 축제, 고산의 수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즐길거리들이 적절히 있었다. 일정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위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숙소에만 있다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늘어져 있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움직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버스 파업으로 원래 가기로 했던 도시에도 못 갔다. 하지만 그 대신 스페인 출신의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었고, 에콰도르의 한 달을 정리하는 유유자적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고 즐거웠던 페루! 아직도 쿠스코에서 먹은 페루음식인 세비체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와라즈에서의 69호수 14Km 트레킹은 이번 지구여행이 아니었다면 해보지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페루에서는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회가 많이 찾아왔고, 평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모두 해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정보를 찾는 것도, 여행하는 것도 모두 재밌고, 유난히도 신났던 도시다. 여행에 적응이 되었던 탓일까. 다른 한국 여행자에게 여러 도움도 받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했던 나라이다. 누군가 남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페루는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볼리비아 여행을 생각하면 시위, 격동이 생각난다. 볼리비아는 며칠만 늦었어도 입국하지 못했을 나라다. 대한민국에서도 뉴스에 나오는 곳에 우리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무서웠다. 최루탄, 나란히 걷는 시위대 등이 잊히지 않았다. 시위가 진정이 되고 나서야 볼리비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유니를 기대했었지만, 생각보다 물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핑크 돌고래를 봤는데 내가 생각하던 핑크색이 아니라 당황했었다. 역시 사진은 환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마존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 악어, 벌레와 함께했던 것은 좋았다. 16살이라는 나이에 볼리비아 시위 경험, 아마존 가기, 우유니 방문 등은 내 나이에 겪기 쉽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이 시작되기 전에 지구여행반이 만들어지고, 1년을 지구여행에 쏟아붓는 것이 솔직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한 가지 일만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니 내 안에 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다. 여행 초반에는 이끌어주는 대로 움직였지만, 에콰도르에서 선생님 몰래 민하와 폭포를 다녀왔다. 용기가 생겨 페루부터 자유시간만 되면 누군가와 함께 밖에 가고 싶은 곳을 가기도 했다. 검색해서 맛집, 장소, 특징들을 찾는 것, 지식을 쌓는 것, 그리고 내 안에서 제일 컸던 것은 언어, 언어를 못해도 손짓, 발짓, 번역기로 대화할 수 있었다. '왜 유학생활 중엔 그렇게 못 했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어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몸은 여행하고 있지만, 머리는 여러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번 여행은 여행 전, 유학 전 등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있던 생각 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이번 지구여행은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