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의 오월은 타 도시와 시공간을 만나는 감정과 지나침이 좀 남다르다.
광주의 오월을 넘어 유월로 들어설 때면, 웬지 모르게 긴장이 풀린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유월은 활동가에게 일 년의 절반 끝이고, 벌써라는 초조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유월에는 연말과 다른 부담과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는 달이기도 한가보다.
광주 지부에서 4월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예정했던 지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어 오월 중순부터 실무적으로 준비가 늦어진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은 쉴틈없이 급 추진되었다. 1주일간이라는 짧은 홍보와 신청 접수로 외부 참가자 없이 사무처와 위탁기관 활동가 17명 참여로 접수를 마감하였다. 다행인 것은 연초부터 지부에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해 기관장 협의를 거쳐 교육담당자에게 사전에 계획이 되어 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민주시민교육기법은 광주지부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기법을 배우고 활용하기 시작한 나의 첫 기억이 있다. 청소년과 만나면서 혹은 업무아이디어 회의, 단우 워크숍등에서 독일형 민주시민교육을 여러차례 활용한 경험이 있었고, 아마 활동가들에게 낯선 교육은 아닐 것이다. 단지 아이스브레이킹,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월드카페등 몇 가지 한정된 프로그램만 사용하고 있었고, 지역 문제해결이나 일상 업무에서 활용은 비교적 낮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6월 1일 드디어 첫날이다. 12시쯤 본부에서 신좌섭 강사님과 문정희 부장이 단소에 도착하였고, 간단히 담소를 나누며, 교육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앞으로 4주간 매주 화요일 오후 6시간씩 진행하기 위해 사전 준비상황도 체크를 하였다. 신좌섭 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한국퍼실리테이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분으로 다소 체격이 작지만 성격은 곧고 강단은 있어 보였고 강의 전이라서 그런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1주차 과정, 오후 1시가 되자 3층 강당으로 참가자들이 모여들었고, 3 키워드를 가지고 17명 참가자가 자기를 소개하면서 마음 열기를 하였다.
퍼실리테이션의 뜻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이 적절한 질문을 통해 편하게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고, 집단이 소통-공감-합의에 쉽게 도달하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는 행위이다. 첫날 퍼실리테이션 이론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적극적 참여는 ‘편안할 때’, ‘이해가 될 때’, ‘새로운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을 때’라는 문구이다. 그리고 참여의 수준을 결정할 때는 권한과 책임을 얼마나 참가자에게 부여할 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관여 수준에 따라 목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첫날이라 힘들었지만, 긍정적 반응으로 마무리 하였다. 1차 강의를 끝내고 문정희 부장이 참가자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요청하였다. 참가자들은 첫 강의평으로 이론이 예상보다 많았고 ORID기법이 아직 혼돈스럽다거나, 총론으로서 정리하기에는 깔끔한 부분이 있었다거나, 실제로 청소년과 만날때 활용할 부분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주차에는 본격적으로 집중대화기법의 실습을 하기 시작했다. 4명씩 한 개조로 주제를 정해 이성적 목표와 경험적 목표를 만들고, ORID(Objectives, Reflectives, Interpretive, Decisional) 단계에 적합한 질문을 만들고 팀내에서 상호 질문을 하는 실습 위주였다. O와R의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자주 헤매는 모습이 역력했다. 강사는 ORID를 쥐가 날 정도로 연습해야 하고,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에겐 ORID단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질문 만들고 답하기는 시간이 꾀 걸릴 문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3주차에는 합의형성기법으로 참가자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실습하였다. 토론 주제를 정하고 브레인라이팅으로 카드를 작성하여 군집으로 분류하고 최종적으로 결과를 모으는 일이다. 이 방식은 결과에 대해 집단의 공감을 얻는데 좋은 것 같다. 갈등에서 조직의 역동을 일으키고 지혜를 최대화 할 수 있으며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4주차에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공론화하고 숙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기법을 배웠다. 비대면 월례회등에서 강의를 듣고 의견을 공유하거나 소그룹 토론에 좋은 기법이었다.
전 과정을 마치고 참가자들에게 본부에서 준비한 수료증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수료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과정을 마친 결과물로서 좋은 선물이 되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역량을 키우고 실제로 청소년과 시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활용 가능한 지는 광주흥사단의 향후 과제라는 생각이다. 6월에는 직접 공론화 과정을 활동가들과 계획해보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내용들은 공부모임이나 실습을 위한 심화학습등도 이어져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광주흥사단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주도하는 무기로서 활용될 것이고, 활동가들에게 전문가라는 수식어도 붙길 희망해본다.
* 글 : 김성훈(광주흥사단 공동대표 겸임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