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김춘화(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 팀장)
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가 개소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2003년 평택·안성지부는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에 부닥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평택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며 청소년쉼터를 개소하고 20년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 청소년복지지원법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자 4명이 365일 24시간 기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우여곡절도 겪었고, 청소년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을 ‘가출청소년’으로 표현하며 ‘쉼터 같은 곳이 있으니까 애들이 가출하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였다. 그리고 2008년 지금의 공간으로 쉼터가 이전하게 되었을 때 동네에 자리 잡는 것에 대해 경계하던 마을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을 ‘가정 밖 청소년’으로 지칭하는 용어도 달라졌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청소년들은 마을에서의 역할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쉼터 앞에서 물건 나눔 코너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며, 이웃들은 어느새 다양한 청소년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경계를 낮추고 바라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지역에서 이렇게 단우분들과 마을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 청소년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3년 5월 17일 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의 20주년 기념식을 진행하였다.
어느 행사나 그렇듯 함께해주신 분들의 소개를 시작으로 청소년들의 별꼴인권선언문 낭독, 환영사 및 축사, 표창장 및 감사패 수여, 이어서 20년의 발자취를 담은 활동 영상 상영, 그리고 평택소년소녀합창단과 쉼터 식구들의 수어 공연까지 준비한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한 시간 만에 짧게 지나간 기념식이었지만 20년의 세월을 담은 기념자료집과 영상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분의 손길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기념식은 청소년쉼터를 운영해온 우리들의 노고에 대한 자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동안의 시간을 잘 기억하는 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대했고, 이날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 만든 ‘별꼴 인권선언문’을 낭독하는 순간 그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고 느껴졌다. 별꼴인권선언문을 만들며 진지했던 모습과 많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서서 낭독하는 모습, 그리고 함께해준 모든 분이 그 모습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며 응답해주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든든한 파트너인 청소년에게서 배우고, 어른으로서 어떤 자세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고 아마도 내가 10년간 일을 해온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평택여자단기청소년쉼터 개소 20주년 기념식 단체사진
청소년쉼터가 이렇게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가정 밖 청소년의 안전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일시쉼터를 비롯해 남·여 각각 단기·중장기쉼터, 청소년자립관까지 설치되어 있어 청소년들을 유기적으로 보호하며 지역에서 청소년을 위한 안전망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에는 현재 남자청소년쉼터가 없다 보니 인근 수원, 천안, 아산 등의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남자청소년쉼터를 시작으로 지역에 청소년 안전망이 될 시설을 갖춰가는데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아직도 청소년이 집이 아니 다른 곳에서 생활한다고 하면 청소년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쉼터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스스로 어려움으로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은 전체 중 2,341명 중 617명(26.3%)밖에 되지 않는다. 쉼터에 청소년이 온다는 것은 청소년 개인의 문제보다는 가정, 학교,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런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청소년쉼터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표준화된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 표준에 들지 않으면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부정하다 보니 청소년쉼터를 찾게 되는 청소년들은 늘 사회에서는 주변인이거나 소외가 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이들만이 느끼는 것이 아닌 우리도 순간순간 쉽게 마주하고 있는 감정이다.
이런 소외가 덜 일어날 수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점점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마주하는 시공간에서 서로가 기꺼운 존재가 되고 따듯한 지지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청소년쉼터에 관심 가져준 모든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