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흥사단 '마을자율조정가 양성과정'
서울흥사단 통상단우 서약문답을 참관할 때, 문답위원이 서약대상자와 흥사단 운동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리고 이때 내용은 주로 100주년 비전 선언문에 명시되어 있는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이다. 흥사단의 참 주인이 되기를 결심한 서약대상자에게 통상단우로서 해야 할 고민을 주는 것이다. 서약문답을 참관하면서 흥사단에서 합의된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이라는 방향에 따라 ‘서울흥사단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였다.
3대운동본부와 맥락을 함께 하면서도 서울지부의 특징을 살린, 결이 좀 다른 콘텐츠 개발이 늘 고민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7년에 개최된 임원워크숍에서 ‘다음 사람을 위하여-시민과 함께 가슴 뛰는 서울흥사단’이라는 표어가 채택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운동의 힘을 내부에서 외부로 바꾸는 시도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2017년 50여 개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공동주택 유권자연대-3대 과제 및 7대 정책’을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달하는 생활밀착형 운동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이어 서울흥사단은 2019년 서울시정협치사업으로(주최 서울YMCA)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서 진행되는 ‘우리동네 마을자율조정가 양성과정’ 사업의 교육단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회적 갈등지수가 점차 높아질수록 그 갈등은 내 삶에서 직간접적으로 나타나며, 특히 삶의 터전인 공동체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표출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흥사단은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인 ‘우리동네 마을자율조정가 양성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본 양성과정은 기본과정, 심화과정, 소통방 운영으로 구성되며, 갈등문제 해결 또는 건강한 공동체형성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면 모두가 대상이다. 마을자율조정가는 중재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제3의 해결책을 직접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 간의 사이를 연결해주는 사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본과정은 많이 듣고, 이해하고, 사고를 객관화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심화과정은 조정을 위한 법률적 이해와 조정실습과정, 실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마을분쟁해결센터 탐방, 소통방 운영을 위한 논의를 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흥사단에서 꾸준하게 양성한 민주시민강사, 평화통일강사, 토의토론지도사 등은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큰 범주안에 포함된다. 하지만 익숙하지만 어딘지 낯선 마을자율조정가는 지역사업에 경험이 부족한 서울흥사단에게 새로운 시도이며 도전이다. 마을조정가로 서울지부 단우들을 떠올려 본다. 훈련받은 단우들이 마을조정가로 마을에서, 공동체에서 그 역할을 해낸다면 그것이 곧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재 서울흥사단은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 강남구, 강서구 세 지역의 책임단체를 맡고 있다. 흥사단이 있는 종로구, 수탁시설이 있는 강남구, 지역사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강서구를 선택했다.
지금은 심화과정까지 마치고 소통방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제일 어려웠던 과제는 자치구 동주민센터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교육장소로 가급적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민센터를 이용해야 하기에 동주민센터의 협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서울지역은 넘쳐나는 마을사업들로 담당 공무원과 지역의 활동가들이 다소 피로감에 젖어있었다. 이 사업의 차별화와 비전을 설명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대학로가 속한 이화동은 흥사단이 40년을 넘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흥사단에 대한 이해가 낮았고 지역주민조차 잘 몰랐다. 서울흥사단이 더욱 이 사업을 해야 할 동기 부여가 되었다.
본 양성교육의 참여자는 실제 그 지역의 마을주민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갈등문제를 접하면서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흥사단도 잘 모르고 특별히 전문가적 소양을 쌓기 위해 오신 분들도 아니다. 서울흥사단은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함께한 참여자들을 통해 더 큰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참여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흥사단을 찾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12월 초 25개 자치구에서 ‘마을자율조정가 양성과정’을 마친 수료자들이 함께하는 발대식이 예정되어 있다. 수료자들이 당장 조정가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기대보다는 마을 문제를 공유하고 마을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잘해 나가길 소망해 본다. 주민들은 서울흥사단처럼 늘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서울흥사단이 지역의 소통방이 되길 희망한다. 흥사단은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고민해 왔다. 흥사단이 그 고민을 지역에서 실천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조직이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소통방의 주인이 단우가 되길 희망한다.
처음이라 어설프고 어려운 여건에 우왕좌왕하지만, 서울흥사단 단우들과 수탁시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들이 이번 사업이 진행되는 큰 기둥이 되고 있다.
* 글 : 박보현(서울지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