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8일부터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는 변호사를 통하여 비실명 대리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공익신고자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료제출이나 의견진술을 할 수 있게 되며, 사건 심사나 조사 관련 문서에서도 신고자 이름 대신 변호사의 이름을 기재할 수 있다. 신고자의 신분 유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신고시 접수된 신고자의 인적사항 역시 본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기존에는 신고자가 직접 실명으로 신고한 경우에만 공익신고로 인정이 되었었는데, 이제는 신고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고도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제30조(벌칙) 등을 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공익신고자의 신분노출에 대한 제재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비실명 대리신고제도를 새로 도입하게 된 것은, 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피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익신고는 조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신고행위다. 특히 내부 구성원을 통한 공익신고는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자체적으로 파악하여 자정능력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익신고자가 드러나는 순간, 우리사회는 신고자를 색출하여 따돌림을 가하거나 평판을 깎아내리고 음해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특히 공익신고자가 내부구성원인 경우, 조직의 배신자, 고자질쟁이로 매도하고, 신고행위를 조직에 불만을 가진 이상자의 악의적으로 한 행동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해고하는 등 부당한 인사조치를 가하고, 평가시 차별, 주의대상자 명단작성 등 여러 가지 신분상의 불이익조치를 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동법 제15조(불이익조치 등의 금지)나 제17조(보호조치 신청) 등 규정을 보면 이러한 불이익조치에 대해 금지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규정들이 기재되어 있으나, 여전히 공익신고자에 대한 가해가 존재한다.
또한, 공익신고자가 제보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내부에서는 관행으로 치부하고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직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이기보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보다는 친분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조직문화가 구성원의 입을 막고 내부제보를 막고 묵인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신고자에게 보복피해를 가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공익신고, 특히 내부신고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구성원의 신고로 인해 문제를 인지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을 비롯한 많은 조직에서는 내부신고센터나 대표자핫라인 등을 통해 내부구성원이 조직의 문제점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도덕적인 것을 넘어 조직의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내부적인 문제해결 없이 사안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해당조직이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리스크관리에서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조직의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목격해왔다. 2016년 현대차 리콜사태도 이에 해당한다. 당시 리콜업무를 맡고 있던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은 부품 결함 은폐사건을 공익신고하였다. 처음에는 회사 감사실에, 다음에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비공개로 제보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자, 미국 교통부 내 도로교통안전국에 직접 제보했고, 언론에 사실을 알리게 된 것이다. 처음 회사 감사실에 알렸을 때 조직 내에서 절차에 맞게 해결했었다면, 문제가 확산되지도, 조직의 이미지가 실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공익신고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내부구성원의 신고를 독려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다. 다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격과 방향이 달라진다. 문제가 발견되면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 움직여 자정활동이 가능한 조직과 무조건 은폐하고 모른 척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 어느 곳이 성공할 수 있는 조직인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후자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조직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사실이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건강해지길 원하고 성공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기를 바란다면, 중요한 것은 시스템에 앞서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존중과 신뢰, 경청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개선이 없이는 성공은커녕 정상적인 조직 운영도 어렵지 않을까.
우리는, 흥사단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조직에 문제가 발견되면 내부신고를 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내부신고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와 다른 생각을, 우리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직언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을까? 소통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 글 : 한유나(투명사회운동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