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느끼고 탐색하는 진로 체험
- 청소년창업동아리 해봄창업공작소 활동 -
4차 산업혁명 그리고 격변이라는 단어조차도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및 사회 구조로 인하여 진로와 직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고민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과거 정보화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청소년들의 진로는 ‘공부→우수한 입시 성적→상위권 대학 진학→대기업 입사(혹은 공무원)’의 순서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화된 꿈이었고 이는 매우 단순한 고민이었다. 모든 것은 공부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이한 작금의 시대는 확연히 달라졌다. 공부 말고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수많은 길이 열렸으며(길은 늘 있었지만 보다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또한 공부가 아닌 길을 천시하지 않고 그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결실을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로센터의 팀장인 내게도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그러던 중 2017년도 9월 서울시가 ‘청소년 진로·취업역량 강화 지원사업 모집공고’를 냈고, 나는 ‘창업’이라는 주제로 응모하였다. 위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현재의 시대상이 ‘기존의 정형화된 직업 분류는 정석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었고,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뇌리를 스친 것이 ‘창업’이었다. 기존의 창업 생태계를 경험한 주변의 다양한 의견과 오광진 (광진청소년수련)관장의 적극적인 코칭이 사업주제와 방향성을 ‘창업’으로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청소년창업동아리 ‘해봄창업공작소’가 잉태되기 시작하였다.
모집은 생각보다 여의치 않았다. 아직은 사회에 진출할 날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창업’이라는 주제는 멀고도 낯설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 각지에서 15명의 청소년이 모였다.
다음 고민은 지도자였다. 나의 역할은 동기부여가 된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으로 ‘창업’이라는 주제에 대해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다. 이때 천군만마가 등장하였다. 흥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일 군이다. 박준일 군은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면서 중앙대학교 창업동아리를 창립하였고, 이를 통하여 다수의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스스로 창업에 성공하여 현재 활동 중인 귀한 인재다.
지도자와 참가자가 모두 모인 이후로는 활동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서로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창업에 대한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것으로 첫 모임을 시작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2017년도의 끝자락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였다. 그 첫 번째 결론은 ‘단계적인 활동 설계’였다. 각자 창업과 관련된 공부나 활동을 개별적으로 했지만, 준비 및 활동 과정의 체계성이 부족했다. 이를 채워나가기 위한 단계적인 학습 및 준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합의점을 부표로 삼았다.
가장 처음 진행한 활동은 ‘창업 감 익히기’ 활동이었다. 개개인의 경험이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창업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했다. 공감대 형성에 기회가 된 것이 실제 창업사례를 공유하고 창업 관계인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스타트업 그라인드’와 서울창업허브에서 개최한 ‘서울창업박람회’였다. ‘스타트업 그라인드’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창업 교류 프로그램인데, 박준일 군의 주선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모든 행사가 영어로 진행되었다. 이날 발표자는 얼마 전 ‘우버 택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우버’ 사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 ‘우버 이트’였다. 참가자들은 신선한 사업 아이템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창업인들이 모이는 자리를 경험했고,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서울창업박람회’는 다양한 창업 관련 기업들이 부스를 운영하였다. 그중 대기업 출신의 창업자를 만나 창업의 어려움과 현실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위 두 가지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창업에 대한 감을 얻고 공감대를 형성한 참가자들은 창업을 위한 학습 활동을 이어갔다. 박준일 군이 중앙대학교 창업동아리 시절 활용했던 ‘이상한 아이디어 경진대회’, ‘나의 롤모델 소개하기’, ‘마시멜로 탑 쌓기’, ‘홈페이지 제작 기초’ 등의 단위 프로그램을 소개하였고,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창업에 필요한 제반 사항과 기초 지식을 쌓았다. 창업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스타트업 바이블』 등 다양한 서적으로 ‘그룹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그 학습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내 IPTV 1세대 창업주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과 사원으로 시작해서 부회장까지 오른 민경조 전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모시고 창업 노하우와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학습 활동의 정점을 찍었다.
다음 단계로 배운 것들을 내면화하기 위한 다양한 교류활동을 하였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님은 기꺼이 멘토로서 강연을 맡아주셨고, 참가자들은 엔젤투자협회가 주최하는 ‘고벤처 포럼’에서 참가해 다양한 창업인들과 교류하였다. 세운상가의 재야 고수를 만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활동도 하였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고수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창업의 현실과 비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본 동아리를 운영하고 함께하면서 느꼈던 점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 청소년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으로 필요가 목적이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참여하지 않고 ‘창업’이라는 주제를 멀게만 느꼈다면 적극성이나 참여도가 보장되지 못했을 것이고, 활동의 의미도 퇴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봄창업공작소’의 참가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창업’을 갈망하였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우수한 인원들이었기에 그 효과나 의미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이번 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은 ‘영어가 필요하다.’, ‘창업을 위해서는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필요에 의한 자발적으로 학습(공부)을 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이것이 살아있는 공부고, 이상적인 공부의 형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해봄창업공작소’는 2018년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목표는 실제 창업을 해내는 것이다. 사업자등록증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지을 참가자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 날까지 그들과 함께 힘차게 달려 보련다.
* 글 : 전찬혁 서울시립광진청소년수련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