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주최한 2017년 2차 시민사회단체 해외연수 참가 보고서이다.
1. 들어가며
저는 이번 연수를 통해 디지털 사회혁신(Digital Social Innovation)을 활용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찾고자 했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현시점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특히 인더스트리 4.0*으로 읽히는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의 경우, 대기업이나 정부가 중심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 모두 ‘참여’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다’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큰 가치 덕목을 주목했으며, 연수에서 독일의 플랫폼에서 어떻게 ‘참여’를 촉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7박 9일 동안 영국과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관 9곳을 방문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궁금증과 문제 해결, 찾고자 했던 물음의 해답, 혁신적이고 인상적인 사례를 위주로 기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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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 인더스트리4.0(Industry 4.0)은 독일 정부가 제시한 정책의 하나로,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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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관방문을 통해 얻은 시사점
첫째,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노미넷 트러스트(Nominet Trust) 사례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IT기술을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비영리 기관의 프로젝트와 기술 중심의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노미넷 트러스트는 소셜벤처 지원 대상과 평가 기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혹은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지원은 지원자의 사회적 문제 인식 부족, 지원체계 불균형, 공공지원과의 연계 미흡, 지원기관의 역량 부족, 투자 기준의 모호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본래의 취지와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노미넷 트러스트는 소셜벤처에 대한 명확하고 실제적인 지원 기준으로 사회문제의 해결 능력, 사업성, 전문성 등을 갖추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소셜벤처로 하여금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가령 <월리스와 그로밋>과 <치킨런> 제작사가 노미넷 트러스트의 지원받은 이유는 어린이에게 수동적인 게임 플레이어가 아니라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율성(임파워)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코딩기술 또는 과학기술 분야를 증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선정 기준은 첫째가 혁신성이며, 둘째가 소비자의 요구하는 기술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하니, 기본에 충실한 그들의 철학이 새삼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밖의 노미넷 트러스트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한 실제적인 사례(오픈 바이오 식스, 나이트 주키퍼, 앨시스 블록체인 도네이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지털 사회혁신의 최전선이 영국임을 입증하기 충분하였습니다.

노미넷 트러스트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프로그램 디렉터인 Chris Ash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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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2** : 소셜벤처(Social Venture)는 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개인 또는 소수의 기업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을 의미한다. 일반 기업과 같은 영업 활동을 기반으로 수익을 얻어 취약계층에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문제의 해결에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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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인더스트리 4.0을 기획, 제안한 아카텍의 사례
독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을 기획, 제안한 아카텍(Acatech, 민간 연구기관)의 사례는 개인과 민간 연구기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가 단위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과 함께 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텍은 연구를 통한 정책제언과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 혁신을 통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나노기술에서 유통기술까지 다양한 기술영역 및 기술교육, 커뮤니케이션 등 사회 그룹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카텍이 인더스트리 4.0에 주력하는 것은 독일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카텍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Florian Succenguth 연구원
독일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정부가 협업과 융합을 이루면서 합의하고 정책을 세우고 그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의 ‘참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독일 사회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경제 사회적 여건,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와 노력, 정보 통신 기술 시대에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에게 정책제언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가 하나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아카텍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에 시민사회단체가 주요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끝으로 평생교육(직업교육)을 통한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의 간극을 줄이며, 노동의 질을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에게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 정부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사회혁신 분야의 싱크탱크인 네스타(NESTA)의 사례
사회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싱크탱크며, 사회혁신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이끌고 있는 네스타의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998년 450억 원 규모의 복권기금으로 설립되었지만 2010년 말부터 독립적 민간기관으로 자리 잡은 네스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데 부족함이 없는 사례였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헬스케어 문제가 큰 화두인 영국에서는 예전 같으면 정부 주도로 호스피스 병동을 늘리거나 신약 개발에 투자했을 것이나 영국의 한 단체에서 각기 다른 질병을 가진 이들이 서로 돌보게 하는 ‘돌봄 시스템’을 시도했더니, 생존율과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점을 착안해 네스타에서는 심장마비 문제를 해결하는 앱 ‘Good Sam’을 개발, 스마트폰의 앱을 기반해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주변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의사 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연결하여 빠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Good Sam의 도입으로 실제 사망률을 10% 낮췄다고 하니, ‘사회혁신’ 실생활과 동떨어진 거창한 무엇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네스타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Geoff Mulgan 대표
3. 마무리하며
4차 산업혁명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있어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런 점에서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 혁신과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 이 문제를 접근하고 함께 풀어야 할 정부와 시민사회에 새로운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영국과 독일은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고 소통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분리되었고, 시민사회가 고군분투하며 자금이나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목소리를 높여야만 했습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가 민간위원 20명과 정부위원 5명으로 꾸려졌습니다. 본 위원회가 어떠한 성과를 낼지, 어떻게 민·관의 힘을 모을지는 미지수라는 비판의 소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본 위원회가 시민의 삶에 함께하며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의 독일의 사례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로 운영되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민사회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말씀드립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 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디지털 사회 혁신 플랫폼을 공유하며, 새로운 사회 혁신 정책을 추진하는데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는 반드시 ‘사람’, ‘교육’, 그리고 흔들림이 없는 ‘철학’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14명의 시민사회단체 실무자 여러분, 눈앞에 펼쳐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촉진자’로서의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글 : 본부 정책기획국 차장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