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에서든 아직도 10년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지요.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지난 10년째에 되어서야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이지요. 세상이 바뀐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조차도, 아직은 정의보다는 의리가 존중되는 듯이 보이는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문(下問)에 대한 답은 충심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깊지 않은 생각이지만 솔직하게 글이 흐르는 데로 메워보려 합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대개 자신의 이데올로기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시대가 흐르면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고자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궤도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그룹이 있어야 하고, 이렇게 제시된 비전을 이데올로기화 시키는 그룹,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를 실현시키려는 그룹, 나아가 그 집단이 미래에도 존속하게끔 해야 하는 신진그룹이 있어야 하지요. 바로 이 마지막 그룹에서 사람들은 그 조직의 미래를 엿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주년 기념 “대학생 국토순례대회”에 참가하려고 드나들 때, 입단의 관심유무를 물어 온 사람이 없었지요. 겨우 연말이 되어서야 가입을 안내받았고, 그런 후에도 이러 저러한 얘기가 있었고 또 들려왔지만, 신입단원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입단 3년째 봄에서야 “교육수련원”에서 신입 교육이 있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시간이 다른 일과 겹쳐서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겨울학기에 혹시나 하고 신입단원을 위한 강의가 있던 월요일 저녁을 비워두면서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그해 가을에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참석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은숙 선배님의 해박하고도 경험에서 우러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었지만, 그 많은 지식을 단시간에 나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수험생같이 책을 끼고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약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이사장님이 직접 서약례를 주관하셨는데, 아카데미활동부터 적어도 50여년 이상 단 활동을 하신 분 앞에서 치루는 서약례라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통과해서 통상단우가 될 수 있었지만, 이은숙선배님의 몇 번의 강의로 감을 잡을 수 있는 흥사단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YKA 산악회를 따라다니면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을 것도 같고, 지부모임행사에 나가서 우선 안면이라도 익혀두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그 모임들이 나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을 위해서만 있지 않으니,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지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찾아보았지만, 감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는 선배님들이 후배와 침목도모를 하면서 흥사단의 지난 얘기를 해주는 사랑방은 없을까? 옥상에 그런 것이 혹시나 있을까하고 올라 가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황은 결국 흥사단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만들었습니다.
조직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어 이방인이 되어버린 필자에게 매번 참여했던 단의 행사에서 맛보는 것은 소외감이었습니다. 이러한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상해보았던 것이 (현대 사람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옛날의) 사랑방 같은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흐른 후에 마침 단에서 사랑방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을 맺어주는 멘토링 사업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사업은 바로 나를 위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가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참가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항상 신사이고 싶은 소극적인 멘티에게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의식만큼은) 투사이신 이윤배 전 이사장님이 나의 멘토로 배정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방인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만 만족하려는 멘티에게 조직을 통괄하던 (전)이사장님이 배정되어 조직에 대한 소외감을 떨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글자그대로 전체 멘토링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하나같이 멘토가 멘티에게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선배님이 자신의 경험을 후배에게 전해주셨다는 점에서 생생한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멘토는 신사와 투사의 본분과 역할을 몸소 전해 주셨지요.
10여 번의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1부 안창호와 흥사단 3회, 2부 흥사단의 역사 5회, 3부 선배님들과의 만남 3회였습니다. 1부에서는 ‘안창호는 투사인가, 신사인가?’, ‘흥사단원은 투사여야 하는가, 신사여야 하는가?’와 함께 ‘대공주의란 무엇인가?’를 토론하였습니다. 2부에서는 흥사단의 정체성 확보와 미래의 전망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특히 ‘인물 양성’과 ‘사회참여’라는 논점에 따른 ‘약법개정과 제도개혁’ 외에도 ‘3대 운동본부’의 활동과 함께 ‘각종연구소’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3부의 ‘가족과의 만남’을 대신한 ‘선배 단우와의 만남’ 3회는 흥사단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3대 운동본부와의 만남은 신사로 머물려는 멘티에게 투사가 되라는 멘토의 질책으로 들려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멘토링이 끝나면서 갖게 되는 소망은 첫째로 미래의 100년을 내다보려는 흥사단에서 이러한 멘토링이 일회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속적인 진행이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멘티가 지속되어질 멘토링에서 옵서버로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둘째로 제도적인 멘토링의 연장선상에서 밥상머리교육을 위한 제도적으로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연장선상에서 선배님들의 소중한 삶과 단의 경험을 후배 단우에게 슬기로운 지혜로 전해줄 (이 시대에 걸맞는) 사랑방을 기대해 봅니다. 셋째로는 “교육수련원”에서 신입단원만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통상단우를 위한 재교육도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멘토링 덕분에 홀로서기를 위한 걸음마를 시도하는 멘티들에게 선배단우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분명 일면적이고 저의 편견에 사로잡힌 의견일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일면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사실 자체가 신입회원들이 흥사단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신입회원들을 위한 집행부와 선배님들의 좀 더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 글 : 서울지부 단우 김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