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도산선생을 사숙해 왔다. 돌아보면 처음에는 상당한 기간 나 스스로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해서 도산선생의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그래서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하면서 점차 오늘과 같은 나름의 확고한 도산관을 정립하게 되었다. 그런 도산선생의 진면목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져 왔고, 나아가 그분의 간절한 꿈과 소망을 오늘에 접목해 되살리고 실천하는 데 기여해야겠다는 사명감까지 갖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틈틈이 쓴 글들을 모아 이번에 두 권의 책을 펴내게 되었다. 하나는 논문들을 모아 『도산 안창호의 민족혁명론』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 밖의 소논문, 기고문, 특강녹취록 등의 다양한 원고들을 모아 『대한민국 국부 도산 안창호』로 엮게 되었다.
해방 전에 돌아가신 도산선생께서 일생동안 추구했던 한국 민족의 독립 미래 국가공동체 대한민국은 물론 오늘의 분단된 반쪽 국가가 아니었다. ‘나의 사랑 한반도’를 포괄하는 통일국가였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도산선생을 비롯한 대다수 애국선열들께서 소망한 통일 민족국가를 표상하는 숭고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대한민국을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하면 도산선생은 설계자였고 기초 공사까지도 직접 수행하셨다. 비록 아직까지 온전한 준공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가장 큰 공로자로서 그분의 업적을 담는 데는 ‘대한민국의 국부’라는 타이틀이 가장 근접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부 도산 안창호』를 표제로 한 이 책이 도산선생 개인을 추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나라와 겨레의 과거와 오늘을 성찰하고 바람직한 내일을 모색하는 데 거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도산 안창호의 민족혁명론』은 그동안 쓴 10편의 글에 작은 보론을 덧붙인 학술논문집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간헐적으로 써온 글들이고 보니 지금의 눈으로 보면 미숙하고 또 중복된 부분들도 많아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 관점과 논지들만은 지금 생각과 크게 다른 점이 없고, 도산선생에 관한 나의 이해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를 돌아보는 의미도 있어 따로 손보지 않고 거의 그대로 수록했다.
도산선생이 활동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의 우리 근대 역사는 말 그대로 수난의 역정이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침략당하고 순순히 지배만 당한 것은 아니었다. 치열하게 저항하고 투쟁하여 오늘의 빛나는 성취의 밑바탕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앞장서고 한 중심에 섰던 분이 도산선생이었다. 민족의 최고 지도자로서 그는 자기혁신과 항일투쟁을 아우르는 탁월한 민족혁명론을 확고히 정립하고 직접 그 실행에 전력을 다하다가 순국하셨다.
한민족 격변의 와중에서도 가장 암울했던 일제 강점 시기에 최고 민족지도자 도산 선생은 절망적인 현실을 뚫고 나갈 이론과 실천이 절실히 요청될 때마다 그 부름에 가장 성실히 응답한 혁명운동가이자 혁명사상가였다. 그런데도 춘원 이광수의 『도산 안창호』이래 오랫동안 그런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탓에 한낱 가녀린 민족개량주의자로 오해되어 오기도 했다.
도산의 민족혁명론은 크게 2단계로 전개되었다. 1단계 혁명론은 일본의 침략으로 국권 상실을 목전에 둔 20세기 초 한말에 정립되었다. 민주공화국건설론과 독립전쟁준비론 근대국민형성론의 세 가지를 핵심 축으로 근대제국주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근대민족주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2단계 민족혁명론은 1920년대 후반에서 1930년대 초에 정립되었다. 좌우합작의 대혁명당 조직론과 그 사상적 바탕으로서의 대공주의(大公主義)였다. 대공주의는 기존의 자본제국주의와 신흥 공산제국주의가 대립하게 되는 새로운 정세 변화에 조응하여 나온 신新민주국가건설론으로서 한국 민족의 자주적 독립사상이면서 동시에 세계 평화 구상의 출발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하나 더 주목할 사실은 도산선생의 사상은 대부분의 여느 독립운동가들과는 달리 자기 당대에 그리고 한국 독립사상의 범위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소명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한국 민족은 물론이고 나아가 인류 전체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행복 실현의 방안에 대해서도 늘 심사숙고하였다. 그리하여 애기애타(愛己愛他)와 대공주의 및 세계대공(世界大公)과 같은 넓고 큰 새로운 개념들을 정립하였다. 도산선생이 제시한 이런 미래를 위한 비전은 현재에도 매우 값진 자산이 되고 있으려니와 시간이 지날수록 온 세계인들 속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고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이런 도산관은 물론 어느 날 일거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번에 도산선생의 사상과 비전을 주로 담은 『대한민국 국부 도산 안창호』와 『도산 안창호의 민족혁명론』두 권을 발간한 것은 비록 느린 걸음이었지만 일단 반세기 도산 공부의 중간보고라고 하겠다. 선생의 구국 행적과 운동까지를 담은 전기 출간이 다음 과제임을 아울러 말씀드린다.
* 글 : 박만규(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