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평화통일 강사 양성과정(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주최)’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는 먼 이야기처럼 낯설고 추상적인 단어였다. 영혼 없는 머리로 생각하는 ‘통일이란’ 이루어야 할 대민족적 과제임에는 맞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통일은 나와는 거리가 먼 실체 없는 허상이었고, 국정을 논하는 사람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겼다. 나에게 통일은 어떤 간절함도, 염원도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통일의 미래적 가치는 알겠지만 당장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부담감, 사회적 혼란, 극복기간, 안착까지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고통분담을 나의 세대에서는 짊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사건이 내게 주는 부담과 불편함의 동거가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통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서슴없이 ‘빨리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 이후의 미래 세대에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므로 이 강사양성과정을 통해서 미래의 대한민국에 활화산이 되어줄 통일의 잠재적 가치와 통일의 미래비전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은 미래의 몫인 통일을 대비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었다.
부끄럽게도 통일은 나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 책임에서도 한 발 빼고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이중적인 사고였다. 수업 첫날 민주시민 교육을 시작으로 이런 나의 소견은 나 자신 스스로에게 털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부여된 권리와 자격,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참여… 하지만 난 권리와 자격은 받고 책임과 참여에서 한 발짝 뒤에 있는 인정하기 싫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통일에 대한 나의 두 마음은 나 자신에게 들켜버리게 되었다.
이번 양성과정 6회 차의 안중근의사기념관 답사를 통해서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의 뜨거운 외침 속에서 무수히 들려왔던 ‘진실, 빛, 민주주의, 독재정권, 정권교체, 주권은 국민에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삶과 행적들은 먼 옛날의 멈춰있는 한 지점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살아 움직이는 광화문 광장의 외침이었으며, 역사를 관통하여 흐르는 물줄기가 우리에게까지 흐르고 있었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안중근 의사는 오늘날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뼈아픈 세월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죽음을 앞둔 법정에서조차 판사의 질문에 의연하고 당당했던 모습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 그러면서 다행히 내가 그 시절이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음을 감사했다. 자신과 가족이 아닌 나라를 위해 그 시린 날들을 살아낸 분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권리와 자유로움은 역사를 이어서 누군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완성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며, 역사 속 안중근 의사 그리고 누군가 다른 많은 분들이 그러했듯이 현재의 나 자신 또한 현재의 자리에서 남에게 누군가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시민으로서 개인적 안위와 행복만이 아닌 공공성에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을 나 자신 안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 후세대에게 물려줄 민주성과 평화통일의 첫걸음이다. 이것은 어른으로서, 기성세대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이다.
이제 통일은 다음 세대로의 이전이 아닌 현재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나 자신이 먼저 통일의 가치와 비전을 희망으로 키워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하는 통일교육은 존재감 없이 허공 속에서 부서지는 뜻 없는 메아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의 희망을 가슴 설렘으로 채우고 이제 나도 통일의 옷을 입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통일의 향기를 느껴보고 품어보면서 평화통일의 꽃이 만개하여 전 국토를 뒤덮는 그 날을 염원해야겠다.
끝으로 그동안 강의를 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잠들어 있던 감수성을 깨어준 즐겁고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
글 : 신인숙 | 2017 평화통일교육 강사양성과정 수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