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박의수│단우
월례회(月例會)는 달마다 정기적으로 갖는 모임입니다. 흥사단의 월례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단체들은 대개 안건을 심의하기 위하여 정기 집회를 하지만, 흥사단의 월례회는 수련이 주목적입니다. 매달 만나서 나라 사랑하기를 다짐하고, 단의 목적을 확인하고, 단우 서로 간의 약속을 확인하고, 도산 선생의 말씀을 가슴에 새깁니다.
월례회는 보통 ‘거수례-국민의례-약법 낭독-도산의 말씀(글)-강론-광고-단우회 노래-폐회(거수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지부는 ‘도산의 글 낭독’ 다음에 간단한 ‘동맹 수련’ 프로그램이 들어가지만, 지부에 따라서는 ‘3분 말하기’ 과정을 넣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정의돈수를 위하여 회락회(recreation) 시간을 넣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과외 활동으로 동맹작업을 한 때도 있습니다. 월례회는 흥사단의 모든 단위 조직에서 반드시 행하는 기본적인 수련 과정입니다. 월례회 참석은 회비 납부, 기관지 구독과 함께 단우의 기본적 의무입니다. 입단 문답 과정에서 ‘단우의 3대 의무’라고 배웠지요.
거수례는 다른 말로 하면 서약입니다. 무실역행하고, 5대공약을 지키자는 약속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국민의례는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다지는 과정임은 누구나 다 아는 일입니다. 모든 행사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도 흥사단의 특징입니다.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에 매력을 느껴 입단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약법의 목적 조항과 5대공약 조항은 반드시 낭독합니다. 단의 목적과 약속을 항상 명심하고 지키자는 것입니다. 수많은 단체가 있지만, 회원이라고 하면서 그 단체의 목적도 모르고 규칙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소속감도 없고 책임감도 없습니다. 그런 회원이 많은 단체가 제대로 운영되고 지속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오래 습관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게 됩니다. 타성에 빠져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50년 넘게 흥사단 월례회는 언제나 선약(先約)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약속을 잡을 때 그 시간을 피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물론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 때도 있습니다. 더러는 일부러 빠지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삶이 힘들 때는 단우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게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열심히 참석은 하면서 타성에 빠져서 아무 생각 없이 단소를 드나들고, 국민의례를 행하고, 약법을 외고, 도산의 말씀을 듣고, 강론을 듣고 …, 그걸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입니다. 때로는 매번 반복되는 의례를 행하고 강론을 듣고 식사하고 헤어지는 단조로운 활동에 식상하기도 합니다. 매달 모여서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친목 단체냐 하는 회의가 들 수도 있습니다. 누가 ‘흥사단이 뭐 하는 단체냐’하고 물으면 대답이 궁해졌던 때도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정신도 훌륭한 단체인데 세상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가끔은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절차를 음미해 볼 필요를 느낍니다. 새삼 흥사단의 월례회란 무엇이며,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음미해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흥사단은 어떤 단체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흥사단 약법에 명료하게 나와 있음에도 줄기차게 반복되는 물음입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도산은 총체적인 민족운동 5단계를 구상하면서, 그 기초 단계인 인격훈련과 단결훈련을 목적으로 흥사단을 조직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 5단계는 ‘기초(인격훈련, 단결훈련)-진행준비(학업단, 실업단)-완전준비(전문가, 재정)-진행결과(新정체, 독립전쟁)-완전결과(광복, 번영)’입니다. 그래서 흥사단의 목적에 ‘민족 전도 대업의 기초를 수립함’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특정한 사업을 목적으로 세운 단체가 아닙니다. 흥사단 입단문답 과정에 구체적 사업에 관한 질문이 없는 것도 그 까닭입니다.
흥사단은 독립운동 시절에도 광복 후에도 인격훈련과 단결훈련(리더십과 멤버십)을 철저히 하여 각자의 일터에서 성실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무실역행하여 모범을 보이자는 단체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으로 성장했고, 각 분야의 수많은 인재가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사단이 목적으로 한 인격과 도덕의 수준은 도산의 시대보다 나아진 게 없는 듯합니다. 특히 상류 지도층의 인격 수준은 바닥입니다. 새 정부를 구성하려고 청문회를 할 때면 그런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송복 교수는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역사적·사회학적으로 진단하고, 대한민국이 21세기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동력을 상류 지배계층의 도덕성과 책임 의식에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특혜와 책임). 흥사단의 기초 운동 즉, 인격훈련과 단결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기초 운동은 결코 매력적일 수 없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습니다. 명예를 주지도 않으며, 출세에 직접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때도 많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단우 간의 신뢰와 격려가 더욱 필요합니다. 월례회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수련 과정임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