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이 “18세 참정권”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
안창호 “쾌재정 연설”과 120년 후 “광화문촛불 청소년시민”
120년 전 안창호 쾌재정 연설
서론에서 본론으로 들어간 소년 연사는 단상에 점잔 빼고 앉은 고관들을 하나씩 면박하기 시작하니, 개벽 이래 처음 보는 청천벽력이다.1)
“세상을 바로 다스리겠다고 새 사또가 온다는 것은 말뿐이다. 백성들은 감무에 구름 바라듯이 잘 살게 해주기를 쳐다보는데, 인모(人毛) 탕건을 쓴 대관‧소간들은 내려와서 여기저기 쑥덕거리고 존문(存問)만 보내니, 죽는 것은 애매한 백성뿐이 아닌가. 존문을 받은 사람은 당장에 돈을 싸 보내지 않으면 없는 죄도 았다 하여 주리를 틀고 돈을 빼앗으니, 이런 학정이 또 어디 있는가. 뺏은 돈으로 허구헌 날 선화당에 기생을 불러 풍악 잡히고 연광정에 놀이만 다니니, 이래서야 어디 나라꼴이 되겠는가.”
“진위 대장은 백성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책임인데, 보호는커녕 백성의 물건 빼앗는 것을 일삼으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탐관오리의 행색을 샅샅이 들어 성토할 때에 청중들은 귀를 의심하다가 통쾌하여 소리 지르고, 관찰사 조민희는 얼굴 색이 변하면서도 연방 “옳소, 옳소” 하더라 한다.
연설이 끝나자 백성들은 이제야 살날이 왔나 보다 감격하여 떠들기 시작하고, 여자들은 “어떤 어머니의 아들이길래 저렇게 씩씩하고 담이 크냐”며, 마침 연설 들으러 왔던 그의 어머니를 찾아 둘러싸고 법석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18조목의 쾌재와 18조목의 불쾌를 설파하며, 단상에 앉은 고관들의 실정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실정을 규탄하고, 시정책을 제시한 소년 연사는 바로 안창호였다.
이 날은 1897년2) 7월 25일(음력) 독립협회 관서지부 주최로 평양 쾌재정에서 개최된 만민공동회의 날이었으며, 이 날 연사로 나선 안창호는 민중의 새로운 자각을 호소하는 명연설로 전국적인 명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쾌재정 만민공동회 연사로 나섰던 안창호의 나이는 만 18세였으며, 그 이전 만 17세인 1896년에 이미 필대은과 함께 독립협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후 안창호는 일평생 “민족전도대업의 기초를 수립”하는 일에 매진하였으며, 고결한 신사이자 강인한 투사로서 항일독립운동의 ‘빛’이 되었다.
2016-2017년 광화문촛불 청소년시민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은 뜨거웠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각계각층 세대, 지역을 뛰어 넘어, 이제 막 걸음을 뗀 어린아이부터 고령의 어르신까지 손마다 촛불 하나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헌법유린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이게 나라냐” 분노한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였고, “박근혜 퇴진”과 “민주공화국 복원”을 한 목소리로 외치며, 들끓던 분노를 한바탕 축제로 풀어냈다,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진 광화문 촛불시민혁명은 100만 명이 넘는 시위 규모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지속하였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일로 전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강원택 교수(서울대 정치학과)는 “촛불시위는 의회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한 직접 민주주의의 발현”이라고 평가하였으며, “국민이 정국 자체를 주도하며 제도권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중백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도 “87년 민주화 투쟁으로 형식적인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내용까지 완벽하진 않았다”며 “역사는 2016년 촛불혁명을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3)
한편 광장에서 민주주의가 축제처럼 진행되는 동안 청소년들도 ‘박근혜하야 청소년 공동행동’이라거나 ‘청소년시국모임’, ‘전국중고생청소년혁명’, 그리고 호치민시 청소년 시국선언을 비롯한 해외 청소년공동행동 등 다양한 네트워크 방식과 퍼포먼스, 시국선언, 자유발언대를 통한 시국 연설 등으로 격변기 대한민국 촛불시민혁명에 동참하였다.
서울 광화문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촛불시민으로 동참한 청소년들은 “지금이 조선시대 세도정치 시기인지, 고대 제정일치 사회인지 모르겠다.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가 다시 시작된 듯하다”고 정세를 분석하며, “학교의 교훈인 ‘깊은 생각과 바른 행동’에 따라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려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대구 와룡고 학생회 시국선언)
또한 11월17일 수능 당일 저녁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서 한 학생은 “어른들의 투표로 이런 사달이 났는데 피해 보는 것은 잘못 없는 청소년이다”라고 말했으며,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김정윤(18·군산중앙여고) 학생은 “이미 많은 친구들이 SNS 등을 통해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18세라고 판단이 미숙하지 않다. 정치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19세가 된다고 갑자기 정치나 사회문제에 의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면 그에 걸맞은 판단을 하기 위해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4)
다양한 청소년들의 시국선언과 연설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부산 청소년 시국선언 추진모임 일동’의 성명서(2016.11.13.) 핵심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여지껏 많은 청소년들이 역사적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 왔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정치적 주체로서 선언한다. 그 어떤 탄압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지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러한 탄압에 당당하게 맞설 것임을 선언하며 이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박근혜는 사퇴하고, 온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
하나. 일제고사를 비롯한 입시경쟁체제를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하나. 성차별을 조장하는 성교육 표준안과 역사 속 인권 유린을 은폐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즉시 폐기하라.
하나. 청소년을 주체적이고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선거권과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라.”

▲ 광화문 촛불 시민으로 참여한 청소년시국모임
흥사단이 “18세 참정권”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창호의 “쾌재정 연설로부터 120년이 흐른 2017년 광화문 광장. 박근혜-최순실 헌법유린, 국정 농단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고자 나선 100만 촛불시민혁명 대열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연설하며 행동하는 당당한 청소년들을 본다.
마치 120년 전 안창호처럼 생각하고, 안창호처럼 행동하는 21세기 청소년들을 보면서, 그 때도 그랬던 것처럼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바로 현실 사회 변혁의 주역임을 확인한다. 그렇다. 청소년은 “현재의 시민”이다.
2017년 흥사단의 시대적 사명은 미래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닌 현재적 시민으로서의 청소년 시민의 “18세 참정권”이 승인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과의 견결한 연대를 통해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의 확고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100년 흥사단 운동은 “18세 참정권” 운동에 적극 나서며, 더욱 젊고, 힘 있게 열릴 것임을 확신하며. “18세 선거권 보장”과 “청소년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본다.

▲ 2017 국회 참정권 토론회(2017.1.18.) 18세 청소년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선거연령
참고로, 한국의 선거 가능 연령은 1948년 21세→1960년 20세→ 2005년 19세로 꾸준히 낮아졌다. 그렇지만 19세로 선거 가능 연령을 제한한 규정은 세계적 추세나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232개국 가운데 92.7%인 215개국에서 선거 가능 연령은 18세다.
글 : 윤혁 |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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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安島山 全書 (증보판) P37 인용
2) : 안창호 쾌재정 연설 년도는 기록상 차이가 있는데, 安島山 全書 (증보판) 에서는 1898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현암사.김삼웅.2013)에서는 1897년으로 기록되어 있고(P35) 도산 안창호 연보(P274)에서도 1897년으로 표기되어 있다. 년도 표기 상의 혼동이 있음을 확인해 두며, 이 글에서는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의 년도 표기에 따른다.
3) : [출처: 중앙일보] 들끓던 분노가 연대감 형성되며 평화시위로 승화. 2016.12.11
4) : [출처: 한겨레21] 유권자의 새로운 자격, 18세. 201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