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말한다. "나의 칼이 되어다오. 부정하고 부패한 것을 도려낼 수 있는 그런 칼, 모든 개혁은 위로부터여야 한다." 그러자 비담이 가로되 "매점매석이나 고리대를 행하는 귀족세력과 기득권층의 부정을 철저히 단속하라, 그런 말씀이십니까?"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중의 한 장면으로 정적을 제거한 뒤 신라의 기틀을 세우려는 선덕여왕이 가장 먼저 한일이다. 이러하듯 국가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곤 한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관행이라고 눈감아주고 정치인과 기업의 부패를 넘어가곤 했다. 이 결과 대한민국은 올해 발표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0점 만점에 5.5점으로 OECD평균인 7.04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국가인 싱가포르(9.2), 홍콩(8.2), 일본(7.7)을 비교해 봤을 때 부끄러운 수치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한 상품을 싱가포르에서는 100원에 생산한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20원의 뇌물, 청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해진 120원에 생산된다고 한다. 굳이 수천억 원의 비자금과 횡령사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동안 묵과해왔던 부패가 우리경제에 얼마나 부담이 되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처럼 선진 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선덕여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먼저 부정부패라는 끈을 동여매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를 향해 달려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부패방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탈바꿈 해야한다.
첫째, 부패방지기관이 조사권을 가져야 한다.
홍콩의 부패방지기관인 염정공사의 경우에는 부패사범재산압류권, 자산동결조치권, 부당이익환수권까지 부여하고 있지만 현행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조사권마저 부여하지 않아 부패행위를 신고 받더라도 오히려 신고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 11월 24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패방지업무관련 사실 확인을 위한 자료 요청을 강화할 수 있는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확인수준에만 그치고 있어 부패척결을 해달라고는 해놓고는 칼집만 쥐어준 꼴이 되어있다. 누구도 억울하지 않고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조사권을 부여하여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둘째, 부패방지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해야한다.
현행 국내 유일의 부패방지기관은 지난 2008년 2월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가 통합된 국민권익위원회이며 그나마 국무총리산하로 되어있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반부패전담기구의 셋방살이를 두고 전문성결여와 정부의 부패척결의지를 반증하는 것 같아 수차례 우려를 표명하였다. 물론 대통령산하로 격상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을 포함한 핵심권력형 비리를 척결해야하는 부패방지기구가 조사대상 산하에 둔다는 것 또한 어색한 일이다. 따라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반부패 전담기구를 요구하는 바이다.
셋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설치해야한다.
권력형부패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선자금''옷 로비 특검 등 다채로운 특검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의혹만 남기며 흐지부지 끝났고 오히려 국민들의 사정 기구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신만 증가시켜왔다. 이에 부패수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권력형 비리를 상시적으로 조사하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처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점은 정치적으로 독립하여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속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치적인 중립성이 담보되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패방지기구가 별도의 독립기구가 된다면 부패방지기구 산하에 두는 것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국강병의 첫걸음은 부정부패척결에서 시작되었다. 역으로 이야기한다면 부패한 국가는 반드시 패망하였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에서 비담이 "개혁은 위에서부터 진휼은 아래에서부터……. 이것이 폐하의 뜻입니다." 라며 이야기 한 것을 되짚어보며 현 정부의 부패척결의지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 글 : 투명사회운동본부 간사 정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