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면서
김귀환 서울시의회 신임 의장이 후보 경선과정에서 시의원 30명에게 거액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15일 구속되었다. 16일에는 돈을 받은 시의원 명단도 공개되었다. 이번 뇌물수수사건은 견제세력 없는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비호 하에 서울시의회가 시민과 언론의 감시 소홀을 틈타 공공연하게 도덕불감증을 드러낸 대표적인 부패사건이라 할 수 있다.
관련된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당사자인 김 의장은 의장직이나 시의원 사퇴 등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106석 중 100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와 정부여당에서는 불법선거자금 수수에 대해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기는커녕 이를 회피하거나 옹호하기에 급급하다가 여론이 붉어지자 마지못해 대표 의원 명의로 해명서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당선 되었어도 신분상 하자가 될 수 있는 범법행위나 일탈행위 등이 드러났다면 처벌 받거나 자진 사퇴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의회민주주의의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속 정당은 당헌, 당규에 따라서 마땅히 제재를 가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명명백백한 사실을 두고 자기네 입맛대로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2. 서울시의회 의장의 지위와 역할
이번 사건을 통해서 국민은 지방의회의 실상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울시의회 의장의 지위에 대한 궁금증과 의장선거 관행을 통해서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정책과 입법 등을 심의, 결정하는 의결기능과 감사기능, 그리고 시민들의 요구를 처리하는 청원기능 등을 갖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올해 예산만 23조원이 넘어 이에 대한 시의회의 영향력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의 도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작은 국회'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이를 대표하는 의장도 서울시 내에서는 그만큼 명예나 경제,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혜택과 힘을 갖기 마련이다. 또한 서울시의회 의장은 관행적으로 전국시도의회 의장단의 대표를 맡게 되어 전국을 호령할 수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시의회는 이러한 의장을 소위 교황선출방식으로 뽑는다고 한다. 공식적인 입후보 절차 없이 의원들이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공란에다가 각자가 생각하는 의장 후보의 이름을 적어내는 투표 방식이란다. 이는 다수당이 내부적으로 시의회 의장을 물밑에서 결정하고 회의는 형식적 추인 역할만 수행하는, 민주적인 선출절차가 무시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서울시의회는 한나라당 독주체제이니 다른 당이 교섭단체조차 구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선거로 치루는 만큼 그들만의 밀실 선거운동과 선거잔치로 과열되고 혼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 시민의 감시 밖에 있는 지방의회
지방의회는 외적으로는 시장, 군수 등 단체장을 견제하고 내적으로는 소수 정당이 다수 정당을 견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지방권력은 다수당의 싹쓸이로 내적인 견제나 외적인 견제가 모두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상태이다. 그들을 뽑은 주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부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시와 부산시의회의 경우는 그 정도가 전국에서도 심한 편으로 서울은 94%, 부산은 87%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러한 다수의 힘은 절차와 상식을 압도해 버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형적인 의석 구조 하에서는 의회 자체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여지가 없다. 특히 교섭단체도 없는 지금의 서울시의회에서는 독점적 지위의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되는 구조이니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비단 의장 선출과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9개의 상임위원장, 각종 특위 위윈장, 운영위원, 예결산특위위원 등 의원들이 나눌 수 있는 자리는 많이 있다. 각각의 자리마다 나름의 의미와 권한이 주어지고 자리에 따라서는 권한이 큰 만큼 모두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서 채워져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자리들까지도 다 물밑에서 관행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일당 체제라 하더라도 의회 내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4. 끝으로
이번 의장선거 과정에서의 뇌물부패는 지방의회의 권력부패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뿐이다. 정치집단의 거대 공룡화는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차제에 합법적인 절차대로 이번 뇌물부패 사건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동시에 지방의회 공천비리에 대한 수사도 사정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요구된다. 이에 못지않게 지방자치법에 명시되어 있는 주민투표제도와 주민소환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그 적법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풀뿌리 민주주의에 합당해 보인다. 이번 선거뇌물 부패는 한나라당의 도덕성을 비판하고 해당 의원들을 처벌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서울시민들의 관심만이 이 같은 부패를 척결하고 서울시의회를 거듭나게 할 수 있다.
- 글 :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 이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