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활동과 청소년 지도 활동에 대한 소회
저는 2019년 4월 17일자로 지난 30여 년 동안 상근실무자로 몸담았던 흥사단을 떠나 평범한 일반 단우가 되었습니다. 흥사단에 오랜 세월 열정을 쏟았던 만큼 떠날 때 시원스럽지 못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 선후배 동지들에게 저의 소회를 밝힐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지금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청소년활동 진흥원의 활동사업이사 겸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은 천안 독립기념관 뒤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이하 수련원)을 독립기념관 부지에 설립할 때 청소년들에게 독립운동 정신을 고취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추진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임정 100년, 3·1운동 100년을 맞아 수련원을 방문하는 청소년이나 지도자들에게 독립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수련원을 방문하면 하나 이상의 민족적 가치를 배우고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흥사단의 실무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두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청년정신을 회복하 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 전국 청년위원회 구성을 통해 청년단우들의 조직된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힘을 쏟았던 조직 방식은 지부의 청년조직을 바탕으로 하는 전국청년단우 연합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논의 과정에서 지부의 청년단우 조직 역량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으니 본부 중심의 청년위원회 조직을 창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지금의 청년위원회 조직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흥사단은 지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 조직도 지부의 청년단위 조직을 건설하여 그 연합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본부 조직을 건설하여 지부 조직을 추동해 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 5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본부 중심의 위원회 조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청년 조직과 활동은 매우 중요한데 우리 내부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런 문제를 많이 고민했지만 충분하게 실천하지 못한 저의 성찰을 전제로 말씀드렸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공론에 부쳐보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흥사단청소년재단이 있는데 이 재단을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법적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롭겠지만, 현재 재단 임원의 임기가 끝날 때 30대의 청년단우를 임원으로 선출해 나가면 2~3년 후면 30대 청년단우로 임원진 구성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이사를 맡고 있는 선배님들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재단의 성격과 활동을 수정하는 것도 선배 단우들의 동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단의 공론화를 통해 좋은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두 번째는 청소년지도 활동에 대한 성찰입니다. 우리 흥사단의 후계세대 육성은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1980년대부터 줄곧 핵심 과제였습니다. 후계세대 육성을 위해서는 세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째, 조직적 사명이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야 합니다. 시대변화에 맞게 적절하게 변용되어 왔는가?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시대변화에 맞게 아카데미는 토론동아리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천했습니다. 토론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생적인 토론동아리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많은 지부에서 호응해 줬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본부는 토론대회를 조직화해서 지부의 이런 토론동아리 활동을 추동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위해 5회째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부-지부-학교-지도자의 역할분담, 자발적인 토론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조직화 및 선후배 지도, 지도자 양성과 교재 개발 등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원칙을 갖고 수행했음에도 그 성과가 원칙 속에서 평가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둘째, 후계세대 육성을 위한 재정 문제입니다. 10만 아카데미 선배들의 5%는 5,000명입니다. 그 5%가 매월 2만원씩 회비를 냈다면 우리는 아카데미 육성을 위한 수많은 논의를 곧바로 뛰어넘었을 겁니다. 2만원의 내용은 1만원은 지부에 1만원은 아카데미에 후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단우들은 지부에 의무를 이행하기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 1만원의 후원금을 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2001년 처음 본부에 CMS를 도입한 이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1만원의 아카데미 후원금을 한결같이 내는 단우가 서너분 계십니다. 당시에 적극적으로 아카데미 후원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갖고 관리 방향을 수립하여 꾸준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셋째, 학생아카데미를 사명감을 갖고 지도할 인력에 대한 문제입니다. 10년 전에는 사명감을 갖고 지도활동을 해준 많은 실무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나이가 들었거나 재정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후계세대 육성을 다시 얘기하려면 시대변화에 맞는 조직 원칙과 방향, 재정, 지도자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제 글은 제가 활동했던 지난 시기에 대한 성찰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노고에 누를 끼치진 않았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양해 부탁합니다. 저는 비록 단의 실무를 떠났지만 단우로써 제게 역할이 주어진다면 과거보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 천안에 오실 기회가 있어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지 환영하겠습니다.
* 글 : 김전승(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