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일행동 특위 초청 강연 '친일청산과 역사교육'
* 글 : 장애린(본부 정책기획국 간사)
흥사단은 5월 28일 지식나눔실에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을 모시고 ‘친일청산과 역사교육’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본 강연은 참가자 수 제한을 두고, 유튜브에서 생중계되었다. 이번 초청 강연은 ‘흥사단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대일행동 특별위원회’(위원장 이기종)가 주관하였다. 지면을 통해 강의 내용을 소개한다. |
친일(親日)의 정의: 친일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친일이란 개인적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fascism) 정책의 식민지 현지 조력을 말하는 것이다. 식민지배는 현지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서 지배하게 하는 것이 반대로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비용을 줄이는 방향이기 때문에 조력자를 통해 식민지를 지배했다. 친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직역봉공(職役奉公) 정책을 펼쳤다. 즉 학계, 문화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선발을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조력자가 식민지배의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친일의 기준은 첫째 자발성, 둘째 적극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복성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식민 잔재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친일했던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의 권력층이 되었다. 문제는 해방 이후에도 같은 사람들이 변함없이 각 분야에서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일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던 고위급 직책들을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이 맡게 된 것이 아닌, 친일파들이 맡게 되었다.
친일청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임시정부는 친일파 청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다. 1920년 백범과 임시정부가 선언한 처단 대상자 ‘칠가살(七可殺)’을 독립신문에 발표했다. 이 중 1번인 ‘적의 괴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친일한 조선 사람들(조력자)을 말한다. 또한, 1941년 건국강령에는 ‘적에게 부화한 자와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1945년 제헌헌법 제101조에는 ‘광복 이전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1948년 반민족행위자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으며, 그 잔재는 다양한 형식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크게 나누자면 두 가지 형태의 친일잔재가 있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둘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친일잔재는 우리 생활 속에 문화로 존재하기 때문에 청산하기 쉽지 않다. 반면 보이는 친일잔재는 노력하면 쉽게 바꿀 수 있다. 보이는 식민 잔재는 예를 들자면 시설의 형태(군사시설, 통치시설, 산업시설, 마을 단위 기본 통치시설)로 묘비, 나아가 우리 일상과 가까운 동요와 교과, 군가 등 음악으로 또는 예술로 존재하고 있다.
※ 칠가살(七可殺): 1. 적의 괴수, 2. 매국역적, 3. 밀고자, 4. 친일관료, 5. 적의 관리된 자, 6. 불량배, 7. 모반자
친일잔재 청산 운동: 우리가 가야 할 길
이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친일잔재를 알리고 청산하는 일이 남아있다. 친일잔재 청산 운동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예를 들면 군산 채만식문학관, 고창 서정주문학관, 마산 이원수문학관과 해당 문학관 홈페이지에는 그들의 친일작품과 친일행적이 일부 전시되어 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예시를 들자면 학교 로고에 욱일기와 유사한 무늬가 있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로고를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시했으며, 한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학교 로고가 교체되었다. 또한 친일기념물을 철거하기보다는 이런 기념물 역시 역사의 일부로 보고 기념물 옆에 친일행적을 알리는 알림 팻말을 설치한 사례들도 있다. 그 외 다크투어 등 어두운 역사회피에서 역사교육 활용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는 운동도 있다. 요즘에는 역사와 문화와 콘텐츠를 결합한 독립운동사 교육이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매체를 통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친일잔재 청산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교육이다. 유럽은 역사수업의 약 70%가 근현대사다. 근현대사를 잘 알아야만 오늘 사회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민들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바꿔 갈 수 있다. 지나간 모든 일이 다 역사가 아니다. 지나간 일 중에 의미 있는 일이 역사다. 이렇게 학생들의 참여와 현장 학습을 통해 역사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가르치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