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장애린(단우, 전 본부 정책기획국 차장)
흥사단과의 인연은 대학원 시절 때 시작했다.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원 평화분쟁학과 재직 중에, 남북관계와 통일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하고 싶어서 찾게 된 곳이 민족통일운동본부였다.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서 인턴을 하고 싶다고 지원한 두달 정도 짧은 인턴쉽으로 흥사단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졸업 이후에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를 경험하고 싶어서 5년 전에 한국으로 왔고, 흥사단 본부 조직국에서 아카데미와 토론교육 등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후에는 정책기획국에서 시민사회와의 연대업무, 민주시민교육 업무, 교육수련원 사업, 국제사업 등의 활동을 했다.
한국에 와서 지낸 지난 5년 동안 한국사회에는 큰 많은 일들과 함께 큰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장미선거가 이어졌으며, 한반도 평화의 봄이(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왔었다. 주 52시간이 적용되면서 퇴근시간인 7시쯤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탔다. 역사적인 10·30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판결이 있었고,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코로나19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일과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2022년, 또 다시 대선이 돌아왔다. 이 모든 순간들과 변화의 과정을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면서 생동감 있게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온다.
독일에서 평생 살다가 한국의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하게 된 곳이 흥사단이다. 주변에서는 ‘흥사단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사회의 축소판임을 깨닫게 된다.’, ‘흥사단에서 일을 해봤으면 그 어느 조직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그만큼 흥사단은 화합과 단합을 위해 힘을 쏟았지만, 분열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고, 단우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했지만, 미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우들과 활동가들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과 흥사단 운동이라는 큰 목적 아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흥사단에서 활동하면서 많이 부족했지만 도산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흥사단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도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흥사단 활동가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안창호 선생을 존경한다. 시민사회 운동을 하다 보면 그 운동의 기반이 되는 철학이나 이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흥사단은 도산의 생각과 말씀이 그런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다.
흥사단에서 활동가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면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부를 다니면서 아카데미 대상으로 진행했던 토의토론 강사양성과정, 비무장지대에서 진행한 중·고등아카데미 리더십캠프, 추우나 더우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108차를 채우기까지 진행했던 일본 정부 규탄 1인시위, 비 맞으면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던 시민단체 8·15 연대 대회, 한·일청년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탐방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진행한 열띤 토론, 수요시위에서의 연대발언,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느꼈던 끈끈함과 든든함. 또한 단대회와 활동가 워크숍 그리고 연수회를 통한 단우와 지역 활동가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웃고 때로는 울기도 한 동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민운동은 쏟아붓는 에너지(input)에 비해 결과(output)가 매우 미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변화나 결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10년,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 또는 개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관심을 갖고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렵다. 어렸을 때는 독립운동에 전 국민이 참여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소수였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현장에서 행동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이다. 지난 5년간 활동을 하면서, 변화는 꾸준함, 진정성 그리고 책임과 함께 오는 것이라는 것을 보고 배웠다. 적당히 해서 되는 것은 없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해주며 나에게 가르침을 준 흥사단 활동가 동료들, 단우들 그리고 연대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 꾸준함과 인내의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는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