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까지 지난 2개월 동안 역대 정권 인수 기간보다 시끄러웠지만, 어찌했든 이명박호가 닻을 올렸다. 제17대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수위원회 초기부터 매우 바쁘게, 때로는 빈 수레만 요란하게(?) 움직여왔다.
MB 정부가 얘기하는 실용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대통령 취임사를 살펴보면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즉 실용이란 원칙을 통해 사회의 여러 갈등을 없애고,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각오이기도 하다.
실용이란 말이 실력양성론 등의 도산의 무실(務實) 정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MB가 강조하는 실용(實用)과 도산의 무실(務實) 정신을 엄연히 다르게 봐야할 것이다. 모두들 알고 있는 얘기지만, MB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존경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잠깐 웃지 못할 해프닝을 얘기하자면, 지난 대선을 앞두고 MB는 존경하는 인물을 ‘안창호씨’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도산의 무실은 ‘정직’을 강조한 철학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상에 따라 평생을 조국의 해방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하루도 부끄러움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하셨다. 그런데 MB는 위장 취업, 위장 전입에다가 선거법 위반 등의 수 차례의 전과 경력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여러 의혹을 남기고 끝나버린 BBK 특검에서도 광운대 동영상의 주인공이었다. 그러하다 보니 평생을 진실되지 않게 살아온 그로서는 어찌보면 ‘실용’이라는 잣대를 통해 과거를 언급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MB 개인 뿐 만이 아니다. 실용정부 가치를 위해 효율적인 작은 정부 내각을 갖췄지만, 계속해서 시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내정자들을 살펴보면 ‘묻지마 과거’식의 구성으로 보인다. 단지 땅을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땅투기, 탈세, 위장 전입 등 경력들이 화려하다. 결국 너무 지나친(?) 내각 후보 중 3명은 자진 사퇴를 하는 사태까지도 벌어졌다. 이에 MB는 “안타깝다”라고 말했는데, 이 “안타깝다” 표현이 국민들에게 미안해서 안타깝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도산은 무실 정신에 입각하여 상해임시정부 활동 시에도 ‘독립운동 사료편찬위원회’를 설립하여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는 조국의 해방을 위해 민족의 과거와 현실을 잊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 그런데 MB 정부에서는 과거 청산을 위해 설립된 16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 등을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날 일제 및 군사정권에서 자행됐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취지에서 설립,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MB의 실용주의는 마치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뽑아내듯이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그냥 덮어버리고자 한다. 최근 한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였다. 독립운동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도산 선생의 무실 정신을 따르는 우리는 이러한 MB의 실용주의를 역사의 천박성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많이 시끄러웠고, 지금도 여러 의혹들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어쨌든 실용정부는 출범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MB에게 주문을 해 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존경하는 인물이라면, 그리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실용’의 기치를 내세웠다면, 실용을 통한 결과에 소수의 일부 계층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도 MB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과거의 거짓을 용서받고, 앞으로 보다 정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맹목적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진실 화해와 과거 청산 등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올바르게 될 때 그 결과도 더욱 좋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만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실용주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 :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이현정
사진 : 도산 선생 사진(위), 이명박 대통령의 광운대 동영상(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