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와서...
12월 27일 이른 아침 7시에 혜화동 흥사단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오염된 해변을 정화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흥사단 본부와 서울흥사단 실무자들이 함께 했고 교육운동본부와 민족통일운동본부를 통해서 지원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심각하게 기름으로 오염되어 있는 해변을 청소하러 간다는 하나된 마음으로 모여서인지 45명 모두가 진지해 보였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서 버스는 태안의 학암포 해변을 향해 출발했다.
처음에는 원래 목적지인 학암포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으나 가는 도중에 학암포 아래쪽에 있는 해변들 중 일손이 모자라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례포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구례포에 도착해 보니 흥사단 이외에도 여러 곳의 봉사단체나 시민들이 도착해서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장비를 지급받고 해안가로 향했다. 그곳에도 이미 많은 봉사자들이 해변가의 기름을 닦아내고 있었다. 모래사장 쪽에는 어느 정도 기름이 제거되어 겉으로 보기에 심각한 상태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했다. 이 길고 넓은 모래해변이 기름 유출사고 이후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자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모래사장 위쪽에 모여있는 바위들쪽으로 가자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바위들 겉으로는 기름이 묻어 있어 모두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밑에는 마치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있듯 기름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모래해변을 따라 위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바위쪽으로 올라가 기름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직포나 천을 이용해서 겉의 기름을 닦아내고 다음에는 철솔을 이용해서 바위에 단단히 붙어있는 나머지 기름을 닦는 작업을 진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태안반도는 서해안이라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작업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바위에 묻어있는 것이 흙이나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이기 때문에 바위 하나마다 닦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그런데 4시가 되면 밀물 때문에 봉사활동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바위의 기름을 닦아내면서 물이 들어오기 전에 바위 하나라도 더 닦아내자며 바닥에 앉아서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흥사단 사람들 외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았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었다. 기름으로 오염된 해변을 청소하기 위해 스스로 왔고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름이 더 닦아내고자 서로를 격려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고등학생들이나 예순이 넘어 보이는 어른들이나 모두가 태안반도를 다시 살려내고 싶은 마음은 같았다. 자연이 이러한 모습을 보고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조금은 용서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감히 빌어보았다.
밀물이 들어오자 봉사활동을 멈추고 모두들 해변을 나오기 시작했다. 해변을 나오면서 뒤를 바라보는 표정은 아름다운 노을에 비치는 모래사장과 바위를 보는 표정이 아니라 근심과 걱정으로 애석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언제 저 물들이 자연과 사람들이 반기는 태안의 바닷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그들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하루빨리 이곳을 되살려 내고자 땀을 흘리며 봉사활동을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서해안을 다시 아름다운 해변으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봉사활동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이 있고 내일도 계속 이어질테니까...
* 글 : 이갑준/흥민통 간사
* 사진 : 태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흥사단 고등학생서울아카데미 회원들